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일보] 코로나19가 계속 확산하는 가운데 각급 학교는 정해진 약속대로 3월 새봄의 시작과 함께 새내기들을 맞이했다.벌써 3년째 병마와 싸우다가 보니 학교도 꽤 잘 적응하고 있는 듯하다. 입학식을 하면서 전체 교육 가족이 같이 모여서 축하해 주고 신입생과 재학생들이 서로 마주 보면서 집단으로 쑥스럽게 인사를 나누던 첫 대면식 장면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대신 학교의 사정에 따라 방역 규칙을 준수하며 소규모로 입학식을 하고, 실시간으로 중계를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신풍속도가 됐다.각급 학교에서 새롭게 출발하는 새내기들의 입학
[금강일보] “어쩜, 교사가 저럴 수 있지?”간혹 뉴스를 통해 보도되는 교사들의 불미스러운 일들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이와 같이 말하곤 한다. 주변의 친한 친구들 또한 이러한 일들에 대해 나에게 종종 묻곤 한다. 물론 교사든 아니든 간에, 잘못된 행동은 충분히 비난받을 수 있다. 하지만 ‘교사’라는 꼬리표가 왜 하나 더 붙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소심하게나마 항변하곤 한다. 교사는 슈퍼맨이 아닌데 말이다. 그런데 교실에서의 상황은 좀 달라진다. 특히 담임교사와 학생들이 일과의 거의 전부를 함께 보내는 초등학교에서의 상황은 더더욱 그러
[금강일보] 흔히 “나 때는 말이야”라고 일컫는 선배 교사들은 참으로 좋은 시절에 교직 생활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는 그때 나름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어려움이 컸었지만, 흔히 말하듯 “방학이 몇 달씩이나 있고, 시험 기간에는 놀고….” 참 좋은 시절이었던 것 같다. 그 시절은 어쩌면 ‘오뉴월 농부 팔월 신선’이었다.옛날 농부들은 오뉴월(음력) 농번기에는 발등에 오줌을 쌀 정도로 분주하고 지옥같이 고생스러웠어도 팔월이 되면 수확의 기쁨으로 신선놀음하듯 풍성함 속에서 편안하게 지낼 수 있었다.이렇듯 지난 시절 교사와 농부는 참
[금강일보] “선생님, 건강하게 잘 지내시죠? 저 이번에 대학교 합격했어요!” 학년 말 정리와 졸업식 준비, 육아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던 찰나, 한숨 돌리며 그리운 옛 기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반가운 연락이 왔다. 반가운 것은 두말할 것도 없고, 너무 궁금한 것이 많아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느라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Y는 나에게는 너무 특별한 제자이다. 첫 발령을 받은 해, 나는 4학년 담임을 맡게 되었다. 당시 학교 옆 신축 아파트단지의 입주가 시작되며 수많은 전학생이 몰려왔는데, Y도 그때 전학을
[금강일보] 지난주에는 가까운 주변 분들과 떡국을 먹으며 신년인사를 나눴다. 금년의 떡국은 내가 벌써 60세가 됐고, 학교에서는 최고참 선배가 됐다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사람의 나이는 살아온 연수를 한 살씩 더해가는 ‘숫자적 나이’와 체력이나 건강도를 측정하는 ‘건강 나이’, 정신 상태를 나타내는 ‘영적 나이’가 있는데, 금년에 내가 60세가 된 것은 우물쭈물하다가 먹어 버린 단순한 숫자적 나이이다.건강 나이는 60세가 넘은 지가 훨씬 오래된 것 같다. 언제부터인가 병원에 가기가 두렵다. 어린아이들이 병원에 가기 두려워하는 그것과
[금강일보] 지금은 각급 학교들이 기말고사를 끝내고 한 학년을 마무리하는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우리 학교는 매 학기 기말고사를 끝내고 ‘교과 데이’와 동아리 페스티벌을 펼친다.이번 학기에도 오는 28일까지 8일간 ‘창의와 인성이 강물처럼 흐르는 꿈과 열정, 그리고 도전’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교과와 동아리의 특성을 살린 특강 및 북콘서트, 체험 부스, 발표회, 교육 활동 전시 등 35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프로그램이 많이 줄어 안타깝다.이런 얘기를 하면 학교 밖에 있는 사람들은 미쳤다고들 한다.
