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14일=어머니는 옛날 분이라 그런지 식사를 할 때 꼭 국이 있어야 한다고 하신다. 나야 뭐 있으면 좋고 없으면 마는 편이다.어제 어머니가 국이 다 떨어졌다며 “어떤 국이 먹고 싶냐”고 물어보셨다. 두부도 들어가고 호박도 들어가고 고기도 들어가는, 그냥 이것저것 다 들어가는 고추장찌개를 해 달라 하니 한 숨을 쉬셨다. 은근히 귀찮은 것이라며…. 물어보시지 말지.그래도 해주실 것 같아 오늘은 칼퇴를 꿈꿔 본다.
▲2019년 10월 10일=주5일제에서 수요일이 빨간 날이어서인가 일주일이 금세 지나가는 것 같다. 주5일제를 넘어 주4일제가 추진된다면 수요일을 쉬는 게 좋을 것 같다. 다만 여파는 목요일이 월요일 같다는 것이다. 그리고 오늘 당직이라 늦게 끝난다.쉬는 건 좋은데 목요일이 힘들고 여기에 당직이란 건 좀 짜증난다. 다행인 건 저녁 메뉴는 옆 부서를 따라가서 생각없이 숟가락을 들면 된다는 것이다. 오늘 분위기를 보아하니 한식인 것 같은데 김치찌개에 사리나 먹었으면 좋겠다. 기분도 꿀꿀하니 고기는 많이로.
▲2019년 10월 8일=어제 제법 마셨더니 하루종일 속이 허하다. 점심은 칼국수와 파전으로 배를 든든히 채우긴 했으나 소화가 금방 됐다.조금 더 묵직한 음식이 필요하다. 집 앞에 정말 싼 통닭집이 생겼는데 퇴근할 때 두 마리 정도 사가야지. 치킨이 아니라 통닭이라 어머니도 좋아하실 것 같으니 말이다.
▲2019년 10월 7일=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전국이 엄청 난리다. 경기 북부는 그야말로 초토화다. 돼지끼리만 감염되기에 인체엔 무해한데 여론은 아무래도 먹는 게 꺼려진다.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돼지고기를 열심히 먹어서 양돈농가를 도와줘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시골로 파견 나가본 경험에 의하면 양돈농가가 무너지면 지역 경제가 무너지더라. 시류에 휩쓸려 술을 마시려는 수작이 아니다.다만 돼지고기만 먹으면 목 막히니 술을 반주 삼아 소화를 돕도록 하는 그저 순수한 마음일 뿐.
▲2019년 10월 2일=어렸을 적 외할머니는 동네에서 중국집을 하셨다고 한다. 물론 내 기억엔 전혀 없다.중국집은 제법 맛도 있어 주문이 많았고 막냇딸인 어머니는 가끔 배달도 나갔다고 한다. 그리고 이를 끔찍히 싫어하셨고 그래서인지 자장면은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고 가업은 외삼촌이 물려받으셨다. 가족모임이 있을 때 외삼촌의 가게에 종종 모였는데 어머니는 그것마저 싫으하셨다. 춘장냄새가 역겹다며.그런데 어제는 어쩐 일이신지 외삼촌네에 들려 자장을 가져오셨다. 그리고 오늘 저녁은 자장밥으로 해주신다고 했다. 외삼
▲2019년 10월 1일=술을 마신 다음 날은 숙취가 없는 편이지만 속이 그렇게 허하다. 국밥으로 해장은 하지만 특유의 허기짐은 채울 수 없다. 이럴 땐 가끔 느끼한 음식을 먹어줌으로써 해결이 된다. 개인적으로 잘 통하는 방법이니 따라하진 말자.이렇게 허기가 크게 지는 날엔 퇴근할 때 햄버거를 사갔지만 이번엔 특히나 피자가 당긴다. 요즘엔 씬피자라고 도우가 얇은 피자가 유행이라고 하지만 허기짐 때문에 두꺼운 도우를 선호한다. 치즈 특유의 고소함과 햄들이 위장을 보호해주는 느낌이다.
