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7일=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끼니를 해결할 시간인데 배가 고프지 않아 오늘은 굶어볼까할 때 ‘다이어트 마음만 먹으면 성공하겠네’란. 그런데 막상 음식을 보면 잘 들어간다. 오늘 점심이 그랬다. 오랜만에 만나 맛난 거 먹자고 할 때 배는 고프지 않아 아무거나 먹으면 되겠지란 생각을 했는데 초밥 앞에 앉으니 초밥에 우동에 물회까지 뚝딱했다.오늘 저녁 역시 약속이 있어 뭔가를 먹어야 하는데 지금 당장은 음식이 없어도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다. 근데 막상 저녁자리에 앉으면 잘 먹겠지…. 특히 오늘은 돼지갈비를 좋아하시는
▲2019년 6월 13일=어머니가 오시자마자 역시 전화로 한소리 하셨다. 집이 너무 엉망이란 것이다. 나름 치운다고 치웠는데 마음엔 안드셨나보다.아무래도 맛난 저녁을 글러먹은 것 같다. 엄마가 여행 가기 전 해놓으신 남은 카레 데워서 한끼 때우겠네.
▲2019년 6월 12일=내일 아침이면 여행을 가셨던 어머니가 돌아오신다.기분 좋게 여행을 끝내고 집에 오면 아쉬울 텐데 혼나지 않으려면 밀린 집안일을 해야 한다. 어머니가 해놓으신 음식도 얼른 먹어야 한다. 결국 안 먹은 음식은 그냥 양푼으로 모두 들어가 비벼야 한다. 그래야 혼나지 않는다.
▲2019년 6월 11일=이 주 계속 야근이다. 그래서 옆 부서에게 신세를 지기로 했다. 당연히 숟가락 하나 얹는 거라 메뉴 선택권은 없다.다행히도 오늘 저녁은 한식뷔페란다. 다양한 메뉴를 양껏 먹을 수 있으니 당연히 선호한다. 열심히 먹어 뽕을 뽑겠다.
▲2019년 6월 10일=어머니가 여행을 떠나셨다. 동남아 4박 5일 일정으로 장기간 집을 비우시게 됐다.오랜만의 여행이라 들뜬만도 할텐데 집에 남은 새끼들의 끼니가 걱정되셨나보다. 알아서 잘 할테니 걱정말라고 했지만 일요일엔 벌써 짬뽕과 햄버거로 식사를 때웠다.오늘은 절대 걱정하시지 않게 집에서 해놓으신 밥과 카레를 소진시켜야 한다.
▲2019년 6월 7일=오랜만에 친구가 대전에 놀러온다. 그런데 또 장소가 다른 친구녀석이 하는 피자집이다. 불경기에 자영업으로 가계를 꾸려나가는 걸 보면 기특하면서도 ‘우리의 저녁은 왜 매일 같은 것인가?’라는 의문이 가시지 않는다.맨 처음엔 피자도 큰 걸 줬지만 요즘엔 자주 모이다 보니 접대하는 메뉴가 영 별로다. 피자 사이즈는 점점 작아지더니 최근덴 피자도 안 주고 스파게티만 줬다. 오늘도 대여섯 명이 모이는데 자는 냄새만 맡고 끝날 것 같다.
▲2019년 6월 5일=후배가 얼마 전 신세진 게 있어 저녁을 사겠다고 한다. 후배한테 얻어 먹는 무능력한 선배가 꿈인 만큼 좋다고 했다.이 기회에 너무 얻어 먹으려는 파렴치가 되지 않기 위해 간단히 햄버거를 먹자고 했다. 후배 녀석은 “너무 약소하지 않냐”고 했다. 그래서 “뭘 먹느냐보다 누구랑 먹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녀석은 감동 받았는지 아부를 떨기 시작했다. 햄버거로 1만 5000원이 나오는 기적을 보여줄 셈이다. 물론 콜라와 감자튀김까지 더하면 2만 원을 넘기겠지.
