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뜻한 글씨를 쓰고 싶어서 적절한 붓 하나를 사려고 ‘백제필방’에 들렀다. 그 주인은 연세가 많이 든 분이다. 그와 오래 전에 이야기 했을 때, 그는 어려서부터 할아버지로부터 붓 매는 법을 배웠다. 제밥은 제 손으로 벌어먹을 한 가지 기술은 가져야 한다면서, 붓 매는 할아버지로부터 그 기술을 배워 지금까지 그 일로 살아간단다. 당신이 맨 붓 하나를 골라 받고, 종이와 붓과 먹과 벼루에 대한 이야기를 좀 나누었다. 연습 종이나 전시하기 위하여 쓰는 종이 또는 좀 더 나은 붓글씨 쓰는 종이는 거의 다 중국에서 수입해 온다. 가끔 ‘한지
나의 어린 시절 방학 숙제는 탐구생활, 그림일기, 곤충채집 등이었다. 그것도 방학이 끝날 때쯤 막 밀렸던 숙제들을 하나둘씩 해치우느라 나와 가족들이 함께 고생해야 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나마 탐구생활은 라디오 시간에 맞춰 꼬박꼬박 해내지 못하면 정답을 알기 어려워 나름 열심히 했었다. 지금이야 인터넷을 뒤져보면 쉽게 정답지를 찾을 수 있어 아마 10분이면 모두 해치울 만큼 간단한 것이었겠지만, 그 당시에는 오래된 라디오를 붙들고 ‘학생들 안녕하세요. 벌써 방학이 일주일이나 지났네요. 오늘은 즐거운 탐구생활 10페이지~’ 하면서 어쩌
#. 이혼 후 홀로 D를 양육하다 사망한 자녀 B를 대신해 손자 D를 돌보고 있는 A씨. B의 사 망 직후 B의 전 배우자 C에게 연락을 해보았으나 C는 ‘D를 키울 여건이 되지 않는다’라고 답 한 뒤 잠적하였다. 이에 D를 양육하기로 마음먹은 A씨는 D의 신상 및 재산과 관련된 문제들 을 처리하려고 하였으나 조부모는 손자의 대리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번번이 어려움을 겪고 있 다. A씨는 어떻게 해야 할까?(개인정보보호를 위해 각색된 사례입니다.)통상 부모는 미성년자인 자녀의 친권자가 된다(민법 제909조). 그리고 친권자는 자녀를
정부가 대형마트의 공휴일 의무 휴업과 운영 시간 제한을 풀겠다고 밝혔다. 월 2회 공휴일 의무 휴업을 폐지해 평일에 휴업할 수 있도록 하고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 금지 조항도 풀어 대형마트의 새벽 배송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생활 규제 개혁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이번 조치로 인해 시민 불편이 해소되기를 기대한다.대형마트 공휴일 의무 휴업과 운영 시간 제한 문제는 그동안 논란을 빚어온 사안이다. 대형마트 규제는 이명박 정권 때인 2012년부터 골목 상권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른 두 가지 규제가 적용됐
최근에 노무사로서 공익활동을 하던 중 지인으로부터 “노란봉투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냐?"는 질문을 받았다. 20여 년간 노무사 활동을 하였지만 어려운 질문이었다. 아시다시피 노란봉투법은 작년 11월에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대통령이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하고 이후 12월 8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의결 정족수인 3분의 2 이상 찬성 기준을 넘지 못해 최종 부결됐다.소위 ‘노란봉투법’은 불법 파업에 대해 사측의 손해배상청구권을 제한하는 법이다. 적법 파업에 대해서는 헌법 및 노동조합법에 의해서 민형사책임이 면제된다. 하지만 불법 파업에 대해
1만 시간의 법칙. 어느 분야에서 전문가 수준에 도달하려면 1만 시간이 필요하다는 주장인데 ‘연습이 완벽을 만든다’는 평범한 명제에서 출발한다. 충분한 시간과 노력으로 경지에 오르게 되는데 이를 구체적으로 설정한 것이 1만 시간이라는 것이다. 하루에 너댓 시간을 할애한다면 최소한 7∼8년이 소요되는 셈이다. 개인적인 재능이나 소질, 집중도 등 변수가 많고 더구나 고착된 자신의 습관이나 방법을 고수한다면 이런 수치는 무의미해지기 쉽다.끊임없는 집중과 노력, 연마로 기량습득을 이루기 위한 일종의 함의적이고 상징적인 숫자로 이 1만 시간
세종시는 전국에서 유일무이하다시피 매년 인구가 증가하는 지역이다. 젊은 도시답게 청년층 유입이 활발하다 보니 출산율도 전국 평균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잘나가던 국가균형발전의 상징은 그러나 최근 들어 적체기에 빠졌다. 인구증감률이 둔화하는 것이다. 특히 도시의 등뼈라 할 수 있는 청년의 순유입이 감소하면서 지속가능성의 뿌리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사고 있다. 세종시의 위상이 걸린 사안인 만큼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개입이 요구된다고 하겠다.대전세종연구원과 충청지방통계청의 ‘세종시 출범 10년에 따른 지역 인구변화 진단을 위한