▲2019년 9월 30일=9월의 마지막, 그러나 새로운 주의 시작. 이질적인 것의 만남이 술자리로 이어지게 생겼다. 한참 선배를 모시고 한 달의 마지막이자 이주의 시작을 맞아 술자리를 갖게 돼서다. 물론 메뉴는 크게 기대하진 않는다. 입맛이 그렇게 비슷하진 않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내가 입이 짧은 건 아니니 뭐든지 잘 먹는다.왠지 오늘 저녁은 느낌적인 느낌으로 찹쌀순대일 확률이 97%다. 2%는 돼지갈비, 1%는 치킨이겠지. 그러나 경험상 3%가 97%를 이기는 경우는 거의 없더라.
▲2019년 9월 26일=오늘의 저녁 약속이 취소됐다. 다행이다. 당직인 걸 깜빡하고 있어서다. 당직을 마친 뒤 약속 장소를 가면 무지하게 욕 먹었겠지….이로써 사흘 연속의 술자리는 이틀 연속으로 줄었다. 첫날은 나름 선방하긴 했으나 어제의 술자리는 나름 내상이 있어 어떡하나 싶었다. 당직이니 조용히 옆 부서가 주문하는 도시락에 숟가락 하나 올리기로 했다. 어제의 내상을 조금 달래며 도시락의 뜨끈한 밥을 음미하자.
▲2019년 9월 25일=사흘 연속의 첫 전투는 비교적 나쁘지 않았다. 상대방이 꽤 강력했으나 사전준비가 좋았던 것 같다. 소고기는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나름 맛이 좋았던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곧바로 연전을 준비해야 하는데 아직 구체적인 정보가 나오지 않았다. 다만 누가 나올 줄은 알지만 그 다음 중요한 정보인 메뉴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어제는 육고기를 먹었으니 개인적으로 어고기를 먹었음 한다. 날도 선선해졌으니 회를 먹기 딱 좋은 날씨 아니겠는가? 어제의 기세를 몰아 오늘도 분투해 본다.
▲2019년 9월 24일=오늘부터 사흘간의 술자리가 시작된다. 첫날은 가벼운 전투가 되겠지만 지피지기가 아니라 방심할 수 없다. 갑자기 변수가 생길 수 있다. 탐색전부터 해야 한다. 탐색전에서 가장 좋은 메뉴는 고기다. 고기를 굽는 시간 동안 상대방의 체격, 술을 잡는 방법 등을 알 수 있는 시간이 물리적으로 많아서다.다행히 오늘 메뉴는 고기다. 탐색전을 펼칠 수 있는 시간이 많겠지만 안타깝게도 오래 구우면 질기는 소고기다. 질겨지만 내가 혼난다. 고기에 집중하면 상대방을 살필 시간이 부족하다. 어떻게든 고기를 천천히 불판에 올려
▲2019년 9월 19일=오늘 저녁 약속이 있는데 메뉴가 또 삼겹살이다. 개인적으로 소고기보다 돼지고기를 좋아하긴 하지만 저녁 약속은 거의 삼겹살이란 점이 조금 지겹다.다행히 특수부위도 많이 파는 곳이라 항정살이라 가브리살 등을 중심으로 구워 먹어야겠다.
▲2019년 9월 18일=추석 때 멸치를 선물로 받았다. 멸치가 제법 큼직한 게 육수를 내면 괜찮겠다 싶었는데 육수용은 아니라고 어머니가 하셨다. 그리고 손질이 안 된 거니 멸치내장을 제거해야 한다며 날 잡고 세 시간 동안 멸치를 손질했다.당시 손에서 비린내가 진동을 했으나 오늘은 보상을 받는다. 멸치조림을 해두신다며 뜨끈뜨끈할 때 먹어야 한다고 일찍 귀가하란 어머니의 명령이 있었다. 반찬이야 거기서 거기지만 노동의 정당한 댓가를 받고자 일찍 귀가한다.
▲2019년 9월 17일=또 당직이 찾아온다. 당직날인 회사원은 그날 최대의 고민이 두 개다. 점심은 뭐 먹지에 이어 저녁은 뭐 먹지다.다행히 난 옆부서와 같이 가기 때문에 고민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오늘은 옆에 위치한 백화점에서 먹는다니 뭘 먹어도 중간 이상이겠지. 그래도 간단히 돈가스나 먹었음 한다. 백화점 돈가스는 좀 다르겠지.
