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 어느덧 마지막 주를 맞이했다. 아직은 아침, 저녁으로 쌀쌀한 기운이 남아 있어도 계절이 변하는 경계를 넘어선 것은 분명하다. 요 며칠 비가 오긴 했지만, 다음 주에는 학교 차원에서 봄꽃 구경을 학교 주변으로 갈 수 있다고 하니 학년과 학기가 바뀌었다는 것, 그리고 내가 맡은 학급이 바뀌었다는 것에 대해 이제는 어색한 때를 지난 것 같다.1학기 초에는 전국의 많은 담임 선생님이 비슷한 경험을 할 것이라고 본다. 작년 학부모님이 아침에 아이의 지각 또는 결석 연락을 여전히 전해 온다든지, 작년 우리 반 아이들이 쉬는 시간마다 교
푸른 용의 해가 시작되었다고 사람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한 해의 안녕과 평안을 빌던 신년 맞이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월도 마지막 주에 이르렀다. 학교는 신학기를 맞아 부서 이동과 업무 상황 점검, 변화된 교육 방식에 대한 다채로운 계획과 연수로 여념이 없다. 당장 다음 주가 개학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새로운 아이들과 어떤 풍경으로 학급을 구성해나갈지 기대와 설렘이 함께 교차하는 감정을 느낄 수 있다.지난주에는 우리 반으로 배정된 교실을 정리했다. 우선, 올해도 교실 뒤 편에 학급용 대형 책꽂이를 계속해서 사용할 예정이어서 작년 우리
최근 지역의 국·공립 대학들이 앞다투어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는 뉴스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지난달 칼럼에서도 다룬 바 있는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 입학 신입생 수의 급감 예상으로 인한 지역대학들의 해결책 모색의 하나로 생각한다면, 이는 그리 놀랄 이유가 없는 뉴스가 된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는 간단하게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교육부는 지난해 4월 ‘글로컬대학 30 추진 방안’을 발표하였다. 내용의 골자는 인구 감소와 산업 구조의 변화 등 현재 상황에 대학 교육의 경쟁력이 약하다고 판단하는 것, 수도권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청룡의 해라고 해서 길한 기운을 받고자 수많은 사람이 해넘이와 해돋이를 바라보며 가족의 행복과 안녕을 기원하는 모습들이 여러 대중매체를 통해 전해지기도 했다. 부자가 되게 해달라거나 승진을 빌거나, 건강과 가정의 화목을 비는 등 다양한 사람들의 소망과 바람이 회자되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자녀의 교육에 거는 기대와 성공에 대한 갈망만큼 크고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것은 드물다고 하겠다.통계청은 2022년 기준 인구동태 자료를 지난 연말에 발표하였다. 여기서 말하는 동태란 어떤 현상에 대한 일정 기간의 변동 상태
12월도 어느덧 마지막 주에 다다르고 있다. 많은 학교에서는 겨울방학에 들어갈 채비를 마쳤을 것이고, 학생들은 들뜬 마음으로 축제 준비를 하거나 가족들, 친구들과 함께할 방학 계획을 세우느라 고심하고 있을 순간이라 여겨진다. 지난 칼럼에서 수능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그 시작을 잘하기 위해서는 그 시작의 시작이 중요하다. 수능을 치른 고3 학생들뿐 아니라 신학기를 향해 달려가는 재학생들에게도 매우 중요한 시기인 것은 마찬가지이다. 이번에는 예비 고1, 고2 학생들이 겨울방학을 알차게 보낼 방법에 대해서 몇 가
지난주 목요일에 치러진 수능에 응시했던 모든 수험생을 응원하고 수고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수능을 잘 치르는 것이 공교육의 궁극적인 목표는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 살면서 가장 중요한 시험을 고르자면 수능만한 것이 없기에 수험생들은 긴장과 부담감으로 오랫동안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이제는 조금 쉬어도 된다. 아직 수능 등급 발표가 이루어져야 하고 면접 등 다양한 대학별 세부 전형 과정이 있겠지만 나중에 돌이켜보면 지금처럼 세상 전체가 나의 삶을 응원하고 격려하는 시점은 드물다.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스스로를 치유하는 순간을
