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씨가 죽고 나서 1980년 5월 17일 전두환 신군부가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했을 때까지를 이른바 ‘서울의 봄’이라고 부른다. 나는 그때 대학에 입학했다.박정희 씨의 18년 군사독재가 끝났다고, 대학가는 온통 민주화의 열기가 뜨거웠다. 유신정권이 만든 학도호국단 체제는 자연스럽게 사라졌고 총학생회가 부활했다. 교정에서는 연일 집회가 열렸고 독재 정권 아래 지하에서 활동했던 이념 서클들이 공개적으로 신입 회원들을 모집하기도 했다. 선배들은 교양과목 강의실로 찾아와서 저마다 동아리를 소개하느라 바빴다.
갑골문에 나온 가르칠 교(敎)는 매듭을 상징하는 효(爻)와 아이(子), 그리고 매를 든 아버지 또는 회초리를 상징하는 복(攵)자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서 매듭은 끈이나 새끼로 엮은 모양의 결승(結繩)문자이니 가르칠 교자는 아버지가 회초리를 들고 아이에게 글자를 가르치는 모습이다. 배울 학(學)자는 매듭과 양손, 집(宀), 아이로 이루어져서 있어서 아이가 집에서 매듭, 곧 문자를 양손으로 다루는 모습이다. 교와 학의 공통점은 매듭(문자공부)이고, 다른 점은 행위 주체로, 교의 주체는 아버지이고 학의 주체는 아이란 점이 다르다. 글자만
고독사란 가족, 친척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홀로 사는 사람이 자살, 병사 등으로 혼자 임종을 맞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시신이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 발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1인 가구가 증가하는 등 사회적 변화에 고독사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2017년부터 2021년까지 고독사 발생 건수는 증가일로를 걷고 있다. 2021년에만 무려 3300여 명이 쓸쓸한 죽음을 맞이했다. 전체 사망자 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 내외 수준으로 높아졌다.고독사의 주요 원인은 자살과 병사다. 과거에는 병사가 대부분이었지만 자살 비중이 높
갑자기 추워진 날씨, 조금은 이른 듯 쇼핑몰에 등장한 크리스마스 소품들을 보면서 이 영화를 떠올리게 되었다. 2001년 개봉한 피터 첼솜이 감독의 영화 '세렌디피티'다. ‘우연한 행운’을 뜻하는 세렌디피티. 우연이 겹치면 그것은 행운이 되는 것일까.크리스마스 이브, 사라와 조나단은 뉴욕 블루밍스데일 백화점에서 각자의 연인에게 줄 선물을 고르는 중이었다. 우연히 같은 장갑을 고르게 되었지만 검정색 캐시미어 장갑은 그 매장에 남은 마지막 하나였다. 하나밖에 남지 않은 장갑을 조나단이 양보해 사라가 장갑을 사게 된다. 장갑을 양보해준 조
‘설레임’이라는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아이스크림을 즐겨 먹는 편이 아닌데 어떤 기회가 되어 ‘설레임’을 손에 넣게 되었다. 처음에는 속까지 얼어 있어서 한참을 기다리고 나서야 먹을 수 있었다. 뚜껑을 돌려 열고 빨아서 먹는 크림이다.한참을 먹으며 생각하니 내가 엄마 젖을 빨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되었다. 갓난아이 시절엔 엄마 젖을 먹으면서도 행복하다는 사실을 몰랐었다. 배고프다고 울면 엄마는 젖꼭지를 내 입에 물렸을 것이다. 그리고 배불리 젖을 먹고 나서는 놀든지 자든지 그랬겠지. 그 순간이 얼마나 행복했었겠는가. 나나 엄마
필자가 경영하고 있는 투비유니콘은 에듀테크 벤처기업으로서 지난달 정식 출범한 사단법인 DX교육데이터협회에 창립회원으로 가입했다. DX교육협회는 미래교육을 위한 디지털 대전환을 선도해 나가기 위해 시도교육청, 교육기관과 각 분야 전문가, 관련 기업들과 함께 연구와 공론화의 장을 통해 미래교육을 선도해 나가자 목적으로 설립됐다. 미래교육의 핵심 키워드인 ‘큐레이션(Curation)’으로 수많은 정보 가운데 학습자에게 필요한 정보와 콘텐츠를 선별, 제공하여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개인별 맞춤형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협회가 꿈꾸
초등학교 입학생 수가 사상 처음으로 40만 명을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의 저출산 상황을 보면 머지 않아 30만 명대도 밑돌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가 한국의 인구 감소가 중세 유럽의 흑사병 창궐 당시보다 심각한 수준이라고 경고할 정도이니 저출산 문제는 초등학교 입학생 감소뿐만 아닌 국가 존망과 관련된 중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2016년생이 입학한 올해 초등학교 1학년생의 경우 40만 1752명으로 40만 명을 겨우 넘겼지만 내년에 입학하는 2017년생은 35만 7000여 명으로 5만 명 가