▲2019년 9월 16일=추석 때 열심히 명절음식을 먹었더니 배가 더부룩하다. 잡곡밥, 갈비, 전 등 칼로리가 높은 음식을 점심저녁마다 먹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명절 때마다 살이 쪄서 업무에 복귀하는 건 어쩔 수 없다. 미국도 추수감사절엔 큰 칠면조를 먹는데 우리만 이러진 않을 것 같다.느끼한 음식으로 끼니를 때웠으니 조금 칼칼한 음식이 먹고 싶다. 얼큰한 칼국수가 좋긴 하지만 밀가루라 더부룩한 속엔 안 좋을 거 같고 매운 떡볶이도 요즘엔 다 밀떡을 써서 패스한다. 어머니가 해물전 하신다고 사다놓은 오징어가 있으니 오징어볶음이나
▲2019년 9월 10일=부서원들과 같이 저녁을 먹기로 했다. 막내들에게 먹고 싶은 메뉴를 정해보라고 했는데 아직 답이 오질 않았다.회식의 기본인 삼겹살을 생각했지만 너무 질릴 것 같기도 하고 장시간 앉아 불앞에서 먹다보면 더울 것 같다. 낙지볶음 이야기가 나오긴 했지만 매운 걸 못 먹는 사람도 있어 안 될 것 같고 은근슬쩍 청나라 음식으로 유도해야겠다. 어차피 내가 사는 거 답정너면 어떠리.
▲2019년 9월 9일=추석이 코 앞으로 다가오니 집에서 전 부칠 거리가 한가득이다. 차례는 지내지 않지만 명절 분위기 좀 내고 싶다는 어머니 때문이다.추석은 아직 사흘이나 남았지만 어머니는 전에 미리 좀 부치시려는지 벌써부터 장을 다 보셨다.본격적으로 부치시기 전 리허설이다. 물론 맛은 보장하진 않지만 몫은 오롯이 나다. 한 장을 부치시든 두 장을 부치시든 모두 내가 먹어야 한다. 그럴 거면 전을 좋아하긴 하지만 냄새 때문에 많이는 못먹겠다.그냥 김치전이나 조그맣게 만들면 안되냐고 하니 의견을 받아들여 저녁엔 김치전을 해주신다고
▲2019년 9월 5일=비가 오긴 하지만 조금 습하다. 습한 날에 집에 있으면 뭔가 곰팡이가 오르는 기분이라 나가 있는 걸 선호한다.나가서 저녁 먹으며 빗소리 듣는 게 최고다. 집에서 가까운 족발집이 있는데 제법 맛있다고 소문난 곳이다. 내리는 비처럼 잔에 소주를 내리앉혀 저녁을 자시면 이 얼마나 훌륭한 삶이던가.
▲2018년 9월 4일=저녁에 약속이 잡혔다. 저녁이라 함은 든든히 먹어야 하거늘 메뉴가 두부란다. 교도소를 갔다와 새 삶을 사는 것도 아닌데 두부는 좀 그렇다.집에서 간단히 먹는 것도 아니고 돈 주고 사먹는데 두부를 먹자고 하니 자정이 되면 배고파질 것 같다. 두부와 함께 나올 고기만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수밖에 없다.
▲2019년 9월 3일=내일 급하게 저녁 약속이 생겨 내일 당직을 오늘로 바꿨다. 당직이면 으레 옆 부서와 식사를 같이 하는 게 전통이 됐다. 숟가락 하나를 얹는 거여서 조용히 따라간다. 저녁은 낚지볶음인 것 같다. 제법 매운 곳인데 잘 먹을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그래도 한국인이라면 응당 매운 것 좀 먹을 줄 잘아야겠지. 미국사람이 느끼하다고 햄버거를 싫어하고 , 일본사람이 비리다고 초밥을 싫어하는 건 웃기지 않은가.
◆2019년 9월 2일=자주하는 온라인게임이 PC방 점유율을 올리려는지 이벤트를 시작했다. PC방에서 이달 중 100시간을 하면 선물을 주는데 너무 갖고 싶었다. 차라리 현질을 해서 살 수 있으면 좋으련만 PC방 이용자에게만 준단다. 한 달 동안 열심히 PC방을 다니겠다고 다짐을 했지만 어떤 이는 굉장히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주말에 열심히 PC방을 다녔고 어찌저찌해서 시간을 꽤 채웠다. 그러나 아직 나는 배고프다. 더욱 더 빨리 100시간을 채워야 한다. PC방의 수많은 컴퓨터가 내뱉는 전자파로 쉽게 피로해지지만 난 이겨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