기록적인 폭염과 무더위로 인해 기후 위기와 전기 사용량을 걱정하던 언론 보도가 줄을 잇던 올여름의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 어느덧 옷깃은 길어지고 아침저녁으로 쌀쌀해짐을 느끼면서 계절은 가을로 성큼 들어섰다는 것을 깨닫는다. 한 해가 점점 더 후반부로 다가가고 있음을 생각하면, 12년간의 학교생활 중 가장 긴장되는 순간을 맞이하고 있을 수험생들에 대한 응원과 안쓰러움이 복잡하게 공존하는 내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하루의 시험 결과가 인생에 큰 변화를 불러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특히 나이 어린 수험생에게는 어느 때보다 크게 다
연일 비가 내리면서 아침과 저녁에는 다소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기도 하고, 무더운 여름이 조금씩은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는 요즘이다. 교실에서 에어컨을 가동하더라도 더위 때문에 맥을 추지 못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안쓰러운 마음을 가졌던 나날들이 꽤 길었던 여름의 기억. 올해 여름이 유달리 길고 기억에 오래 남았던 것은 비단 날씨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우리 사회에 충격과 공포를 안겨주었던 다양한 사건 사고들, 특히 흉기를 소지하고 거리를 배회하거나 시민들에게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실시간으로 전해지면서 불안감이 커질 수밖
언론을 통하여 가슴 아픈 뉴스들이 많이 보도되면서, 학교 공간에서 교사의 권리와 처지, 일상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요즘이다.아이들이 즐겁게 뛰어놀고 공부를 하며 미래의 꿈을 구체화하는 공간으로 우리는 학교라는 곳을 받아들이고, 이를 당연하게 여긴다.그렇지만 같은 공간이 교사의 눈으로는 어떻게 비치고, 어떤 일상을 보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거나 비중 있게 다루어지는 경우가 드물었다.더욱 놀라운 것은, 학생 인권과 교권을 함께 고민해야 할 영역으로 여기기보다는 별개로 취급하면서 대립하는 모양새
덥고 습한 날들이 지속되고 있다. 장마가 시작되었다고 하지만, 십수 년 전처럼 오히려 비 올 때의 시원함을 기대할 만한 분위기는 아닌 듯하다.차라리 내 몸 하나만 신경 쓴다면 덥더라도 조금 참거나 물을 마시거나 부채질을 하면서 더위와 씨름하면 그만인데 역시 문제는 교실 속에서 더위에 지쳐가는 아이들이다. 지금쯤이면 학교에서 실시하는 기말고사도 거의 마무리되는 분위기이고, 아이들은 방학이 얼른 시작하기만을 손꼽아 기다릴 것이다.방학의 목적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너무 덥고 추운 날씨로 인해 등교를 통한 교육적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띠링! 출근과 함께 가장 먼저 켜는 메신저의 알람 소리다. 단잠을 깨우는 모닝콜도 이보다는 반가우리라. ‘띠링’의 의역은 ‘일해’이니까. 클릭하고 싶지 않다, 격하게 클릭하고 싶지 않지만 일의 노예인 듯 질질 끌려가는 손가락. 열리는 창 자체를 없애버리고 싶은 마음의 속도만큼 후딱 1을 없앤다.부담임 교사에게는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담임으로서 어느 하루의 메신저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11111. 장마철 소나기다. 가뭄 끝 단비가 아니라. 후텁지근한 학생 전달 요청과 끈적끈적하게 들러붙는 업무의 콜라보는 불쾌지수를 상승시켜주는 일등
최근 교육방송의 다큐멘터리를 보게 되었는데, 주제는 교육격차를 다루고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내용은 학교를 떠나고 있는 아이들을 걱정하는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었다. 교직에서 매일 같이 아이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며 생활하는 상황에서 매우 마음이 아프고 교육 활동에 대한 목적과 그 과정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자연스럽게 고민하게 되는 시간이었다.과거에도 학교 교육과정에서 이탈하는 학생들은 종종 있었다. 하지만 요즘 사례들은 과거와 조금 성격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 과거에는 교우 관계나 성격적인 문제, 학습 부진, 단체 생활에 대
3년 만인가. 얼굴을 가리던 하얀 장막을 걷고 운동장에서 열리는 체육대회다. 새로 지은 강당에 오른쪽 공간을 내어주는 바람에 운동장이 많이 좁아졌다. 전교생이 동시에 모이는 게 불가능해진다. 체육부에서는 차선책으로 교실-체육관-운동장의 세 코스로 나누어 학년별로 참여하는 로테이션 방식을 기획한다.부담임인 나에게 주어진 미션은 세 가지. 매의 눈으로 이어달리기 3·4등 구별하기, 단체줄넘기 횟수 세기, 한 개 학급의 2인 3각에 걸리는 시간 측정이다. 운동장에서 시작해서 운동장으로 끝나는, 활동 무대인 운동장을 종일 활보해야 하는 운
