‘유혹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불혹(不惑)’ 언저리의 친구 중 하나가 내년 결혼을 앞두고 있다. 과거라면 늦었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비혼(非婚)과 만혼(晩婚)이 만연한 지금이야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친구의 결혼에는 한 가지가 빠져있다. 바로 ‘출산’이다. 결혼을 하지만 아이를 낳을 계획이 없다는 거다.외견상으로 그는 회사 내에서 나름 에이스로 불리며 연봉에서도, 직책에서도 승승장구를 이어가고 있다. 그의 신부 역시 대학 졸업과 동시에 실력을 인정받아 한 직장에서 10년이 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남들이 보기엔 어느
어린 시절 크리스마스가 다가올 무렵이면, 커다란 선물꾸러미를 짊어진 채 울지 않는 아이들을 찾아나서는 보이지 않는 존재를 기다리며 한껏 들떠있었다. 울지 않으면 선물을 받을 수 있다는 부모님의 말에 눈물을 보이지 않으며 친구들과 싸우지도 않았다.20여 년을 훌쩍 넘긴 지금 너무나 당연한 말이겠지만 이젠 이 모든 것들에 별 감흥이 없어졌다. 비단 나의 마음 속 설렘만 없어졌으랴. 우리 사회 전반의 분위기도 확연하게 달라졌다.‘딸랑딸랑-’ 길을 걸으면 어디선가 들려오던 따뜻하고 반가운 구세군의 종소리도 그들의 노고가 무색하게 점점 묻히
영원할 것만 같았던 10대가 지나고, 20대가 됐다. 나를 비롯한 또래들은 사회에 첫발을 내딛거나, 그럴 준비를 하고 있는 모양새다. 부모라는 요새에서 나와 자립해야만 하는 시기, 항상 ‘쪼들렸던’ 용돈 없이 스스로 벌다보니 생산적인 삶이 얼마나 고난의 연속인지 알게 되는 지금, 바로 나와 우리, Z세대의 현주소다.각 시장의 트렌드를 알려면 Z세대에 주목하라고 했던가, Z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을 생활의 디폴트로 깔고, 이를 디딤돌 삼아 세계화된 문명으로 완전 무장한 채 자라났다. 4차 산업혁명으로의 도약이 필요한 대한민국의 현
술을 마시는 이유는 뭘까. 보통은 술을 언제 마실까.사람들은 저마다 다양한 이유를 대곤 한다. 좋은 일이 있을 때 먹는 술, 나쁜 일이 있을 때 먹는 술, 날씨가 흐려서 먹는 술, 날씨가 맑아서 먹는 술, 누군가와 친해지기 위해 먹는 술, 때론 그냥 술을 마신다. 술의 종류를 고르는 이유도 가지각색이다. 술 맛에 따라 고르거나 그날 안주에 따라 혹은 향토기업의 술을 고집하는 경우도 있다.그런데 대한민국에는 여자 연예인 사진을 보고 술을 고르거나 마시는 ‘별난 사람’도 있는 듯싶다. 보건복지부가 ‘술병 등 주류 용기’에 여자 연예인
최근 한반도에 사상 첫 아프리가돼지열병(ASF)이 발생하고 저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항원이 잇달아 검출되고 있다. 다행히 ASF는 확진 기류가 잠잠해지고 AI도 고병원성으로 판명되진 않았으나 현 정부의 대응은 안일하기만 하다.가축전염병이 인류를 위협한 대표적인 사례는 흑사병으로 불린 ‘페스트’였다. 이는 중국의 오지, 중앙아시아 등지에서 발병한 풍토병으로 페스트균을 지닌 검은 쥐에 기생하는 쥐벼룩을 매개로 전염됐다.1330년대 초 중국에서 돌기 시작해 인구 1/3 이상이 사망했고, 14세기 중반 동서 실크로드와 바닷길을 통해
