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평 안 되는 땅에서 자라고 있는 작물들을 바라본다. 덕지덕지 잎을 달고 꽃을 피우며 자라고 있다. 고추를 이식한 지 얼마 안 되어 오 척이나 되게 컸다. 꽃을 피우면 반드시 열매가 맺힌다. 종족 번식 본능이라 말해야 하는가. 튼실한 열매를 위해서는 밑 부분의 잔가지를 쳐주는 용단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도 가지를 늘여 수많은 꽃을 피운다. 꽃의 수효대로 고추가 열리는데 크고 튼실한 열매가 적다. 각선미를 자랑할 만큼 밑부분을 가지런하게 쳐주면 윗부분에서 맺게 되는 열매는 바라는 대로 굵고 튼실하다.밭 주위에 감나무가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6월 26일 서울과 충남의 학생인권조례의 폐지청구에 대해 심의하고, 서울특별시의회와 충청남도의회 의장에게 학생인권조례를 존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표명하였다.인권위는 서울시와 충청남도에서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되면 헌법과 국제인권규범의 인권보장 요청에 반하고, 학생인권 침해구제의 공백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학생인권 사무의 체계적‧안정적 수행 저해의 우려가 크다고 보았다.학생인권조례는 헌법과 교육기본법 등 국내법과 국제인권규범이 보장하고 있는 아동의 권리, 그중에서도 학생이 학교에서 생활하면서 보호받고 스스로
정해진 시간과 공간을 일탈 없이 산다는 것만큼 지루한 인생은 없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출근하고 같은 사람과 만나고 또 같은 공간으로, 그럼에도 우리가 이 지루한 일상을 견디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은 반복된 삶 안에서 마주치는 의도하지 않은 일, 어쩌면 우리가 모르고 지나쳤을 우연들이 있기 때문이다.철도는 우리의 삶과 닮아있다. 정해진 시간과 장소를 짜여진 일정에 따라 약속된 경로 위로만을 반복해야 하는 열차에는 무수히 반복된 일상을 사는 군상들이 서로 부딪치며 ‘우연(偶然)’을 만들어 낸다.‘반복과 우연, 열차를 움직이는 힘.
우리 민족 최대 명절 중 하나인 추석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추석하면 송편, 차례 음식, 친인척은 물론 고향 친구들과의 만남 등 많은 것들이 생각나지만, 그중에서도 TV를 통해 선물 꾸러미를 들고 고향을 찾아가는 귀성객들의 설렘 가득한 표정의 인터뷰가 떠오른다. 최근 몇 년간 코로나19로 인해 명절에도 고향을 찾지 못하였으나, 이번 추석은 코로나19가 비교적 안정되고 정부에서 10월 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여 6일간의 긴 연휴로 인해 더욱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찾아 지인들과 그동안 못 나누었던 정을 듬뿍 나눌 것으로 예상된다.최
노동법상 직장내 괴롭힘 방지제도가 시행된 지 4년이 넘어서고 있다. 동 제도의 시행으로 인해 각 사업장에서 노동인권이 향상되고 노동존중의 문화가 조성되는 긍정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다만, 부정적 영향도 있다. 직장내 괴롭힘에 대한 노사 간 분쟁이 첨예하고 소모적인 경우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직장내 괴롭힘 사건은 단순히 사적 문제로 치부하기에는 괴롭힘으로 인하여 해결되지 않는 앙금과 직원들의 사기저하 등 조직 내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장내 괴롭힘 사건은 아주 사소한 것으로 인해서 시작되는 경우가 대부분이
빚도 자산이라고 했던가. 그말이 진짜라면 청년들은 부자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중소기업 혹은 중견기업 대표들의 입장에선 빚도 자산일 수 있다. 그러나 사회생활을 이제 시작한 청년들의 입장에선 ‘빚은 빚’일 뿐이다.요즘 청년들의 슬픈 자화상으로 삶의 가치마저 포기하게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 미래의 주역들의 삶이 고단해진 지 오래됐다.사회에 첫 발을 내딛자마자 빚에 시달리는 청년들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대출금을 갚지 못하고 연체의 늪에 빠지면서 파산의 위험에 직면하는 경우가 주변에 비일비재하다.여
