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일보 이건용 기자] 한국인에게 정(情)은 각별하다. 정(情)은 한국인의 정체성이자 문화코드다. 한국인의 피 속에 면면히 흐르는 삶의 원형이자 뿌리다.정은 사람과 사람 간의 끈끈한 유대다. 마음의 훈기요, 인간다움 그 자체다. 정이 들면 곰보자국도 보조개로 보이고, 굶어도 정만 있으면 살고, 타향도 정들면 고향이 된다. 그 놈의 정이 원수지만 미운 정도 정으로, 미워하려야 미워할 수 없는 애정이 담겨 있다.요즘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한국 드라마 ‘오징어게임’ 또한 한국인의 정서에 흐르는 스토리텔링의 힘을 입증하고 있다. 동서
[금강일보 이건용 기자] ‘오직 한 가닥 타는 가슴속 목마름의 기억이 네 이름을 남 몰래 쓴다 / (중략) 떨리는 손, 떨리는 가슴, 치 떨리는 노여움이 신새벽에 남몰래 쓴다 /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 민주주의여 만세.’1975년에 발표된 김지하의 시 ‘타는 목마름으로’의 일부다.지금 공주 땅은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목소리로 쩌렁쩌렁 울리고 있다. 반민주주의적인 사회현실에 숨죽여 흐느꼈던 공주교대 구성원들이 전면적인 단체행동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5만 5000여 졸업 동문들은 물론 시민들까지 지금의 사태
[금강일보 이건용 기자] 공주시의 인구 늘리기 정책이 ‘백약무효’(百藥無效)다. 매년 막대한 혈세를 쏟고 있지만, 인구는 갈수록 감소해 ‘10만 붕괴’가 초읽기에 들어갔다.지난 1965년 20만 4207명을 정점으로 계속적인 인구감소 추세를 보여 현재는 반 토막이 난 상태다.통계청에 따르면 8월 현재 10만 3386명으로, 지난해 말 10만 4545명과 비교하면 1159명 줄었다. 특히 민선 7기 출범 직전인 2018년 6월 10만 7526명과 비교하면 4140명 주어든 수치로, 김정섭 시장의 인구정책이 기대만큼의 효과가 나타나지
[금강일보 이건용 기자] 견월망지(見月亡指). 달을 봤으면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은 잊으라는 뜻이다. 누군가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켜 보이는데 정작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만 쳐다본다면 이보다 망측한 일이 있을까?환경부의 발표가 그랬다. 농민들의 호소와 아우성을 애써 외면한 정도를 넘어 깡그리 무시했다. ‘사실무근’이라며 농민들의 가슴을 후벼 팠다. 당장 농민들이 들고 일어날 태세다.환경부가 내세운 논거는 더 걸작이다. 한마디로 가관이다. 공주보 개방 이후인 2018년~2020년 전기료를 비교했더니 문제가 없다고 했다. 책임회피의 비겁한
[금강일보 이건용 기자] “유레카!?유레카!” 기원전 시칠리아의 왕 히에론 2세는 순금으로 왕관을 만들게 했다. 그런데 그 금관이 과연 순금으로 만든 것인지 의심을 품고 아르키메데스를 불러 금관의 순도를 알아내도록 했다. 왕관을 녹일 수도 없고 몇날며칠을 고민하던 그는 어느 날 목욕탕 욕조에 몸을 넣자 물이 차오르는 것을 보고 아이디어가 떠올라 흥분한 나머지 ‘유레카(알아냈다)’를 외치며 옷도 입지 않은 채 거리로 뛰쳐나갔다.대단한 발견이랄 것도 없이 흥행의 키워드는 이야기다. 탄탄한 스토리 즉 희곡이던 시나리오가 있어야 연극을 만
[금강일보 이건용 기자] 매사 때와 장소를 가릴 줄 알아야 한다. 난세였던 춘추전국시대 겸애(兼愛)와 비공(非攻)을 외치며 천하를 누빈 묵자(墨子)의 첫 번째 가르침 또한 ’지혜로운 사람은 때와 장소, 사람을 가릴 줄 안다‘고 했다.중국 한나라 때의 문장가인 양웅(楊雄) 또한 해조(解嘲)라는 글에서 ‘할 만한 일을 할 만한 때에 하면 좋은 결과가 있게 된다. 그러나 해서는 안 될 일을 해서는 안 될 때에 하면 흉한 꼴을 보게 된다’(爲可爲於可爲之時 則從, 爲不可爲於不可爲之時 則凶)고 했다.무슨 일을 하던 때와 장소를 잘 가릴 줄 알
[금강일보 이건용 기자] 당나라 때의 대표적 시인 이백(李白)이 끝도 없는 글 읽기에 진력이 나자 하산을 결심하고 집으로 향했다. 어느 냇가에 이르러 바윗돌에 도끼를 가는 노파(老婆)를 만나 호기심에 물었다. 바늘을 만들기 위해 도끼를 갈고 있다는 말에 깔깔 웃자 도중에 그만두지 않고 열심히 갈다 보면 도낀들 바늘로 만들지 못할 리가 없다고 했다. 노파의 꾸준한 노력에 크게 감명 받은 이백은 다시 산 속으로 들어가 학문에 정진했다. 당서(唐書) 문예전(文藝傳)에 실려 있는 ‘마부작침’(磨斧作針)의 고사다.수적천석(水滴穿石). 우리
