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대통령을 다룬 영화를 영화관까지 쫓아가 관람한 적은 없다. 이유는 단순명료하다. 미화가 없을래야 없을 수 없어서다. 그럼에도 ‘건국전쟁’을 영화관에서 본 건 대한민국 역사에서 초대 대통령 이승만의 공과(功過)는 빼놓고 설명하기 힘들기 때문이다.100분의 러닝타임은 한숨의 연속이었다.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사실은 그들이 믿고 싶어하는 사실에 지나지 않았다. 명색이 다큐멘터리임에도 공과를 사실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가치중립적인 사실과 거리를 멀찍이 둔 이 영화는 이승만 복권을 위한 홍보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나의 솔직한 감상
‘새벽에 깨어나 반짝이는 별을 보고 있으면 이 세상 깊은 어디에 마르지 않는 사랑의 샘 하나 출렁이고 있을 것만 같다/ (중략) 이제 밝아올 아침의 자유로운 새소리를 듣기 위하여 따스한 햇살과 바람의 라일락 꽃향기를 맡기 위하여 진정으로 진정으로 너를 사랑한다는 한마디/ 새벽편지를 쓰기 위하여 새벽에 깨어나 반짝이는 별을 보고 있으면 이 세상 깊은 어디에 마르지 않는 희망의 샘 하나 출렁이고 있을 것만 같다.’ 시인은 처절한 고통 속에서도 사랑과 희망이 있음을 노래했다.'(증략) 겨울 논길을 지나며 맑은 피로 가만히 숨 멈추고 얼어
‘꽃을 피운다는 건 꽃샘바람 뺨을 치고 황사 눈앞을 가리고 그 위에 흙비 쏟아져도 멈추지 않는 일이다. 멈추지 않고 자신의 전부를 밀어 올리는 일이다/ 밀어 올리는 흔적 하나하나가 모여 눈물겹고 아름다운 얼굴로 바꾸는 일이다. 대지에 눈 감고 있는 것들 하나씩 눈뜨게 하고 그래 다시 시작해야 할 때가 왔어 이렇게 가슴 두근거리게 하는 일이다. 개나리꽃이 그러하다.’ 도종환 시인의 시 ‘꽃 피우기’다.고향이 어디세요? 어느 고등학교 나왔나요? 어디 성씨세요?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던지는 통상적인 질문들로, 이중 하나라도 공통점이 있으
“정치를 치정으로, 정부를 부정으로. (중략) 거꾸로 읽다보면 하루를 물구나무섰다는 생각이 든다. 내 속에 나도 모를 비명이 있는 거다. (중략) 거꾸로 읽을 때마다 나는 직성이 풀리지 않는다. 나도 문득 어느 시인처럼 자유롭게 궤도를 이탈하고 싶었다.”시인은 세상이 거꾸로 돌아갈 때 무슨 말이든 거꾸로 읽는 버릇이 있다고 했다. 거꾸로 된 세상을 거꾸로 보면 직성이 풀려야 하지만, 그렇지 않는 게 작금이다. 더 이상 희망이 보이질 않아 포기했을 때 오히려 자유로울 수 있다는 역설적 아픔이 느껴진다.“시절이 하 수상하니 올동말동 하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형기 시인의 ‘낙화’ 첫 구절이다.조지훈 시인은 ‘낙화’에서 이렇게 읊조렸다.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 (중략) 촛불을 꺼야 하리 꽃이 지는데. 묻혀서 사는 이의 고운 마음을 아는 이 있을까 저어하노니.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한마디로 ‘웃픈’ 스산한 계절이다. 공주시 문화예술계에 처한 현실이 그렇다. 이준원 공주문화관광재단 대표이사가 자진 사퇴를 결심했다. 올 12월까지 근무한 뒤 물러난다. 잔여 임기를 8개월 남겨 놓고 물러나는
“오랑캐의 발밑을 기어서라도 제 나라 백성이 살아서 걸어갈 길을 열어줄 수 있는 자만이 비로소 신하와 백성이 마음으로 따를 수 있는 임금이옵니다. 부디 전하께선 이 치욕을 견뎌주소서.”“한나라의 국왕이 오랑캐에 맞서 떳떳한 죽음을 맞을지언정, 어찌 만백성이 보는 앞에서 치욕스러운 삶을 구걸하려하시옵니까. 저는 차마 그런 임금은 받들지도, 지켜볼 수도 없으니 지금 이 자리에서 신의 목을 베소서.”지난 2017년 10월 개봉한 영화 ‘남한산성’의 명대사다. 주화파 이조판서 최명길(이병헌 분)과 척화파 예조판서 김상헌(김윤석 분)은 각자
‘가슴을 노래하는 시인의 입술에서 고약한 언어가 일상이라면 가면 쓴 글쟁이겠지. 깊은 생각을 찾는 철학자의 걸음에서 천박한 발자국이 남겨진다면 가면 쓴 생각쟁이겠지. 우리가 서는 어느 무대에서라도 뭇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도록 겉과 속이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아가야겠지.’ 시인 허대중의 시 ‘가면 인생’이다.子貢問君子. 子曰 “先行其言而後從之.” 자공이 군자에 대해 물었다. 공자가 말했다. “말한 것을 먼저 실행하고, 그 다음에 말하는 것이다.” ‘논어’ 위정편 13장에 나오는 말로, 어떻게 하면 군자가 될 수 있냐는 자공의 물음