[금강일보] 학교에서 새 출발, 새 다짐이라는 말은 주로 새 학년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 혹은 9월에 자주 쓰이고 새해를 맞이하는 1월에 주로 사용한다. 그것은 이달이 그 나름의 의미가 크고 강조해야 할 만큼 새로운 출발점이 되고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동기부여에 적합하기 때문이다.그런데 나는 쉰아홉 살 11월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새 각오를 다진다. 정치인들이 큰일을 앞두고 현충원에 들려 참배를 하듯이 지난 주말에는 아이를 데리고 선산에 다녀왔다. 명절 이외에 특별한 이유로 선산의 부모님 묘소 앞에 참배를 드린 것은 교직 생
[금강일보] 신규교사 시절, 유별난 학생을 맡은 적이 있었다. 한 손에는 늘 접는 부채를 들고 다녔는데, 수업시간만 아니라면 화장실이든 복도든, 그 어디에서든 부채를 멋스럽게 펼치면서 판소리를 우렁차게 뽑아대곤 했다.하지만 주변 친구들의 반응은 늘 시큰둥했다. 그도 그럴 것이, 관객의 요구가 아닌 본인의 욕구에 맞춰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시연되는 판소리 공연에 관객들은 더 이상 흥이 오르지 않는 것이다.친구들의 관심이 줄어들자 이 학생은 저학년 동생들을 찾아가 판소리 공연을 선보였다. 하지만 동생들의 반응 또한 시큰둥하기는 마찬가지
[금강일보] 국어 교사는 문자로 기록된 것은 그 내용이 무엇이든 텍스트로 공부하고 가르쳐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러한 사명감으로 내가 향토역사문화 동아리를 운영한 지도 벌써 6년이 지났다.매년 향토역사문화 테마를 정하여 전문가들을 초빙해 강의를 듣고 학생들과 그곳을 답사하여 확인하고 체험하며 그곳의 문제점에 대해 해결방안을 논의해 왔다. 지난달에는 코로나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켜가며 소제동 철도관사촌을 동아리 학생들과 함께 다녀왔다. 언제부터인가 복고풍의 문화가 살아나면서 철도관사촌에 카페와 이국적인 음식점이 생긴 후 입소문을 타고
[금강일보]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 향년 99세로 슬하에 어머니를 포함한 7남매를 사랑으로 키우셨고 손자들의 장성을 지켜보셨고 증손자들의 재롱도 누리셨으며 무엇보다 특별한 지병도 없으셨다.이별의 순간에도 할머니는 편안하게 주무시는 것처럼 세상을 하직하셨다. 소위 천수를 누리셨기에 집안 어른들의 말씀처럼 ‘호상’이었다.나의 어린 시절, 할머니는 서울에 사셨기에 명절이나 가족 행사 등의 특별한 날을 제하고는 자주 뵙지 못했었다.그래도 가끔은 할머니께서 직접 대전에 내려오시곤 했었다. 할머니가 집에 오신 날은 행복 그 자체였다. 오랜만에
[금강일보] ‘2021 에듀테크 쇼+초등교육전’이 지난 9월 30일부터 10월 3일까지 서울 코엑스 홀에서 개최됐다. 행사를 알리는 공문이 학교에 접수됐고 공문에는 학교장 수신, 교무부장, 과학정보부장 참조로 돼있으나 본교에서는 에듀테크 선도학교 업무를 맡고 있는 나에게 공문을 배정했고, 나는 초등교육전이라는 제목만 보고 대수롭지 않게 접수 후 사장시켜 버렸다.그런데 며칠 후 교장 선생님께서 “에듀테크 쇼 관련 공문 한번 읽어보셨어요?”라고 물으신다. “예, 그거요. 초등교육전이던데요.”하고 그냥 넘기려 하자 그것이 아니시란다.우리
[금강일보] 대한민국 사람 중에 추사 김정희를 모르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조선 시대를 대표하는 서예가, 문인 화가이자 학자인 추사 김정희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필체인 ‘추사체’를 창안했고 수많은 후학을 길러낸 당대 최고의 예술가이자 학자이다.반면, 소치 허련을 아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필자 또한 국어 교과서에 나온 소치 허련의 일화를 접하기 이전에는 그의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했다. 소치 허련은 추사 김정희의 제자로서 ‘산수도’라는 걸작을 남길 정도로 문예에 뛰어난 인물이었다. 허련은 진도에서 태어나 고향에서 문예가로서의 재능
[금강일보] 언제부터인가 교직을 퇴직하기 전에 꼭 해 보고 싶은 간절한 버킷리스트가 생겼다. 퇴직 전에 학교에서 떡 돌리기, 즐겁게 교육 봉사하기, 개인 문집 발간하기가 그것이다.추수철이면 담 너머로 온 동네 떡을 돌리던 인심 좋은 곳에서 자란 덕분인지 나에게 떡은 하나의 인심이요, 풍요요, 감사다. 그래서 아이가 돌이 됐을 때 돌잔치를 하고 비누에 아이의 사진을 스티커에 담아 떡과 함께 돌리던 그 행복했던 일을 잊을 수가 없다. 아직도 어떤 선생님은 우리 애 얘기가 나오면 “장군이가 벌써 대학생이야. 떡과 비누 돌리던 때가 엊그제
[금강일보] 새벽 공기가 제법 시원해졌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올 여름의 폭염도 그 기세가 꺾였고, 5주간의 방학도 끝이 보인다. 학기 중에는 그렇게 더디게만 가던 시간이 방학 중에는 왜 이리도 빠르게 지나가는지, 정말 알 수 없는 일이다. 지나간 시간을 떠올려보면 마음속에 남는 것은 아쉬움뿐이다. 돌이켜보면 나의 지난 삶에도 아쉬움이 남는 일들이 참 많다.우선, 예비 교사로서 보낸 교육대학교에서의 4년이 생각난다. 남들보다 한참 늦은 나이에 다시 입학한 대학에서의 시간은 나에겐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다. 20대 초반, 진로에
[금강일보] 7년 전 동아리 활동을 주관하던 창의인성부에 독도 교육 업무가 부가되면서 나는 독도와 깊은 인연을 맺었다.그 후 독도와 동해에 관심이 있고 역사나 정치 외교에 진로를 생각하는 학생들을 모아 독도지킴이 동아리를 결성하고 독도 바로 알기 대회, 독도 관련 특강 개최, 독도지킴이 캠페인, 독도신문 만들기, 독도 글짓기 등의 활동을 즐겁게 펼쳤다.그러다가 보니 우리 동아리는 운 좋게도 1년에 한 번 이상씩 장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고, 3대가 덕을 쌓아야 입항할 수 있다는 독도는 우연히도 내가 갈 때마다 입항을 허락하였다.