[금강일보 이건용 기자] 오자서(伍子胥)는 간신배들의 모함으로 아버지와 형이 초(楚) 평왕(平王)에게 죽임을 당하자 복수를 위해 오(吳)나라를 섬겼다. 마침내 오나라가 초나라를 함락시키자 그는 평왕의 묘를 파내 시신을 300번 채찍질했다. 친구 신포서(申包胥)가 그를 나무라자 “이미 해는 저물고 갈 길은 멀어 도리에 어긋난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吾日暮途遠 吾故倒行而逆施之)”고 답했다. 사마천의 사기(史記) 오자서열전(伍子胥列傳)에 기록된 ‘도행역시’(倒行逆施)는 순서에 따르지 않고 거꾸로 일을 한다는 뜻으로, 순리와 정도에서 벗어
[금강일보 이건용 기자] 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 롯데마트 여자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을 따낸 장수연 선수는 “그동안 조급증에 허덕였다. 우승 기회가 올 때마다 서두르다 망친 경기가 많았다"고 털어 놓은 바 있다.김인식 전 한화 이글스 감독 또한 팀이 최악의 시즌을 보낼 당시 “오히려 부진에서 벗어나려고 서두르다 보니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고 장탄식을 내뱉기도 했다.급히 먹는 밥이 체하고 서두르면 일을 망친다. 도시정책 또한 마찬가지다. 마음이 급하다고 뜨거운 죽을 먹을 수는 없는 일로, 입천장을 델까 겁난다. 그래서 우리 선조들은 급할
[금강일보 이건용 기자] 운동도 휴식이 필요하다. 충분히 쉬지 않으면 부상당할 위험성이 커진다. 토트넘의 ‘에이스’ 손흥민이 그랬다. 올 시즌 토트넘이 치른 EPL 전 경기에 출전하는 등 혹독한 일정 끝에 쓰러졌다.휴식 없이 강행군을 시킨 무리뉴 감독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고, 손흥민이 한·일전 축구 국가대표팀 명단에서 제외됐다는 소식에 영국 현지 팬들은 반색했다. “가장 기쁜 소식", “무엇보다 부상 회복이 중요하다”. “휴식이 필요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팬들의 바람대로 천금 같은 A매치 휴식기를 가진 손흥민은 내달 4일 뉴캐슬
[금강일보 이건용 기자] 2031년 어느 봄날 공주시 공무원 모집공고가 이렇게 떴다. 응시자격은 3년 이상 공주시에 주소를 둔 자. 셋 이상의 형제자매가 있는 다둥이 가정 우선 채용 및 가산점 3% 부여.가상의 시나리오로, '개 풀 뜯어 먹는 소리' 쯤으로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의 '인구절벽'을 생각하면 그저 웃고 넘길 일만은 아니다.이대로 가다가는 이름도 남지 않을 수 있다는 소멸위기에 처한 지자체들은 인구 늘리기가 아닌 인구 지키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출산장려금에 장학금은 기본이고 자동차취득세, 수도 및 전기요금 감면
[금강일보 이건용 기자] “역사의 아픔과 함께 해외에서 떠도는 우리 문화재가 많습니다. 그 일부나마 고국의 따뜻한 품안에 안겨주고 싶었어요."지난 2001년 일본 나고야에서 한국 예술품 전문화랑을 운영하던 재일동포 이화자 씨가 조선시대 석조 문화재 40점을 문화재청에 기증하면서 한 말이다.이 씨의 말처럼 고국의 품으로 돌아올 날을 꿈꾸는 우리의 문화재가 19만 3000여 점에 이른다. 박물관 외에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문화재까지 합치면 줄잡아 10배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해외로 반출된 문화재 가운데 42.4%인 8만 188
[금강일보 이건용 기자] 코로나 속에서도 어김없이 봄은 찾아왔다. 매화와 산수유 등 봄꽃이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다는 봄꽃소식이 남도로부터 전해온다.하지만 올해 역시 마음껏 봄꽃놀이를 즐기긴 힘들 것 같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으로 전국의 봄꽃축제들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전면 취소는 물론 주차장 폐쇄와 방문 자제 요청 등 관광지 방역에 안간힘을 쏟는 모습들이다.코로나 상황이 여전히 나아지지 않으면서 봄꽃축제 뿐만 아니라 올 여름축제와 가을축제들도 기약하기 어렵게 됐다. 축제를 열지 못하는 것은 아쉽지만 안전이 최우선
