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은 말 그대로 먹고 마시는 것이다. 음식물은 우리 몸에 들어와 소화돼 영양분을 공급해 생명을 유지하게 한다. 음식물이 소화되는 시간은 종류에 따라 다르다. 일반적으로 4-5시간 걸리는데, 물이나 과일류는 비교적 시간이 적게 걸리고, 지방이 많은 육류는 오래 걸린다.음식물과 마찬가지로 사람의 감정도 소화 시킬 시간이 필요하다. 감정은 어떤 일이나 현상과 관련해 일어나는 마음이나 느끼는 기분이다. 긍정적인 감정과 부정적인 감정이 있다. 크게 보아 그렇고 그 안에 여러 세분화 된 감정이 있다. 긍정적인 감정보다 부정적인 감정이 우리에
움벨트(Umbelt)라는 말은 각각의 동물이 움직이는 행동반경을 말한다. 움벨트라는 개념을 처음 사용한 사람은 에스토니아 출신 생리학자인 야곱 폰 웩스쿨이다. 우리나라에는 ‘떡갈나무 바라보기’라는 책에서 이 개념이 소개되고 있다. 객관적 환경을 나타내는 ‘벨트’라는 개념으로는 다양한 동물의 활동 세계를 설명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이 말이 쓰이고 있다. 예를 들어 개미와 벌과 인간의 움벨트는 서로 다르다. 개미에게 활짝 핀 꽃은 별 의미가 없다. 어쩌면 먹이를 구하는데 귀찮게 피해가야 할 대상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벌은 다르다.
[금강일보] 지난 2017년 12월 31일 오후 7시쯤이었다. 한 해의 마지막 날, 집에 있는데 여러 생각이 갈마들었다. 처음엔 집에서 조용히 섣달그믐 밤을 보내려 했다. 그런데 내 안에 일어나는 여러 감정과 소회가 나를 집에 있게 가만두지 않았다. 나는 옷을 입고 나와 평소 자주 가던 집 근처 카페를 향했다. 걸어서 20분 남짓 걸리는 곳이었다. 길을 가는데 머릿속에 도대체 산다는 게 뭘까, 하는 의문이 툭 솟아올랐다. 아마 한 해를 보내는 마지막 날이라서 그런 의문이 떠올랐을 것이다. 그러면서 이어지는 생각. 사는 것은 어제에서
[금강일보] 앞서 말했듯 고대 그리스의 자연관은 스스로 있는 상태로서 그 안에서 나고 자라고 쇠약해 소멸하는 존재의 질서를 말한다. 이러한 ‘스스로의 운동 원리’를 갖는 자연은 동양의 노자 사상과도 맥을 같이 한다. 노자 사상에서 자연은 무위자연이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인위(人爲)가 가해지지 않은 스스로 그냥 있음을 의미한다.이러한 자연관은 중세 그리스도 신학에 의해 신(창조자)-인간-자연이라는 계층적 층위가 형성되고, 근대에 이르러 인간과 자연은 아무 관계가 없는 대립자로 객관화됐다. 따라서 심적 생명력을 갖던 자연의 아우라
[금강일보] 자연을 영어로 ‘nature’라고 한다. 영어에서 nature의 기원은 ‘태어나다(nascor)’라는 말에서 나온 ‘natura’였다. 그리스에서는 nature를 ‘피시스(physis)’라고 했다. 이 말은 피오마이(태어나다)라는 동사에서 유래하는데, 본래 ‘생성(生成)’의 의미를 뜻했다고 한다. 그래서 영어 단어 nature의 ‘nat’에는 태어나다(生)라는 의미가 들어있다.아리스토텔레스는 자연을 ‘그 자체 안에 운동의 원리를 가진 것’으로 정의한다. 이 말에 따르면 인간과 자연은 저마다 자기의 존재원리를 가지며, 오