[금강일보] ‘日就月將’고등학교 첫 한문 수업 시간에 선생님께서 칠판에 쓰셨던 사자성어다. 한문 선생님께서 가장 좋아하는 사자성어라 하셨다. 평소 옷매무새 하나, 글자 획 하나에도 흐트러짐이 없으셨던 선생님이셨기에, 이 사자성어가 선생님과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곱씹어 생각할수록 정말 멋진 말이 아닐 수 없다. 여러모로 부족함이 많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이 말의 의미가 나에게는 매 순간 새로웠다. 교단에 서서 학생을 가르치고 있는 지금의 나에게도 이 말은 많은 가르침을 주고 있다.우리 반 학생 중에 감정 조절
[금강일보] 지난 금요일에는 2014년부터 8년째 이어오는 별밤 진로독서캠프를 간소하게 끝냈다. 이 캠프는 코로나19 발생 이전에는 밤샘하면서 저자와의 만남, 진로특강, 대학생 선배들과의 대화, 하룻밤 한 권 읽기 등을 하며 한여름 밤 나의 꿈 찾기를 하는 나름 의미가 큰 행사였다.행사를 통해 민찬·김항중·이재열·김동주 교수의 인문 사회학 특강을 만났고, 풀꽃의 시인 나태주를 비롯해 함순례·이강산·정일화 시인을 만났다. 그리고 송형섭, 이재철, 김은형, 이수철 등 글을 쓰는 각계의 인사들이 캠프에 참가해 학생들의 꿈 찾기를 도왔다.
[금강일보] 지난 25일은 6·25 한국전쟁 71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1950년 6월 25일 북한군이 남침하면서 일어난 6·25 한국전쟁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한 법정기념일이다.그런데도 코로나19 전염병과의 싸움 때문인지 이날 TV에서는 특집극 하나 없이 평일처럼 지나갔고, 정부는 금년에도 북한의 인권 침해와 반인권 범죄를 규탄하고 책임 규명을 촉구하는 UN 북한 인권결의안에 연 3년째 침묵하면서, 2016년 어렵게 제정된 북한인권법을 시행하지 않고 북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본교의 2학년 학생들이 자치적
[금강일보] 학창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그 재미에 빠져보았을 법한 것이 바로 ‘마니또’다. 누군가의 비밀 친구가 돼 그 친구를 위해 편지도 써주고 간식도 챙겨주며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아야 한다. 필자 또한 학창시절, 마니또와 관련된 수많은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마니또의 매력은 누군지 모르는 친구로부터 온 편지를 읽을 때의 기대감과 설렘일 것이다. ‘과연 누구일까?’라는 궁금증 유발은 마니또의 백미가 아닐까 싶다.등교가 격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 때문인지, 더워지는 날씨 때문인지, 우리 반 아이들 몇몇이 평소와 달리 수업에
[금강일보]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보면 선인들의 지혜가 담겨서 금과옥조와 같이 여겨왔던 속담이나 격언도 시대에 맞게 변화하는 언어의 생명력을 느끼곤 한다.신세대에 맞게 변화하고 있는 속담으로는 윗물이 맑아야 세수하기 좋다. 아는 길은 그냥 가라. 가다가 중지하면 일행한테 욕먹는다. 내일로 미뤄도 될 일을 굳이 오늘 하겠다고 악쓰지 마라. 길고 짧은 것을 꼭 대 봐야 아냐? 등이 있다.성격은 좀 다르지만 '침묵은 금이다.'라는 격언도 이제 그 의미를 바로 찾아야 한다. '침묵은 금이다.'라는 말은 침묵을 지키는 게 값지다는 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