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14일=장례식장 식사는 웬만하면 육개장인데 장례식은 오랜 시간에 걸쳐 진행되고 조문객이 많은데 이들에게 대접하려고 만든 음식이 상해버리면 안되므로 고춧가루와 소금이 많이 들어가 쉬이 상하지 않아 적합하다고 한다.빨간 국물 색이 장례식장에 문상 온 조문객들에게 잡귀신 들이 붙는 걸 막기 위함이라는 얘기도 있다. 실제 옛날엔 동짓날 대문에 붉은색인 팥죽을 발라서 잡귀를 쫓는 의식을 했다고 하니 그런 맥락인 듯하다.갑자기 육개장을 얘기하냐면 지인이 모친상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어 퇴근 후 장례식장에 가야해서다.
▲2020년 4월 13일=코로나19로 개인적으로 지난주 굉장히 바빴다. 막냇동생이 해외에서 입국하며 자가격리를 준비해줬고 자가격리에 들어간 뒤엔 온갖 심부름을 도맡았다.원하는 것도 많아 하루에 여러번 자가격리하는 곳을 방문했다. 그래도 자가격리한지 일주일이 지나니 제법 생활도구가 갖춰져 원하는 게 많이 줄었다.이주부턴 평화로운 일상이 될 것 같았는데 오후쯤 전화와 또 뭘 갖다 달라고 한다. 체력이 바닥나게 생겨서 저녁은 대충 때우련다. 간단하게 짜장면을 먹으려고 했는데 막냇동생이 자기 것도 같이 시켜달란다. 이러다 배달 애플리케이션
▲2020년 4월 1일=어머니가 감기기운이 있었는데 회사엔 며칠 쉬라고 연락이 왔다고 한다. 코로나19 검사를 해보니 다행히 이상이 없었다.문제는 어머니가 집에 계시니 홈쇼핑에 빠지셨단 것이다. 홈쇼핑 채널을 하루종일 보고 계신다. 그리고 최근 주문한 게 낙지다. 난 분명 홈쇼핑에서 파는 건 기대하지 말라고 했는데 내심 기대하는 것 같다. 낙지는 어제 도착하긴 했지만 아직 개봉하지 않았고 오늘 저녁 낙지덮밥을 해주신다고 했다.돈 주고 파는 게 맛이 없을리 없겠지만 그래도 어머니의 기대만큼은 아닐 것 같다.
▲2020년 3월 31일=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 어머니는 “제발 저녁은 밖에서 먹지 말고 집에서 먹으라” 하셨다. 밖에서 먹는 건 몸에 좋지도 않다는 이유다.요즘 사회적 거리두기로 약속이 거의, 아니 전무해 집에서 매일 저녁을 먹으니 이젠 귀찮으신가 보다. “밥 차려 주는 게 귀찮다”고 하신다. 가끔 저녁을 안먹고 먹을거리 좀 사가면 너무 좋아하신다.오늘은 햄버거를 사가서 어머니의 집안일을 덜어드리고자 한다.
▲2020년 3월 20일=어머니는 바닷가에서 나고 자라셔서 해산물을 좋아하신다. 특히 젓갈류를 선호하시는데 처음 들어본 젓갈까지 모두 궤고 계신다. 하지만 젓갈류는 냄새가 심해 우리들은 먹지 못하니 자제하신 게 사실이다.그래서 어머니는 젓갈하면 모두가 좋아할 만한 오징어젓갈을 자주 드셨다. 맨처음엔 거부감이 있었지만 어머니따라 몇번 먹어보니 오징어젓갈 참 매력적이다. 얼마전 어머니 친구분이 오징어젓갈을 선물로 보내셨다고 연락이 왔고 오늘 어머니가 수령했다.저녁은 오징어젓갈이긴 한데 메인반찬으로 아쉬운 게 없지 않다.
▲2020년 3월 25일=어머니가 회사 동료에게 치킨 기프티콘을 받았다고 어제 자랑하셨다. 그럼 오늘 저녁은 치킨인가 보다.보아하니 내가 그리 썩 좋아하는 치킨은 아니지만 공짜로 먹을 수 있다는 게 어딘가. 그냥 조용히 입다물고 옆에서 너무 맛있다고 리액션만 해주면 되지.