▲2019년 6월 4일=현타. 현실자각타임의 준말이다. 어느 순간 현실을 자각하고 볼품없는 처지를 한탄할 때 쓰인다.오늘 지인과 이야기하며 적당히 일하다 로또에 대해 심도있는 토론을 나눴다. “로또가 예전엔 100억 단위 당첨금이었는데 지금은 얼마 안되네”, “로또 당첨돼도 망할 사람은 망하네” 등. 그렇게 한참 이야기를 하다 내일이 월급날인 걸 알게 됐다. 내 월급은 로또 당첨금에 비하면 새발의 피 수준인데란 생각이 들었다.현타가 찾아왔다. 지인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로또가 어쩌고 저쩌고 해도 우리네 월급보단 많다. 현실을 자각
▲2019년 6월 3일=어머니가 어디가서 무슨 얘기를 들으셨는지 모르겠는데 주말 내내 옻을 끓이셨다. 옻이 어머니와 잘 맞다고 하셔서 옻으로 닭을 삶아 드신다고.사실 옻을 먹어본 적이 없어서 옻닭을 먹어도 되나 싶긴한데 어제 냄새를 맡았을 땐 별 이상이 없어서 뭐 문제 없겠지. 옻이 정말 안 맞는 사람은 냄새를 맡기만 해도 몸이 간지럽다고 하는데….생각해보면 먹는 것이 몸에 안맞는 경우는 조금 불쌍한 것 같다. 저녁엔 옻닭에 죽을 먹을 것 같은데 난 불쌍하지 않은 사람이길 바라야지.
▲2019년 5월 30일=남자의 음식이면 제육볶음, 돈가스, 국밥 등 이런 것들이다.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이런 음식은 진짜 많이 접한다.사실 이런 음식을 싫어하는 건 아니다. 나도 굉장히 좋아한다.그런데 간혹 그런 날이 있지 않은가? 먹고 싶은 메뉴가 있지만 말은 못하겠는, 그런 게 먹고 싶은 날. 오늘이 딱 그렇다. 포크로 면을 돌돌 말아 먹는 파스타를 먹고 싶은데 “남자녀석이 뭘 그런 걸 먹냐”란 핀잔 아닌 핀잔이 무서워 말도 못 꺼내는 메뉴가 정말 먹고 싶다.약간 심심하지만 조개가 올리브오일과 만났을 때 나는 봉골레 파스타 특
▲2019년 5월 29일=어머니가 저녁에 약속이 있으니 밥은 알아서 챙겨먹으라고 하셨다.막냇동생을 데리고 오늘 한끼를 걱정하게 됐는데 생각해보니 어머니는 매일 저녁을 나 때문에 고민하셨을 것 같다. 뭘 먹여야할지 고민하니 답이 안나오더라. 앞으로 어머니의 걱정을 덜어드리기 위해 조금 더 자주 밖에서 끼니를 때우고 와야지.뭐 먹을지 고민하기 귀찮으니 그냥 동생이랑 집 앞 분식집에 가서 국수나 한 그릇 먹고 와야겠다. 현금만 받는 곳이니 돈은 미리 뽑아가고.
▲2019년 5월 28일=숙취가 조금 남았다. 숙취를 없애려면 당연히 해장국이 필수이지만 요즘 젊은 애들은 느끼한 걸로 해장한다고 한다. 파스타나 햄거거 같은 게 요즘 친구들의 필수 해장식단이란다.난 나이가 어리지 않아 그런 거 먹으면 전날 마신 술이 올라올 것 같은데 다른 한편으론 정말 효과가 있는지 궁금은 하다.점심에 추어탕으로 간단히 숙취를 하긴 했지만 날숨에 묻어있는 알콜의 향이 아직 완전히 술이 깨지 않았음을 알린다. 느끼한 것으로도 정말 해장이 되는지 오늘 저녁으로 평가하겠다. 안 그래도 회사 근처에 부대찌개 무한리필이
▲2019년 5월 27일=저번 주 소규모 회식 때 막창이 먹고 싶었는데 다른 메뉴를 먹게 됐다.먹고 싶은 음식을 먹지 못했을 때 돼지들은 알 것이다. 그 음식이 엄청 생각난다는 것. 점심을 먹어도, 저녁을 먹어도 먹지 못 한 음식이 계속 아른거린다. 누군가 이렇게 말한다. “죽기 전에 못 먹은 음식이 생각나겠는가, 아니면 못 이룬 꿈이 생각나겠는가?”당연히 음식이다. 자고로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좋다고 했다. 죽을 땐 죽더라도 음식 한입을 먹겠다. 그리고 오늘은 반드시 막창이다.