◆벤치를 찾아서아랍에미리트 연합을 구성하는 7개 토후국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두바이는 면적은 협소하지만 이런저런 신기록과 뉴스거리로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데 주로 최대·최신이라는 수식어를 동반한 기록 경신과 연관되어 있다. 세계 최고층 빌딩, 가장 화려한 호텔, 최대의 실내 수족관, 어마어마한 인공 섬 그리고 최대 규모 쇼핑몰에 이르기까지 척박한 환경에서 오일 머니로 이룩한 갖가지 신기록은 새로운 강자가 나타나 그 기록이 깨질 때까지 유지될 것이다.두바이 몰, 2008년 11월 완공되었는데 엘리베이터 95대, 150개 에스
대한민국은 다른 나라의 침략으로 식민지 시대를 겪었고 서로 다른 이념으로 전쟁을 치렀던 국가이다. 그 전쟁에서 16개국의 도움으로 현 체제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전쟁 후 다른 나라로부터 원조를 받았던 나라에서 다른 나라를 도와주는 국가로 발전한 세계의 유일한 국가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산업화와 민주화를 모두 성공한 유일한 국가라는 가치에 긍지를 갖고 살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에 살아가고 있는 많은 사람은 나와 비슷한 자긍심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2023년 한 해를 보내면서 많은 사람은 국가에 대한 가치와 자긍심을 갖
올해도 어김없이 사랑의 온도탑이 켜졌다. 겨울의 전령사인 ‘희망 2024 나눔 캠페인’이 일제히 시작된 것이다. 모금은 내년 1월 31일까지 두 달 동안 진행된다. 아무쪼록 남녀노소의 온정이 답지해 각박한 세상이라지만 주변을 돌아볼 줄 아는 이웃 사랑 DNA는 메마르지 않았음을 보여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기부는 결코 거창한 결심이 필요한 게 아니다. 가진 걸 조금 나눔으로써 몇 곱절의 포만감을 누릴 수 있음을 해 본 사람은 안다.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지난 1일 ‘희망 2024 나눔 캠페인’ 출범식과 사랑의 온도탑 제막식을 개최했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도시재생에 대한 이슈들이 도시마다 빈번했었다. 낙후된 마을을 싹 갈아엎어 아파트를 짓자는 사람들과 우리가 살아온 흔적들을 어찌 다 지울 수 있냐며 고쳐 써야 한다는 의견들이 분분했었다. 그나마 교통과 학군, 도시중심부 마을은 사업성이 있어 재건축, 재개발사업으로 대규모 아파트를 짓거나 준비 중에 있지만 그렇지 않은 지역들은 언제 또다시 불어올지 모를 부동산 광풍만 바라보며 10년이고 20년이고 기다리는 눈치다. 사람들이 입에 오르던 ‘자고 나면 프리미엄이 얼마가 올랐네.’ 하던 시절을 경험한 사람들에게 낡은 집
대전경찰청이 전세사기를 최우선 과제로 선정하고 총력 대응을 선언했다는 보도다. 대전지역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계속되는 신속 수사 및 대책 마련 촉구에 대한 응답 형식이기는 하나 척결 의지로써 공권력의 존재 이유를 표명한 경찰의 행보에 눈길이 간다. 전세사기에 대응하는 경찰의 임무는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에 있다. 청년들의 고혈을 짜낸 전세사기범들을 남김없이 솎아 합당한 처벌과 구제로 이어질 수 있도록 역량을 발휘해 주길 바란다.대전경찰청은 30일 기자 브리핑을 열고 지역 내 전세사기 전말을 공개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기준
사기(史記)의 공자세가를 보면 “공자는 말년에 ‘역(易)’을 좋아해서 ‘단’, ‘계사’, ‘상’, ‘설괘’, ‘문언’ 등을 서술했으며 ‘易’을 읽었을 때 죽간을 묶고 있던 가죽 끈이 세 번이나 끊어졌을 정도였다”(韋編三絶)는 말이 나온다. ‘易’은 천지에 부합하기에 천지의 도를 포괄할 수 있다. 하늘을 우러러 천문(天文)을, 땅을 굽어 보아 지리(地理)를 관찰했기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이유를 알게 된 것이다. ‘역전’의 저자에 따르면 ‘역경’은 전체 세계의 원리를 포괄하기 때문에 당연히 하늘과 땅 사이에서 삶을 영위하는