▲2020년 3월 24일=튀김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튀김을 멀리 하는 사람도 그 맛에 대해선 다들 인정한다.“신발도 튀기면 맛있을 것”이란 한 셰프의 말처럼 튀김은 정말 남녀노소 다들 좋아한다. 심지어 분식을 좋아하지 않는 어머니도 채소튀김은 정말 좋아하신다. 개인적으로 튀김은 김말이가 으뜸이고 오징어튀김이 그 다음, 맛살튀김은 그 다음이라 생각한다.튀김을 집에서 해 먹는 게 쉽진 않으니 집에 들어가기 전 딱 3000원어치만 사야겠다.
▲2020년 3월 23일=미국에서 졸업을 앞둔 막냇동생이 코로나19 여파로 조기 귀국하기로 결정됐다.어머니는 오랜만의 딸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주말 내내 나물을 무치고 밑반찬을 만드셨다. 막내녀석이 집밥을 먹고싶다고 했나보다. 방학 때 막냇동생이 귀국했을 당시를 생각해보면 하루이틀은 집밥을 먹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미국식 식사를 했다. 얼마 가지도 않을 집밥타령이라도 어머니는 손수 만든 음식을 먹이고 싶으신가 보다.아침에 달걀 한 판을 사오라고 시킨 걸 봐 저녁은 무친 나물을 모두 모아 비빔밥을 먹을 것 같다.
▲2020년 3월 19일=전국적으로 강풍이 매서워 집에 가고 싶은데 지난주에 한 약속 때문에 저녁자리를 가야 한다.날씨도 안 좋은데 연기하고 싶다. 그래도 ‘사람이 신의가 있어야지 해서 가긴 가는데 기왕이면 내가 원하는 거 먹었으면…’하는 마음이 있다. 그런데 족발과 보쌈이란다.뭐 나쁘진 않지만 오늘 같은 날은 조금 더 가벼운 걸 원했다. 간단히 반주할 수 있었던 것들 말이다.술 마시고 집에 가다 강풍 때문에 쓰러지진 않겠지.
▲2020년 3월 18일=코로나19로 장보기도 뜸해지자 먹을거리가 똑 떨어졌다.어머니는 오늘 하루 휴가여서 낮에 장을 본다고 하셨는데 문자로 갈치를 샀다고 하셨다. 갈치는 가시를 바르는 게 여간 귀찮아 선호하는 음식은 아니다. 물론 맛이야 생선구이 중 으뜸이라 생각한다. 가시를 발라 내느나 고생 좀 하겠지만 맛은 있게 먹을 수 있겠다.
▲2020년 3월 17일=퇴근하고 집에 가면 어머니가 항상 “뭐 먹고 싶냐”고 하신다. 그래서 이것저것 대답하면 다 안 된다고 한다. 재료가 없다면서. 그럴 거면 왜 물으시지? 그런 다음에 그냥 햄 좀 굽고 햄에서 나온 기름으로 달걀프라이를 해주신다. 여기에 끓여놓은 찌개도 주신다.그러면 늘 맛나게 잘 먹는데 늘 궁금하다. 왜 매일 “뭐 먹고 싶냐”고 묻는지. 오늘도 집에 가면 어머니는 똑같이 물으실 거고 난 대답할 거고 어머니는 “안 된다”고 할 거고 그러면 햄에 달걀프라이를 먹겠지.
▲2020년 3월 16일=어렸을 적 어머니는 막내딸로 태어나 늘 먹고 싶은 걸 언니오빠들에게 자주 뺏겼다고 한다. 특히 좋아했던 팥죽을 많이 못 먹을 때 많이 서러웠다고 한다. 그래서 어머니는 막내를 가장 아낀다고 했다. 오빠들 틈에서 자란 막내동생이 먹고 싶은 걸 먹지 못했을 것이란 걱정이다.사실 세상이 먹고 살만해졌기에 막내는 늘 부족함 없이 먹고 자랏다. 그래서 자주 드리는 말씀이 “우리 신경쓰지 말고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바로바로 말씀하시라”다. 그래도 조금 눈치는 보이시는지 먹고 싶은 걸 자주 말씀하시진 않는다.예전 건강하
▲2020년 3월 12일=이 시국엔 불행이지만 한동안 집밥만 먹던 나에게 약속이 생겼다는 건 다행이다. 사실 집밥보단 나가서 사 먹는 게 더 맛있다.그리고 오늘 메뉴는 좋아하는 회가 될 것 같다. 좀이 쑤셨는데 가뭄에 단비를 맞은 기분이다. 물론 시국이 시국이니 만큼 조심한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
▲2020년 3월 11일=생일날 받은 쿠폰이 아직도 여러 장 남았다. 오늘 쓸 건 피자다. 예전엔 배달음식 투톱인 치킨과 피자 중 무조건 치킨을 선택했으나 지금은 피자가 더 좋다.밀가루란 탄수화물, 치즈의 지방, 소고기 토핑의 단백질, 여기에 온갖 채소 토핑을 통한 섬유질까지…. 그렇다고 치킨을 무시하는 건 아니다. 치킨도 맛있다.하지만 피자야 말로 완전체 음식이라 생각한다.