[금강일보 이건용 기자] “물길을 따라 올라오다 보니 경관 수려한 곳이 있어 멈춰 서게 됐다.”‘공주예찬론자’인 나태주 시인의 말이다. 필자는 일전 시 ‘풀꽃’으로 유명한 나 시인에게 서천 태생으로 공주에 정착해 누구보다 공주를 끔찍이 아끼게 된 배경에 대해 묻자 천혜의 자연경관을 꼽았다. 그중 비단을 풀어놓은 듯 아름답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금강’(錦江)의 ‘물길’은 압권이다.공주시민이라면 누구나 금강에 얽힌 사연 하나쯤은 가슴 속에 품고 산다. 가물거리는 추억의 책장을 넘기며 흐뭇한 미소를 짓기도 하고, 아스라이 잊혀 가던 추
[금강일보 이건용 기자] ‘코이라는 비단잉어는 어항에서 키우면 8㎝밖에 안 자란다. 냇물에 풀어놓으면 무한정 커진다. 너의 꿈나무처럼,’ 이혜선 시인의 시집 ‘운문호일(雲門好日)’에 실린 시 ‘코이법칙’이다. 문태준 시인은 코이라는 관상어를 보며 ‘우리의 마음을 좁은 어항에 가둘 것인가, 혹은 연못을 집으로 삼을 것인가, 아예 흐르는 물에 흘려보낼 것인가를 묻고 있는 것 같다. 편견과 시비심으로 살지 않는다면 우리 마음의 영토는 무한하게 커질 것이다. 놓아버리면 벗어나고 집착하면 묶인다고 한 까닭도 여기에 있다’고 말한다.2021년
[금강일보 이건용 기자] 3차 긴급재난지원금에 이어 4차 긴급재난지원금 도입 논의가 일고 있다. ‘긴급재난’ 상황이다. 엄중한 위기 사태 속에 모두가 웅크리고 있다. 축제도 마찬가지로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겨울축제 화천산천어축제가 끝내 취소된데 이어 인제빙어축제, 대관령눈꽃축제, 안동 암산얼음축제, 자라섬 씽씽겨울축제, 산청군과 함양군의 곶감축제 등도 줄줄이 취소됐다. 관광객 유입으로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취소 배경이다.한데 ‘내 갈길 가겠다’며 나 홀로 독야청청(?) 고집부리는 이가 있다.
[금강일보 이건용 기자] “권력은 인간을 타락시키지 않는다. 그러나 어리석은 자들이 권력을 갖게 되면 권력을 타락시킨다.”영국의 극작가 겸 소설가 조지 버나드 쇼의 말이다. 영국 역사가 액턴 경은 “권력은 부패하며,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고 갈파했다.권력을 가진 자가 제대로 서지 않으면 국가도 사회도 파국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정치권력은 우리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누구나 제대로 행사되길 고대한다.의회의 존재 이유도 여기에 있다. 권력을 제대로 감시하고 견제하기 위해서다.어제 공주시의회가 한편의 로맨스 드라
[금강일보 이건용 기자] "세 번째는 죽음에 관한 것입니다. 17살 때 이런 문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하루하루를 인생의 마지막 날처럼 산다면 언젠가는 바른 길에 서 있을 것이다.’ 이 글에 감명 받은 저는 그 후 50살이 되도록 거울을 보며 자신에게 묻곤 했습니다,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면 지금 하려고 하는 일을 할 것이나? 아니오라는 답이 계속 나온다면 다른 길을 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여러분들의 삶은 제한돼 있습니다. 그러니 낭비하지 마십시오.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얽매이지 마십시오. 타인의 잡음이 여러분들
[금강일보 이건용 기자] ‘기억하지 않은 역사는 되풀이 된다’고 했던가?90년 전의 전의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1931년 충남도청이 대전으로 이전하면서 받은 보상이 금깅교(금강철교)다. 정확히 89년이 흐른 2020년 세종시에 3개 면 21개 리 76.1㎢를 떼어주고 받은 보상이 고작 제2 금강교에 머무를 판이다.당시 부동산 가액만 1조 8000억 원이 넘는다. 2012년 세종시 출범과 함께 순수하게 세종시로 넘어간 인구만도 6000명에 가깝다. 매년 교부세와 시세 손실액이 173억 원에 달하고, 시유재산 감소액 132억 원,
[금강일보 이건용 기자] 세종대왕이 만든 훈민정음 즉, 한글은 ‘위대한 유산’임에 틀림없다.한글의 우수성은 전 세계가 인정하는 바다. 세계 문자 가운데 유일하게 누가, 언제, 어떻게 만들었는지 정확하게 알려져 있다. [훈민정음 해례본](국보 70호)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이유도 이 때문이다.발성 기관의 모습을 본 따 만든 자음은 위대한 과학성을 입증하고 있다. 모음에도 깊은 철학이 담겨 있다. ‘ㆍ, ㅡ, ㅣ’는 하늘과 땅과 사람을 뜻한다.과학적인 자음에 간단한 모음체계는 세계 유수의 언어학자들조차 혀를 내두르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