20세기는 침략과 전쟁, 그리고 지배와 억압의 시대였다. 특히 우리나라와 동아시아의 많은 나라들이 일본 제국주의에 의해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어야 했다. 동아시아의 근본적인 화해는 일본의 솔직한 역사 인식, 과거사 반성, 사죄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최근 마무리된 한·일 정상회담을 보며 뼈저리게 느낀 소회다.한·일 정상이 마주했지만 기대보단 개탄스러운 재회였다. 지소미아(GSOMIA) 정상화, 셔틀외교 복원, 반도체 소재 수출 금지 해제 등 경제·안보 분야의 관계 회복 신호는 분명했다. 하지만 한·일 정상회담의 초점이었던 강제징용과
“단풍 든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몸이 하나니 두 길을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한참을 서서 낮은 수풀로 꺾여 내려가는 한쪽 길을 눈 닿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한쪽 길을 택했습니다. (중략) 어디에선가 먼 훗날 한숨 쉬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의 일부다.‘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합니다.’ 모 가전회사의 유명 광고 카피다. 당시 인기절정의 광
“현명한 사람을 등용했는데도 위태로움과 멸망에 이르는 것은 어째서인가?” 주(周) 무왕(武王)의 물음에 태공(太公)은 “현명한 사람을 등용하면서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이것은 현명한 사람을 등용했다는 이름만 있고 실제로는 진실로 현명한 사람을 얻지 못한 것입니다”라고 답했다. 무왕이 “그 잘못은 어디에 있소?”라고 재차 묻자 태공은 “그 잘못은 군주가 작은 선행이 있는 사람을 쓰기 좋아할 뿐, 진실로 현명한 사람을 얻지 못한 데에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전한(前漢)말 유향(劉向)이 편찬한 설원(說苑)에 기록된 교훈이다.춘추(春
중장년층에게 ‘사이다’는 아련한 향수를 불러오는 추억의 한 페이지다. 밤을 꼬박 새울 정도로 마음 설레던 소풍날 김밥에 사이다 한 병이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달달하면서도 톡 쏘는 그 느낌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어 답답한 속이 뻥 뚫릴 때 ‘사이다’라고 표현한다.최원철 공주시장의 10일간 여정이 그랬다. 지난달 25일 이인면을 시작으로 지난 5일 유구읍에서 마무리된 초도순방은 한마디로 ‘화통행보’였다. 특유의 거침없는 화법과 사이다 발언으로 코로나19에 지치고 찜통더위에 지친 시민들에게 청량감을 안겼다.최 시장의 화법은 직
‘나 때문에 네가 생겨난 줄은 알지만, 내가 너를 좋아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이따금 너를 떠나보내고 싶다. 잠시의 이별 뒤 우리는 다시 만나겠지만, 며칠 동안이라도 너 없이 한번 살아보고 싶다.’ ‘욕심’이란 놈을 떼놓기 위한 시인의 처절함이 엿보인다.“행복하십니까?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역대 대선 TV토론의 손꼽히는 명언으로, 지난 2002년 제16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는 이 말 한마디로 많은 국민들의 공감을 샀다.정유재란 당시 일본에 끌려가 세계적인 도예 명가(名家)를 이룬 ‘심수관가(沈
‘꼴’은 겉으로 보이는 사물의 모양이나, 사람의 모양새나 행태를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꼴값한다, 꼴사납다, 꼬락서니 모두 볼품없다는 뜻을 지닌 ‘꼴'과 관련된 단어들이다.지금 공주시의회의 모습이 가히 ‘꼴불견’이다. 차마 눈뜨고 못 봐줄 정도로 꼴값하고 있다. 신선놀음(감투싸움)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고 있으니 참으로 가관이다. 머슴이 되겠다며 한 표를 읍소했던 게 엊그제다. 까마귀 고기를 삶아 먹었는지 당선증 잉크도 마르기 전에 시민과의 약속을 까맣게 잊어버렸으니 보기 딱하다.여야가 한 치의 양보도 없다. 그야말로 ‘아귀다툼’