한국 근·현대사에서 10월 26일은 70년을 사이에 두고 여러모로 의미심장한 ‘그날’로 남아있다. 모두 권총 하나에서 비롯됐다. 1909년 “코레아 우라”를 외치며 일본 제국주의 심장에 총을 겨눈 이가 있었고, 1979년 궁정동 안가에서 총에 맞은 채 “난 괜찮아”라는 짧은 말을 남긴 이가 있었다. 110년 전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 그리고 40년 전 권력의 핵심이던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에 저격 당한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얘기다.10월 26일 안 의사의 저격과 박 전 대통령의 서거, 그날 중 우리에겐 어떤 사건이 더
조국 법무부장관이 전격 사퇴한 가운데 '조국사태'가 전 국민의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 못지않게 난리난 곳이 있다.충청권 지역의 문제는 아니지만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화두다. 이에 신문·방송 할 것 없이 보도 문제로 내홍을 겪고, 국민들은 팩트를 제대로 보도하라며 '기레기'들에게 아낌없이 찬사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세월호 당시 기레기 논쟁의 데자뷔를 보는 것 같다.언론이 '기레기 논란'으로부터 무고하다는 얘기를 하고 싶지는 않다. 때때로 펜을 흉기처럼 휘둘렀고, 하위 사람
기자는 심심하면 동네 부동산을 찾아 어머니 명의로 된 둔산동의 집값을 묻곤 한다. ‘혹시나 나중에 물려받지 않을까’ 하는 못된 심보다. 어머니 명의로 된 집은 가격이 떨어지진 않으나 그렇다고 둔산동의 여타 단지처럼 크게 오르는 편도 아니다. 바로 옆 단지는 생각보다 크게 올랐다. 담벼락 하나를 두고 이렇게 차이를 보여도 되나 싶을 정도다. 어머니 명의로 된 집이 그렇다고 학군이나 상권 등이 다른 단지와 큰 차이를 보이는 것도 아니다. 다만 과거 분양 당시 다른 한쪽으로 임대 아파트가 생기며 인접했다는 이유로 초반부터 가격 형성이 되
며칠 전 뉴스를 통해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고 안타까운 선택을 한 가족의 사연을 접했다. 이처럼 각종 신문이나 뉴스 혹은 TV 프로그램을 보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이 이야기를 쉽게 들어볼 수 있다.여름이면 폭염에 맞서 싸우고 겨울이면 살을 에는 추위에 벌벌 떨 수밖에 없는 낡고 오래된 쪽방에서 사는 이들부터, 폐지를 줍기 위해 이른 새벽 동이 트기 전부터 연약한 몸으로 자신의 몸집보다 더 큰 리어카를 끌고 거리를 돌아다니는 노인까지, 힘든 상황에 놓여있는 이들의 모습은 안타까움과 동정심을 느끼게 한다.사실 이러한 복지 사각
법원이나 경찰·검찰청, 혹은 유력(有力) 기관이나 기업을 지나다 보면 종종 일인시위를 하는 이를 목격하곤 한다. 손에 허름한 피켓을 잡거나 낡은 머리띠를 동여매고 기관의 거대한 정문 앞에 홀로 서 있는 모습은 궁금증을 자아낸다. 대체 저 분은 무슨 사연을 지닌 것일까. 그럼에도 그들에게 다가가 “어떤 일로 1인 시위를 하고 계시나요?”라고 묻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어쩌면 누군가 온전히 짊어진 ‘제보’의 무게를 취재자로 감당하거나, 덜어 줄 용기를 내기 쉽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생각도 든다. 올해 초 한
“혹시 논문을 내기 위해 같이 연구를 진행한 연구자에게 받은 제보 아닌가요? 이러한 논문 저자 게재 방식 관련 비리 의혹은 대부분 같이 연구를 진행한 연구자가 제보를 하는 경우가 많아서요”.조국 법무부 장관 딸의 논문 제1저자 등재 논란과 관련해 취재에 나서자 듣게 된 대전 내 과학기술계 관계자의 첫 마디다. 그만큼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논문 저자 게재 방식에 대한 불만이 많다는 방증이다.조 장관 딸의 논문 제1저자 등재로 전국이 떠들썩하고 있다. 아직까지 그 여진은 지속되고 있는 상태다. 급기야 지난 5일 조 장관의 딸이 제1저자로