▲3월 10일=당직이라 저녁을 다른 부서와 먹어야 했는데 업무가 바빴고 타 부서가 생각보다 일찍 식사를 하는 바람에 함께 나가질 못했다. 혼밥 아니면 조용히 기다렸다 집에 가서 먹어야 한다. 당직을 끝내고 집에 들어가면 여덞시, 어영부영하다 씼으면 여덞시 반, 저녁 차려 먹고 설거지하면 아홉시다.그냥 혼밥하는 게 나을 것 같지만 그래도 오늘만큼은 집에서 밥을 먹고자 한다. 1인 가구가 점차 늘어가고 어디서든 혼자 밥 먹는게 현대인의 일상이긴 한데 개인적으론 그렇게 좋아하진 않아서다. 단순히 혼자 밥 먹는 게 창피해서가 아니다.식사,
▲2020년 3월 9일=코로나19 때문에 약속이 잡히지 않아 간이 좋아지는 기분이다. 다만 안 좋은 건 저녁 때마다 집밥을 먹어야 한다는 건데 집에 마땅히 먹을 게 없다는 건 비밀이다.최근 집에서 저녁을 챙겨먹을 때를 생각해보면 그렇게 맛있게 먹진 않았던 것 같다. 어머니가 볼 땐 아들녀석이 입맛이 없어서라고 생각하셨는지 오늘 저녁은 짜장면을 해주신다고 하셨다.요즘 유행하는 것처럼 반숙 달걀프라이를 올려주시겠다는 약속과 함께 말이다.
▲2020년 3월 4일=어제 생일이어서 지인들로부터 몇몇 기프티콘을 받았다. 어머니는 내가 받은 기프티콘을 보더니 오늘 저녁은 치킨이라고 하셨다.물론 치킨을 먹는 게 좋긴 한데 사실 피자를 더 먹고 싶었다. 내 생일이니까. 하지만 생각해보니 내 생일날 축하를 받아야 하는 건 어머니인 것 같아 군말없이 한끼 때워야겠다.물론 내일은 피자 시킬 거다.
▲2020년 3월 3일=급하게 저녁 약속이 잡혔는데 일정에도 없던 거라 점심을 많이 먹어서인지 그다지 저녁을 먹고 싶지 않다.그래도 약속을 했으니 가야 하겠는데 내가 메뉴를 정하라고 한 점은 조금 다행이다. 얼마 전부터 칼국수 같은 시원한 해물국물의 밀가루 요리를 먹고 싶었는데 젓가락질하다 튈 수 있으니 수제비가 이 시국엔 나을 것 같다.숟가락으로 먹으니 크게 튈 우려도 없고 안심이다.
▲2020년 3월 2일=코로나19 때문에 어머니의 장보기가 장기간 끊겼다. 2주 전 본 장으로 생명을 부지하고 있는데 반찬이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주말에 장을 보러 가신다고 했다. 그말은 이번 주말까진 맛있는 반찬을 먹을 기회가 없단 뜻이다.다행인 건 밭에서 나는 고기라 할 수 있는 두부가 남았단 것이다. 두부로 두부김치, 두부부침, 두부조림 중 하나를 해주시겠단 약속을 어머니는 하셨으나 조금 더 특별한 걸 먹고 싶다. 어렸을 적 어머니가 요리학원을 다니셔서 중식 요리를 직접 해주신 적이 몇 번 있는데 제일 기억에 나는 건 마파
▲2020년 2월 27일=얼마 전 강아지 사료를 사기 위해 마트를 갔는데 라면이 동이 났다. 비상시국이라 라면을 사재기 한 모양이다. 원하는 라면이 없어 아쉬운 대로 잘 먹지 않는 순한 맛의 라면을 장바구니에 주워 담았다. 강아지 밥은 당연히 사지도 못했다.온라인으로 당아지 밥을 주문했고 오늘 도착했다. 택배 박스를 받아보니 랜덤 간식 상자로 강아지 죽이 들었다. 오리고기와 쌀, 단호박, 당근 등이 들어간 프리미엄 제품이란다. 맛있어 보인다. 나도 먹고 싶지만 ‘인간은 인간다울 때 인간이다’란 말처럼 조금은 참아본다. 나도 오늘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