[금강일보] 누군가의 배설물을 처리해준 일이 있는가? 나는 예전에 지금은 돌아가신 아버지가 경운기 사고로 병원에 입원해 계실 때 아버지의 똥 오줌을 받아낸 적이 있다. 아버지는 경운기를 몰다 커브길에서 운전대를 못 꺾어 냇물로 떨어지면서 가슴과 다리를 많이 다쳤다. 그러니 자연 꼼짝할 수 없이 입원을 해야 했고, 간병을 내가 해야 했다. 몸을 움직이지 못할 뿐 정신은 멀쩡한 아버지는 배설의 시간이 되면 그 난감함에 어쩌지 못하셨다. 아무리 자식이라고는 하나 배변이라는 지극히 은밀한 사적인 행위를 남 앞에서, 그것도 모든 것을 다 드
[금강일보] 절정이육사매운 계절의 채찍에 갈겨마침내 북방으로 휩쓸려오다.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서릿발 칼날진 그 위에 서다.어데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한 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다.이러매 눈 감아 생각해 볼밖에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40평생에 17차례에 걸친 체포와 투옥. 대구형무소에 수감되었을 때의 죄수 번호 264번을 빌려 ‘이육사(李陸史)’라는 호를 지은 사람. 그가 평생에 걸쳐 남긴 시는 37편. 암담한 식민지 시대의 절망 속에서 그것을 초극하려는 의지를 남성적 어조로 노래한 사람. 바로 시인 이육사(1904-19
[금강일보] 풀벌레 소리 가득 차 있었다 - 이용악우리집도 아니고일가집도 아닌 집고향은 더욱 아닌 곳에서아버지의 침상 없는 최후의 밤은풀벌레 소리 가득 차 있었다.노령(露領)을 다니면서까지애써 자래운 아들과 딸에게한 마디 남겨 두는 말도 없었고아무을만(灣)의 파선도설룽한 니코리스크의 밤도 완전히 잊으셨다목침을 반듯이 벤 채다시 뜨시잖는 두 눈에피지 못한 꿈의 꽃봉오리가 갈앉고얼음장에 누우신 듯 손발은 식어갈 뿐입술은 심장의 영원한 정지를 가르쳤다.때늦은 의원이 아모 말없이 돌아간 뒤이웃 늙은이 손으로눈빛 미명은 고요히낯을 덮었다우리
[금강일보] 고와야 한다동기춘밭김을 매던 로동의 첫날내가 마구 찍은 엉성한 이랑을 돌아보며아버지는 조용히 말했네- 김맨 뒤가 고와야 한다그제사 아버지가 앞서 나간 이랑을 보았네얼마나 고우랴 제방같이 미끈한 이랑나는 들었네 악보 같은 이랑에서곡식 포기 춤추며 웃는 소리를늦여름 새초(억새) 베러 갔던 어느 날나는 덤벼 치며 무더기만 찾았네묶어 놓은 단도 엉치가 내밀려 세울 수 없었네아버지가 보다 못해 말했네- 깐깐히 베여 곱게 묶어라나는 아버지가 일한 곳을 보았네빡빡 곱게 깎아 내는 풀판어렵지 않게 단을 채우는 그 솜씨묶어 세운 풀단들
[금강일보] 까마귀 검으나 다나이정보까마귀 검으나 다나 해오라비 희나 다나황새 다리 기나 다나 오리 다리 짧으나 다나세상에 흑백장단은 나도 몰라 하노라지난 1990년대 중반 나는 부모님 말씀을 녹음하면서 우리말 공부를 했다. 그러면서 한 가지 깨달은 게 있다. 그것은 같은 부모라 할지라도 어머니와 아버지께서 쓰시는 말이 다르다는 것이다. 내가 우리말 공부를 하기 위해 자료를 모으고, 모은 자료를 틈틈이 익히다 보니 우리말에 대한 감각이 예민해져서인지도 몰랐다. 전에는 어머니 하시는 말이나 아버지 하시는 말이 다 같은 줄 알았는데 그