“그리운 그의 얼굴 다시 찾을 수 없어도/ 화사한 그의 꽃/ 산에 언덕에 피어날지어이// 그리운 그의 노래 다시 들을 수 없어도/ 맑은 그 숨결/ 들에 숲속에 살아갈지어이// (…) 그리운 그의 모습 다시 찾을 수 없어도/ 울고 간 그의 영혼/ 들에 언덕에 피어날지어이”(신동엽, 산에 언덕에)나는 지난 9월 17일 내가 참으로 사랑하고, 아끼고, 기대가 컸던 젊은 박종관 님을 상주시민장례식장에서 조문하고 왔다. 무수히 많은 국화꽃으로 장식된 그의 얼굴사진은 화사하게 웃고 있었다. 그러나 내가 바라보고, 눈물을 흘리고, 아파하고, 힘
우리는 종종 '나를 규정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 앞에 서성일 때가 있다.“나는 과연 누구이고 어디서 왔으며 나를 이루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나’라는 한 사람의 실체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되는 순간 말이다. 존재를 규정하는 것은 무엇이며, 진짜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을 갖고 있다면 영화 ‘한 남자’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 영화 ‘한 남자’는 이런 의문을 갖고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주인공 X에게서 자신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됐으며 제46회 일본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 포함 8
우화등선(羽化登仙) 위해땅 속에서 나무즙 빨며7년을 견디었네애벌레가 된 나빛을 찾아 어둠을 뚫었네.남은 시간 많지 않네나무줄기 올라허물 벗는 날개돋이날개 짓을 하며 하늘을 나네짝짓기 못한 채 이승을 마감하면땅 속에서 견딘 인고의 세월허사(虛事)가 되고 마네짧고 굵은 삶을 위하여절박하고 애절한 나의 구애(求愛)사랑 노래 부르네, 밤낮으로 부르네영조 때의 문신 이정신(李廷藎)은 청구영언(靑丘永言)에서 매미의 고어인 ‘매암’과 ‘쓰르람’의 울음소리를 듣고 초야에 묻혀 사는 즐거움을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매암이 맵다 울고 쓰르람이 쓰다 우
청년취업 문제가 점점 고질화됨에 따라 우리 사회에 큰 짐이 되고 있다. 오래전부터 청년취업에서 가장 많이 지적되고 거론되었던 문제가 ‘미스매칭’에 대한 것이다. 청년들이 취업하고 싶어 하는 일자리와 기업에서 구인하고 싶은 인력이 서로 맞지 않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어 난제 중의 난제로 꼽힌다. 미스매칭 해결책은 정부가 경제 활성화를 통해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청년들은 기업이 원하는 능력을 갖추면 해결될 문제이다. 하지만 이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이 녹록지 않아 오래된 숙제로 아직 남아 있다.최근 청년취업에서 급격히 부각되고 있는
오래전 일본 학자들과 식사하는 자리에서 나온 얘기다. 자신들은 아무에게나 ‘센세(先生)’란 호칭을 쓰지 않는다며 당시 학계의 학문적 권위 있는 몇몇 교수들을 지목했다. 일본에서 센세란 단순히 우리가 말하는 교사, 선생님의 의미가 아니란다. 학식과 덕망이 특별히 높은 사람을 가리킬 때 사용한다고 한다. 반면 중국에서 쓰는 씨앤셩(先生)이란 영어식의 ‘미스터’ 정도에 해당한다. 우리 식의 교사, 선생님의 의미는 라오스(老師)라 표현한다. 이렇듯 같은 한자문화권이면서도 한중일 삼국의 스승, 교사, 선생님에 대한 표현은 각기 다르다.아무리
이른바 카르텔 전성시대인가. 독과점 이익을 위한 기업들의 부당한 담합 행위를 가리키는 말이 윤석열정부에서는 모든 분야에서 우선 척결해야 할 이권 집합체가 되었다. 킬러문항이 어쩌고 하면서 난리를 피우더니 사교육 이권 카르텔이 등장하고 일타 강사들은 졸지에 세무조사로 홍역을 치렀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약탈적인 이권 카르텔을 발견하면 과감하게 맞서 싸워달라고 주문한다.대덕특구를 포함해서 과학기술계도 아닌 밤중에 이권 카르텔 문제로 끙끙 앓고 있다. “나눠먹기식, 갈라먹기식 연구개발사업은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난
또다시 교사들이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극단적인 선택의 원인은 일부 학부모들의 집요한 괴롭힘과 악성 민원으로 밝혀졌습니다. 더 충격적인 것은 단순한 민원이 아니었습니다. 학부모와 교사의 관계가 아닌 흡사 일진의 학생이 힘이 약한 학생을 지속적으로 괴롭혔던 것처럼 학부모의 행태는 한 인격체를 말살하고,상대를 저주하고, 교묘하고 악랄하게 괴롭혔습니다.도저히 지금의 상황을 가만히 지켜볼 수가 없습니다. 자칫하다가는 교사들의 죽음은 베르테르 효과로 확대되어 일부 우울감을 가진 교사들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끼칠 것