달력을 펼치면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이 있어 가족을 사랑하고 살뜰히 챙기는 사람이라면, 월초부터 바쁜 일정을 세우고 실천하기에 여념이 없을 것이다.그런데 교사를 직업으로 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을 가족으로 둔 사람이라면, 그리고 그 교사와 함께 생활하는 학생과 학부모 입장이라면 5월에 스승의 날이 있다는 것을 당연히 기억할 수밖에 없다.미디어에서는 예전부터 스승의 날이 다가오면 다양한 이야기들을 풀어내곤 했다. 스승의날을 맞이하는 학교의 풍경, 과거와 요즘의 변천사,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사제 관계의 감동을 스케
(1탄 다시보기 한 줄 요약)(feat. 4월 6일 자 교단 일기) 의욕 뿜뿜 신규 과학 교사, 중학교 1학년 교과서의 모든 실험을 클리어하는 직진 열정 탐구 수업의 꽃길만 구현하다 교과서에 널브러진 개구리 해부 실험의 관문을 만나 멈칫하지만 기특한 과학 도우미 녀석들 덕분에 사전 실험의 첫 번째 문턱을 가까스로 넘어서는데….정작 두 번째 위기는 실전에서 발생한다. 기특한 녀석들은 과학 도우미들만이 아니었던 거다. 선생님을 기쁘게 해드리고 싶었던 해맑은 영혼들은 개구리 오브 개구리를 득템해온다.“샘! 저희 조 보세요! 2조보다 두
4월을 맞이한 학교는 3월과는 다른 모습을 띤다. 아이들은 새 담임 선생님과 새 친구들, 그리고 새로운 시간표에 몸과 마음을 맞추고 적응하는 것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다. 담임 선생님은 개인 상담을 마친 후 새로운 만남과 대화를 준비한다. 학부모 상담의 계절이다.과거에는 학부모님이 학교를 방문한다는 것은 무언가 학생이 문제를 일으키고 있거나, 문제를 느끼고 있을 때라고 여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제 학교는 과거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교사가 조직한 정해진 지식을 학생이 기계적으로 전달받은 후 암기력을 테스트한 결과를
“우와! 샘! 정말 보여요!”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하라며 기대감을 낮춰서인지 분광기를 든 녀석들의 톤이 살짝 높아진다. 좁은 틈으로 새어 들어간 빛이 어두운 분광기 벽에 무지개 띠로 펼쳐진다. 이 정도는 해보았겠지 싶었는데 이 정도도 해보지 않았던가. 살짝 귀찮아서 인터넷 이미지로만 보여주려다 교실로 챙겨 들고 간 실험기구다. 예상보다 반응이 커서 은근히 뿌듯하다.대학 4학년 때 교수님께서 그러셨지. 수업 시간에 절대로 빈손으로 들어가지 말라고. 첫 발령 때의 수업들이 담긴 장면이 감겨있던 영화필름인 양 휘리릭 풀린다.스물네 살의
3월 개학을 맞은 학교는 분주하다. 신입생을 맞이해야 하고 새로운 학년으로 진급한 학생들의 적응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준비한다.특히 담임 교사는 이 시기에 정신없는 하루를 보낸다. 학급으로 배정된 아이들의 이름을 외우고, 얼굴과 매칭을 시켜야 하며 이 과정이 개학 전에 끝나야만 한다.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인지하고 있는 담임이 기다리는 학교가 학급 아이들에게 주는 안정감은 매우 크기 때문이다.좌석표를 정하고 학급 역할을 배분하며 청소 당번을 공정하게 배분하는 일 등을 처리하고 나면 출근한 후 교무실을 한 번 둘러보았을 때 이미
누구냐, 넌! 졸지에 15년간 군만두만 먹어온 인간으로 빙의한다. 정신없이 사진과 얼굴들을 대조한다. 올드티처, 몹시 당황하셨다.일주일에 4시간, 최소 34주, 136시간을 보아온 녀석들이다. 추리닝 바람으로 집 근처 시장 가다 뒤통수에서 “안녕하세요?”, 슬리퍼 질질 끌고 쓰레기 버리고 오다 ‘제발 모른 척할 순 없겠니’, 눈곱만 떼고 슈퍼 가다 마주친 인간들은 또 몇인가! 거주지의 지정학적 위치가 퇴근 이후나 휴일에 감사하지 않게도 선물하는 난감한 랑데부의 시간은 덤이건만. 13.6초를 보아도 알아봐야 할 판에 누구냐니!2023
인공지능 챗봇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대화를 통해 전문적인 내용에 대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고, 무엇이든 대답해주며, 논문 작성 및 작곡, 프로그래밍 등 누군가는 직업으로 삼고 살아가고 있는 분야에 대해 거침없이 알려준다는 이 인공지능 챗봇은 작년 말 공개된 이후 ‘요즘 뜨는 이야기’ 수준을 넘어 세상을 뒤흔들 수 있는 파급력을 지녔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우리 교육 현장은 꽤 오랫동안 창의성 계발에 대한 고민을 해왔다. 교내에서 이루어지는 동아리 활동, 진로 활동 등을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명명한 것은 아이들이 교실에서 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