최근 TV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한 다큐멘터리를 보게 됐다. 바다의 플라스틱과 관련된 주제였다. 무심코 버린 플라스틱이 바다에 피해를 주고 있다는 내용이었는데 필리핀 해안에서 숨진 채 발견된 고래의 뱃속에는 40㎏에 달하는 엄청난 양의 플라스틱 쓰레기로 가득 차 있었다. 또 거북이 한 마리는 코에 빨대가 꽃혀 피를 흘리며 고통스러워하는 모습 등이 담겨 있었다. 해양 동물들의 피해는 인간이 편리함을 추구하며 사용한 것들로 인해 발생하고 있다.플라스틱과 비닐류는 일상생활 곳곳에서 사용되고 있다. 플라스틱과 비닐 등이 쓰이지 않는 곳을
지난달 일본의 경제 규제로 온 나라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고 일본 불매운동이 언론의 주요 이슈로 자리잡았다. ‘NO 아베’,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 등을 외치며 불매운동이 전국적으로 퍼지고 있는 가운데 대전에서도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시민들과 소상공인들이 많아지고 있다.하지만 이런 움직임이 확산됨에 따라 예상치 못한 곳들에서 이상한 기류가 감지된다. 일본 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애꿎은 상인에게 비난의 화살로 돌아가기도 하고, 일본 브랜드 매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에 대한 익명성 감시나 불매운동 강제적 권유 등 반일 감정이
최근 온오프라인 가릴 것 없이 뜨거운 주제가 있다. 바로 일본 불매운동이다.독립운동은 못했어도 불매운동은 한다는 문구가 나올 정도로 그 열기가 대단하다. 많은 국민들이 참여하면서 일본여행과 유니클로 등 일본 기업들에 대한 불매가 이어지고 있다.실례로 ‘네일동’이라는 일본여행 최대 카페도 운영을 중단했다. 네일동은 회원 133만 명이 가입해있는 국내 최대 일본여행 동아리 카페다. 네일동 운영자는 “얼마 후 일본 참의원 선거일(21일)이 다가온다. 그 전에 일본여행을 좋아하는 분들의 마음이 이렇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휴면 이유
2020년 최저임금이 시급 기준 올해보다 2.87% 오른 8590원으로 결정됐다. 1999년 2.69%, 2010년 2.75%에 이은 역대 세 번째로 낮은 인상률이다. ‘2020년 최저임금 1만 원 달성’을 주장하던 노동계도, ‘기업의 지불능력을 초과했다’며 삭감안을 내놨던 경영계도 이번 결정에 만족하지 못한다. 밤을 지새우며 서로의 머리를 맞대 결정한 사안일 텐데 왜 그럴까.최저임금위원회는 노동계를 대표하는 근로자위원과 경영계를 대변하는 사용자위원, 정부에서 선임한 공익위원이 각 9명, 총 27명으로 구성된다. 이들이 각자의 입장
단재(丹齋) 신채호와 약산(若山) 김원봉. 일제의 패망을 짐작할 수 없던 시대, 그들의 찬란한 분투(奮鬪)가 없었다면 어쩌면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년을 맞는 2019년 오늘의 민족해방사는 낯부끄러웠을 수도 있었다. 온전하게 민족의 힘으로 광복을 쟁취할 수 없다는 좌절감, 부일(附日)과 친일(親日)이 판을 치던 변절의 현장에서 조선의 운명을 짊어진 두 사내의 한 걸음 한 걸음은 자주와 독립을 향한 거보(巨步)였다.지난달 말부터 이달 8일까지 전문예술단체 극단 새벽이 단재와 약산의 독립투쟁을 극화한 연극 ‘곡하고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