‘더위가 멈춘다’는 처서가 지났지만, 장맛비와 무더위 속에서도 돈암서원(遯巖書院) 곳곳은 100일 동안 꽃이 피고 지는 배롱나무꽃 분홍빛이 지천이다. 입덕문(入德門)을 통해 서원 안으로 들어가자 오른쪽 배롱나무가 제일 먼저 나를 반겨 준다. 서원의 예스러운 한옥과 배롱나무꽃이 어우러져 그림같은 풍경을 선물한다. 이는 보는 이들의 마음을 설레게 해 이른 시각부터 사진 애호가는 물론 관람객을 불러 모은다. 배롱나무는 나무껍질이 매끈하기 때문에 청렴결백한 선비를 상징한다고 해서 옛부터 서원이나 정자 옆에 심었다고 한다.돈암서원은 본래 현
그는 시를 맛깔나게 쓴다. 젊은 시절 노동운동에도 발을 들여놓았었다.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잘 꿰고 있다. 거기에다 웃음이 많다. 현역기간을 최대한 늘리려 노력하고 있다. 더 높이 오르기보다는 오랜 기간 지금과 같은 일을 계속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그는 웃음이 많다.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하하표’ 남자다. 웃음을 보여주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그는 특히 ‘3ㅁ’을 좋아한다. ‘만나서, 말하고, 먹고 마시고’를 좋아한다. 노래도 잘 한다. 몸의 유연성도 좋다. 늘 웃는 얼굴이다. 같이 자리하다 보면 배꼽
교육부가 올해 도입한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선도학교 사업이 1학기에 대상학교 선정을 마치고 관련 교사들의 연수를 거쳐 2학기 들어서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디지털 선도학교로 지정된 학교는 모두 351개교에 이르며, 학교를 이끌어갈 터치 교사단도 지난달 말 출범식을 가졌다. 이들 학교와 교사단은 앞으로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맞춤 교육을 구현하고, 학생들과의 인간적인 연결을 통해 성장을 이끄는 활동한다.디지털 선도학교는 학교별로 특성에 맞게 사업을 진행하게 되는데, 2학기부터 인공지능(AI) 코스웨어를 활용한 교
최근에 양식 있는 지성인들은 분열과 패망을 걱정하는 편이다.무뢰한 정치인들은 눈앞의 이해관계로 끊임없는 반목과 분열 그리고 소모적인 논쟁으로 일삼고 있지만, 국가를 걱정하는 사람들에게는 크나큰 근심거리이다.몇 년 전, BBC에서 ‘국가별 분열에 대한 인식’에 대해 조사한 것이 있었다. 유럽국가들은 대부분 ‘현지인과 이민자의 갈등’ 때문인 것으로 나타나고 중국, 일본, 한국은 ‘빈부격차’를 분열의 원인들로 꼽고 있었다.이 조사에서 관용성 측면을 묻는 질문으로 “다른 배경, 문화, 견해에 대해 얼마나 관용적이냐”에 대해 20%만 ‘매우
노인들은 남루하게 늙지 않기를 소원한다. 낡아지지 않고, 익어가기를 원한다. 낡는다는 것은 부패(腐敗)요, 익어간다는 것은 발효(醱酵)다. 이런 시가 있다. “아름답게 늙어간다는 것/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욕망의 가지를/ 피를 토하는 아픔으로 잘라내는 일/ 혈관의 동파에도 안으로 조용히 수습하여/ 갈라진 우리들의 마른 강물에/ 봄비가 되어 주는 일// 그리하여 너 혹은 나의 처진 어깨를 펴주고/ 가끔은 나를 벌려 우리를 사랑하는 일이다./ 추하지 않게 주름을 보태어 가는 일/ 하루하루의 소중함을 모르고 지난 날들이/ 다만 슬펐을 뿐”
며칠 전 뜻밖의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대전을 특별자치시로 바꾸려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는 뉴스였다. 그것도 이번 정기국회에 제출한다는 것이다. 갑자기 특별자치시로 바꾸려는 이유가 “말뿐인 과학수도를 넘어 진정한 과학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생뚱맞은 소식에 어찌 된 것인지 꼼꼼히 살펴보니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주동
‘인 더 더스트’재난영화를 본 적이 있는가. 미세먼지로 인해 불어닥친 환경에 인간이 어떻게 극복하는지 그 과정을 그린 프랑스 영화로 차오르는 미세먼지를 피해 높은 곳으로 도주하는 장면이 나온다. ‘미세먼지가 정말로 세상을 덮치는 날이 올 수도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먼 훗날의 얘기라고 답할 것이다. 영화가 현실을 반영한다는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이는 다가올 미래에 대한 경고일 수 있다. 최근 지구촌 곳곳에서는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경고하는 대형 산불과 강력한 토네이도, 홍수와 태풍, 지진 등 메가톤급 자연재해들로 인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