[금강일보] 외로운 여자들은 최승자외로운 여자들은결코 울리지 않는 전화통이 울리길 기다린다.그보다 더 외로운 여자들은결코 울리지 않던 전화통이갑자기 울릴 때 자지러질 듯 놀란다.그보다 더 외로운 여자들은결코 울리지 않던 전화통이 갑자기 울릴까 봐,그리고 그 순간에 자기 심장이 멈출까 봐 두려워한다.그보다 더 외로운 여자들은지상의 모든 애인들이한꺼번에 전화할 때잠든 체하고 있거나 잠들어 있다. 제목이 ‘외로움’이라는 작은 책자를 만든 적이 있다. 온전한 책이라기보다는 메모할 수 있는 수첩에 가까운 크기에 외로움에 관한 단상을 적은 것
[금강일보] 답설(踏雪)서산대사눈을 밟으며 들판을 걸을 때는 (踏雪野中去 답설야중거)걸음걸이를 어지럽게 하지 마라. (不須胡亂行 불수호란행)오늘 내가 남겨놓은 이 발자취는 (今日我行跡 금일아행적)뒷사람들의 이정표가 되리니. (遂作後人程 수작후인정)이 시를 지은 서산대사(1520~1604)는 법명이 휴정(休靜)이고 호는 청허(淸虛)이다. 서산(西山)인 묘향산에 오래 머물렀다 해 서산대사라고 한다. 휴정은 40대 후반에서 60대 후반에 이르는 동안 묘향산을 중심으로 제자들을 지도했는데 그 수가 1000여 명을 넘었다고 한다. 그가 73
[금강일보] 휴지통- ? -진실로 고독한 자는놓친 것보다 버린 것이 많은 자다오늘 내가 버린 꿈들은내가 딛고 선 발자국의 깊이로 살아남고매일같이 나와서별을 보고 돌아가는 내 이마 위에생년월일을 적으면난 아무것도 아니다나는 너를 사랑하고나를 빙자하여 행하여지는 너의 사랑은나를 더없이 가난하게 하지만나는 내 명대로 살겠다우선 이 시와 관련해 먼저 몇 가지 말해둘 게 있다. 이 시의 저자를 물음표로 했는데, 실제로 나는 누가 이 시를 썼는지 알지 못한다. 그리고 내가 적은 이 시의 원문이 바른지 어떤지 그조차도 알 수 없다. 나는 이 시
시인, 아동청소년문학작가그리움 2유치환파도야 어쩌란 말이냐파도야 어쩌란 말이냐임은 뭍같이 까딱 않는데파도야 어쩌란 말이냐날 어쩌란 말이냐유치환(1908~1967) 시인의 호는 ‘청마(靑馬)’다. 이 시는 1939년 유치환의 첫 시집인 ‘청마시초’에 수록돼 있다. 유치환 시인은 경남 통영 출신으로 생명에 대한 열정을 강렬한 어조로 노래했다. 그의 시 ‘바위’, ‘생명의 서’, ‘깃발’ 등이 그러한데, 그는 동양적 허무의 세계와 애수의 정서를 극복하려는 의지를 강하게 보여준다. 이에 대해 시인은 “작품상의 그러한 경향은 자신의 본질이
시인, 아동청소년문학작가윤사월박목월송홧가루 날리는외딴 봉우리윤사월 해 길다꾀꼬리 울면산지기 외딴집눈먼 처녀사문설주에 기대고엿듣고 있다윤사월(閏四月)은 흔히 윤달이라고도 하는데, 1년에 음력 4월이 두 번 끼어 있는 걸 말한다. 양력으로 1년은 365일이고, 음력으론 354일이어서 약 11일 차이가 나는데, 3년에 한 번 혹은 8년에 세 번 윤달을 둬 양력·음력 날짜를 맞춘다. 윤달이 든 해엔 음력 4월만 두 번 끼어 윤사월은 늦봄인 양력 5~6월에 해당한다. 옛 어른들은 “윤달에는 송장을 거꾸로 세워도 탈이 안 난다”라며 묘지 이장