▲2019년 5월 23일=회식 메뉴의 절대 강자 삼겹살을 제치고 전체 회식에서 회를 먹게 됐다.가격이야 더 비쌀 거 같지만 고기를 추가로 시키는 걸 감안하면 가격은 비슷할 것 같다. 물론 경영진 입장은 아니라 뇌피셜이긴 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오랜만에 좋아하는 회를 먹게 됐다.이번 주 벌써 세 번째 술을 마시게 됐는데 조금 기분을 가라앉히고 회가 주는 식감을 최대한 느끼도록 음미해야지.
▲2019년 5월 22일=이틀 연속으로 술을 마시는 강행군이라 걱정했지만 어제는 많이 마시지 않아 내상이 심하지 않다. 점심에도 든든하게 국밥으로 속을 풀어줬기 때문에 오늘 컨디션은 괜찮은 것 같다.그렇다고 방심하면 안된다. 오늘은 아니지만 내일 또 술을 마셔야 한다. 내일은 메뉴가 회인 만큼 속을 버릴 가능성이 높다.그렇기 때문에 오늘 저녁과 내일 점심은 미리 위를 보호할 수 있는 것을 섭취해야 한다. 어머니 말씀으론 토마토가 속에 좋다고 하는데 사실 믿진 않는다. 혹시 몰라 그래도 오늘 저녁은 이걸로 한 번 먹어봐야 겠다.이걸로
▲2019년 5월 21일=무슨 생각으로 했는지 모르겠는데 이틀 연속으로 술을 마시게 생겼다.어제 술 마시고 아침에 숙취로 고생했는데 도대체 왜 오늘도 약속을 잡았는지 약속을 잡은 당시의 나를 한 대 치고 싶다. 그나마 다행인 건 내가 좋아하는 청나라 음식이라는 것이다. 특히 짬뽕으로 남은 숙취까지 해결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인 셈인데…그냥 술을 안마셨으면 좋겠다.
▲2019년 5월 20일=오랜만에 소규모로 회식을 하게 됐다. 사실 요즘 체력이 부족해서 술자리를 잘 안하긴 했는데 오늘은 피할 수 없는 자리다.당연히 메뉴 선택권도 없다. 다만 시간만 알고 있을 뿐, 메뉴도 모른다. 요즘 집 근처에 막창집이 생겨 지나갈 때마다 좋은 냄새가 나던데 막창이나 먹었으면 좋겠다.
▲5월 16일=미친놈이라 할 수 있겠지만 요즘 하는 게임이 이벤트를 시작했다. 어제부터 일주일 동안 게임 속 재화를 배로 제공한다는 것이다.여기에 PC방 이벤트로 30분마다 아이템을 지급한댄다. 요즘 접속자 수가 많이 줄어 이벤트를 엄청 하나보다.나름 열심 해온 유저로 퇴근 뒤 곧바로 PC방으로 직행한다. 저녁은 물론 PC방의 라볶이다. 진정한 게이머는 밥을 먹으면서도 게임을 할 줄 알아야 한다.
▲2019년 5월 15일=이 주 들어서만 육개장 먹을 일이 자주 생기는 것 같다. 상가집에 가는 건 그리 기분 좋은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막상 가면 배가 고파져 식사를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요즘은 시금치된장국이 나오는 게 대세인 듯 하지만 여전히 육개장을 주는 곳도 더러 있다. 그리고 상가집에서 할 말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론 육개장이 조금 더 나은 것 같다.
▲2019년 5월 14일=어머니가 야간 당직이라 저녁을 알아서 먹으라고 하셨다.밥도 없는 상황인데 이것은 알아서 시켜먹으라고 하시는 거겠지? 평상시 뭘 시켜 먹으면 혼나는데 오늘은 배달음식을 먹어도 혼나지 않을 것 같다.아니 혼나려나. 그냥 안 혼나고자 햇반이랑 작은 반찬거리 사서 김치랑 먹어야 하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