최근 참여했던 학회에서는 일회용 종이컵 대신 다회용 컵을 제공하였다. 환경을 보호한다는 취지가 좋아서인지 사용한 컵을 집으로 가져가는 회원들이 적지 않았다. 이렇듯 ‘친환경’은 환경오염 문제와 식량 위기가 높아질수록 그 중요성이 더해지고 있으며 특히 탄소 중립 관련 정부 정책이나 실천 방법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농축산 분야는 국가 전체로 봤을 때 온실가스 배출 비중은 약 2.9%로 높지 않지만 그렇다고 탄소중립 실천의 예외는 될 수 없다. 일반적으로 농업의 생산성은 기상 조건에 영향을 많이 받으므로 온난화가 가속화될수록 이로 인
‘꽃으로라도 때리지 말라’는 말처럼 폭력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대상이 아이들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심리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를 비롯해 많은 심리·발달학자들이 말하듯 아동기는 발달과 성격 형성에 있어 매우 중요한 시기다. 이 시기에 학대를 당하면 자아개념과 자아존중감 형성에 어려움이 있고 여러 가지 정서적 문제가 나타난다. 심할 경우 성인기까지 후유증이 남아 가정, 사회, 부모역할 수행 등의 관계 형성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그렇기에 아동학대는 결코 좌시할 수 없다. 아동학대는
교육부가 학생인권조례 대체 조례안을 제시했다. 충남 등 7개 시도교육청이 시행 중인 학생인권조례 일부 조항이 학생 인권을 지나치게 강조해 교권 침해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본 데 따른 새 교본이다. 학생과 교원, 보호자 등 교육 3주체의 권리와 책임을 명시했다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지만 일각에선 학생 권리를 후퇴시킨 조처라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다. 상대성에 근거해 교육 주체 간 권리와 책임의 균형이 바로잡혔는지 점검 또 점검할 필요가 있다.교육부는 예시안을 안내하며 “교육감과 학교장의 책무, 교육 3주체의 권리와 책임을 균형 있게
지난 9월 1일 프랑스 파리에서 뜻밖의 뉴스가 날아들었다. 그것은 바로 파리시에서 ‘공유 전동킥보드’를 전면 금지했다는 소식이었다. 파리시에서는 그동안 전동킥보드 사용으로 발생되는 불법과 질서파괴, 안전을 무시한 이용자들의 운행과 교통사고, 무분별한 주차 등의 이유로 시민들의 퇴출요구가 계속되자 지난 4월 주민투표를 실시, 투표율은 저조했지만 89%의 찬성률로 퇴출을 결정했고 이에 따라 금년 9월부터 킥보드 운행을 전면 금지했다는 것이다.이 소식이 충격적인 이유는 프랑스 파리가 유럽에서 가장 먼저 공유킥보드 운행을 시작한 도시라는
28일 열린 충남도의회 도정질문에서는 고질적인 충남의 소득역외유출 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방한일 의원(국민의힘·예산1)은 “2016년부터 현재까지 충남도의 소득역외유출률은 전국 1위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충남도민이 성장에 따른 경제적 혜택을 제대로 향유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방 의원에 따르면 충남의 2021년도 잠정 소득역외유출액은 대략 25조 원으로 역외유출률이 20.4%에 달하는 등 거의 매년 소득역외유출률 전국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충남은 2016년부터 많게는 30조 원, 적
민주주의까지 갈 것도 아니다. 사람들이 나라를 하고 함께 살게 되는 한은 언제나 모든 권력이 분산되고, 지역도 고루 살 수 있도록 정리되고 배치되어야 한다. 물론 안타깝게도 우리 역사는 중앙집중을 핵심으로 하는 정치체제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사람은 낳아서 서울로 보내고, 말은 제주도로 보내라’는 슬픈 말이 이어져오기도 했다. 그래도 교통수단이 아직 열악하고 문명의 이기가 덜 퍼졌을 때는 지역은 그 나름으로 버텨나갔다. 그런데 모든 것이 편리해지고 출중하게 발달하였다는 지금은 완전히 중앙집중화가 아주 극심해졌다. 그러다보니 넋빠
우리암. 그가 선교사로서 이 땅을 찾아온 지 117년 만인 올해 그의 후손 11명이 대한민국의 땅을 다시 밟았다. 그들은 국가유공자의 후손으로서 정부가 수여하는 건국포장을 받기 위해 지난 여름 서울에 왔다. 건국포장을 받은 이는 그들의 증조부인 영명학교 설립자 우리암 선교사, 미국 이름으로는 프랭크 윌리엄스이다. 지난 1906년 미국에서 당시 충청도의 중심 도시였던 공주에 선교사로 와 영원한 빛이 되기를 염원하면서 ‘영명학교’를 설립한 우리암 선교사가 117년 만에 국가유공자로 인정을 받은 셈이다.그는 영명학교에서 유관순 열사와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