망향박화목꽃 피는 봄 사월 돌아오면이 마음은 푸른 산 저 넘어그 어느 산 모퉁길에어여쁜 님 날 기다리는 듯철 따라 핀 진달래 산을 덮고먼 부엉이 울음 끊이잖는나의 옛 고향은 그 어디런가나의 사랑은 그 어디멘가날 사랑한다고 말해 주렴아 그대여내 맘속에 사는 이 그대여그대가 있길래 봄도 있고아득한 고향도 정들 것일레라‘우리교육’이란 교육전문잡지가 2017년 여름호에 정영상 선생님을 특집으로 다뤘다. 정 선생님은 시인이자 미술교사로 경북 안동 복주여중에 근무하던 중 1989년 전교조 결성으로 해직돼 충북 단양에서 활동하다가 38세의 젊은
[금강일보] 세노야고은세노야 세노야산과 바다에 우리가 살고산과 바다에 우리가 가네세노야 세노야기쁜 일이면 저 산에 주고슬픈 일이면 님에게 주네세노야 세노야기쁜 일이면 바다에 주고슬픈 일이면 내가 받네세노야 세노야산과 바다에 우리가 살고산과 바다에 우리가 가네이 시는 가수 양희은의 노래로 잘 알려진 고은의 시다. 구슬픈 멜로디에 양희은의 청아한 목소리가 어우러져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세노야’는 연속극과 영화로도 제작돼 우리에게 친숙하다. 그런데 ‘세노야’라는 말과 관련해 일본 어부들이 멸치잡이 배에서 그물을 당길 때 부르던
좋은 언어신동엽외치지 마세요.바람만 재티처럼 날려가 버려요.조용히될수록 당신의 자리를아래로 낮추세요.그리구 기다려 보세요.모여들 와도하거든 바닥에서부터가슴으로 머리로속속들이 구비돌아 적셔 보세요.하잘 것 없는 일로 지난 날언어들을 고되게부려만 먹었군요.때는 와요.우리들이 조용히 눈으로만이야기할 때허지만그때까진좋은 언어로 이 세상을채워야 해요.-----------------------------내가 이 시를 처음 접한 것은 대학 2학년 때였다. 나는 서울 서라벌고를 졸업하고 대학을 충남 공주로 오게 됐는데, 처음에 나는 공주에 마음을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알렉산드르 푸시킨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슬픔의 날 참고 견디면기쁨의 날이 오리니마음은 미래에 살고현재는 늘 슬픈 것모든 것은 순간에 지나가고지나간 것은 다시 그리워지나니(이하 생략)어려서 내가 살던 시골 마을에 조그만 이발소가 하나 있었다. 허름한 헛간 같은 방에 이발 의자가 달랑 하나 놓여 있고, 벽에 거울도 붙어 있지 않은 그런 곳이었다. 이발사도 먼 친척 되는 아저씨였는데, 이발소에 상주하는 게 아니라 집에서 다른 볼일 보다가 머리 깎을 사람이 있으면 달려 나와 머리를 깎아줬다. 아
기러기윤석중달 밝은 가을밤에 기러기들이찬 서리 맞으면서 어디로들 가나요고단한 날개 쉬어 가라고갈대들이 손을 저어 기러기를 부르네산 넘고 물을 건너 머나먼 길을훨훨 날아 우리 땅을 다시 찾아 왔어요기러기들이 살러 가는 곳달아 달아 밝은 달아 너는 알고 있겠지------------------------------------나는 노래하기를 좋아한다. 예전에 누가 나에게 취미가 뭐냐고 물었을 때 한참 생각하다 차 안에서 노래 부르기라고 대답한 적이 있다. 노래는 주로 혼자 있을 때 한다. 예전에 학교 근무할 때는 출퇴근 시간에 운전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