“옛날 어린이들은 호환(虎患), 마마, 전쟁 등이 가장 무서운 재앙이었으나, 현대의 어린이들은 무분별한 불량 불법비디오를 시청함으로써 비행 청소년이 되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1980~90년대를 풍미했던 공익광고 문구다.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스탠리 밀그램은 뉴욕 거리 한 복판에서 실험을 했다. 연구팀 한 명이 가던 길을 멈추고 6층 창문을 올려다보자 42%의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고, 세 명이 올려다보자 60%이상이 관심을 보였다. ‘3의 법칙'이다.“나 지금 떨고 있니?" 1995년 방영 당시 ‘귀가 시계’라고 불릴 정도
정치의 요체는 국민을 등 따습고 배부르게 하는 일이다. 국민의 눈에서 눈물을 닦아 주는 것 또한 정치지도자가 갖춰야할 덕목이다.코로나19 후유증과 고물가, 고금리 등으로 민생이 어느 때보다 어렵다. 코앞에 닥친 ‘10만 붕괴’와 지역 소멸위기까지 맞고 있다. 당장 발등에 불이다.저출산 및 고령화, 원도심 공동화와 강남북 균형발전, 공실률 증가, 체류형 관광도시 조성, 기업 및 공공기관 유치, 청년 일자리 창출 등 해결할 난제들이 수두룩하다.당선인들이 모든 역량을 쏟아 부어도 지금의 위기를 제대로 벗어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그야말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이 다가왔다. 이제 유권자의 시간이다. 시장·도지사 등 다른 지방선거에 비해 관심은 덜 받지만 1일 전국 17개 시·도의 지방교육을 책임질 수장을 뽑는 교육감 선거가 함께 치러진다. 교육감이 교육에 미치는 영향은 가히 절대적이다. 교육감은 학교를 새로 세울 수도, 없앨 수도 있다. 어디 그뿐이랴. 유아교육을 비롯해 초·중등교육과 평생교육을 책임지며 ‘교육 대통령’으로 불리는 이가 교육감이다. 교육자치가 확대되고 교육권한이 중앙정부에서 지방에 이양되는 작업이 진행되면서 앞으로 교육감의 위상과 권한은 더욱 확대될
“천황폐하께 신임장을 제출해야 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한 강창일 전 주일 대사가 일본에 부임하면서 한 말이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시절 천황 대신 일왕이란 표현을 쓰자고 주장해 일본 측 반발을 샀던 그다. 1998년 김대중 정부 이후 외교 석상에서 정부의 공식 용어는 ‘천황’이었다. 그런데 굳이 ‘일왕’으로 바꾸자고 했다가 대사가 되자 입장을 180도 바꿨다.“2015년 위안부 합의는 정부 간 공식 합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해 신년회견에서 불과 4년 전 “합의에 중대한 흠결이 확인된 만큼 새롭게 협상해야 한다”고 했
[금강일보 이건용 기자] 시인 여태천은 ‘변명’에서 ‘오늘 나의 두 번째 미소는 거짓이다. 그것은 마치 오래 신은 양말이 조금씩 흘러내리는 것처럼 불편하게 이루어진다. 나는 일부러 모른 체한다. 한밤중에 당도한 손님처럼 부끄럽게 얼어붙은 두 다리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했다.권경인 시인은 ‘변명은 슬프다’라고 했다. ‘말이란 할수록 많아지는 법. (중략) 이 골짜기 저 능선 바람의 길에도 도가 있으니, 무릇 생명 있는 것들의 고통 속에도 길이 있으리라. 공중에서 끊임없이 몸을 바꾸는 잠언 몇 줄기 깨어진 영혼의 아픈 틈을
[금강일보 이건용 기자] ‘새 포도주를 낡은 부대에 넣지 아니하나니, 그렇게 하면 부대가 터져 포도주도 쏟아지고 부대도 버리게 됨이라.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넣어야 둘 다 보전되느니라.' 금강 공주보(洑)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공주보 존치를 공약했다. 대선 후보 당시 공주를 찾아 정부의 보 해체 결정에 “어림 턱도 없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보를 지켜내는 일뿐만 아니라 제2 금강교의 조속한 완공도 약속했다. 경북 상주 유세에서도 문 정부의 4대강 보 사업에 대한 폄훼와 해체에 분명한 반대의 뜻을 밝혔다
[금강일보 이건용 기자] 2만㎞가 넘는 거리를 돌아 만신창이가 되도록 사투를 벌이는 연어의 회귀(回歸) 본능은 신비이자 감동이다. 여우도 마찬가지다. 미물도 이럴 진데 사람인들 더 일러 무엇 하랴. 수구초심(首丘初心)은 인지상정이다.‘고향이 그리워도 못가는 신세, 저 하늘 저 산 아래 아득한 천리 언제나 외로워라 타향에서 우는 몸, (중략)고향을 떠나온 지 몇몇 해던가 타관 땅 돌고 돌아 해매는 이 몸, 꿈에 본 내 고향을 차마 못 잊어.’ 실향민들의 애환과 아픔을 절절하게 표현한 ‘꿈에 본 내 고향’ 노랫말이다.실향민들만큼이나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