양수(羊水)가 터지네자궁(子宮)의 연줄탯줄을 자르고태반 태우는삶의 배수진(背水陣)사그라드는 삼불익숙함편안함과의 결별불편함을 극복하네자신(自身)을 극복하면세상이 보이네버려야 자유(自由)하네단절해야 살아나네.또 다른 세계에서새로운 삶을 경험하네.자궁의 양막(羊膜) 안에 있는 걸쭉한 액체를 양수(羊水)라고 한다. 태아의 발육을 돕고 출산할 때 흘러나와 분만을 쉽게 해주는 신비한 물이다. 한자 양 양(羊) 자는 보통 짐승의 한 가지인 양을 뜻하지만, ‘상서롭다’, ‘배회하다’는 뜻으로도 사용한다. ‘상서로운 물’이란 뜻의 ‘양수(羊水)’를
3500자로 된 중용의 핵심 글자는 誠(성), 성실함이죠. 지극한 성실함만이 나와 세상을 변화·감동시키는 힘이 된다는 겁니다. 성실은 인간관계에 으뜸 덕목으로서 다른 덕목을 지녔다 해도 성실하지 않으면 신뢰를 받지 못하지요. 성공에 있어서도 여러 조건을 갖추었다 해도 성실함이 빠지면 어떤 성공도 이룰 수 없지요. 이렇듯 성실은 중용에서 말한 것처럼 나 자신이나 만사에 있어 핵심 키워드라 하겠습니다.성실하려면 진실해야 하고, 최선을 다해야 하고, 꾸준해야 하지요. 진실, 최선, 꾸준함이 성실의 핵심이라 할 수 있지요. 진실하기 위해서
오는 27일이면 중대재해처벌법이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된다. 지난 2021년 1월 26일 법을 제정하며 50인 미만 사업장엔 공포 후 3년이 지난날부터 시행토록 유예기간을 설정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시행을 코앞에 두고 또다시 유예 카드가 나오며 혼란이 일고 있다. 여전히 준비가 덜 됐다는 현장의 간청을 당정이 받아들이며 국회에 유예를 요청하면서다. 사업장의 딱한 처지를 외면할 수 없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대관절 그동안 뭘 했는지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책임이라면 야당도 자유롭지 않다.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6일 국무
수도권의 주택문제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었다. 수도권의 주택정책은 정권교체를 가져올 만큼 중요한 이슈이었지만 어느 정부도 속 시원하게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규제를 해도, 규제를 풀어도 해결되지 않는 수도권의 주택문제는 아무 관련 없는 지역의 시민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교육도 그렇다. 인서울이 목표인 학생들로 지역대학들은 정원을 채우기도 어려워 대학 운영에 비상이 걸린 곳들이 한둘이 아니다. 대학의 운명이 벚꽃 개화시기처럼 남쪽에서 북상한다는 소리까지 나돌 정도로 심각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서울에 있는 대학을 가야 그나마 좁은 좋은
새해, 시무식을 마친 오후에 전자우편 2통을 받았다. 내가 다니는 연구소 행정부서에서 보낸 것들이었다. 인재개발실에서는 정년 퇴직 절차를 안내하면서 첨부한 서류들을 작성하여 1월 12일까지 제출해 달라고 했다. 문화경영실에서는 정년 퇴임식 행사 일정을 안내하고 혹시 원하면 후배들에게 남기는 글을 써달라고 했다. 나에게도 드디어 퇴직이 다가온 것이다.1989년 2월에 연구소에 입사했다. 그때 연구소는 서울 홍릉에 있었고 다음해 대덕연구단지로 이전했다. 입사할 때만 하더라도 일년쯤 다니고 나서 모교 박사과정에 진학
정부는 지난달 학교 폭력 업무와 관련한 일선 교사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담 조사관을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학교 폭력이 발생하면 현장의 교사들이 일차적으로 사건 조사를 담당해 왔는데 이 과정에서 악성 민원에 시달린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잇따르는 교사들의 극단적 선택 등으로 교권 추락이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자 교권 보호 대책의 일환으로 나온 조치다.정부는 학폭 전담 조사관으로 생활 지도 업무나 학생 선도 경력이 있는 퇴직 교원 혹은 퇴직 경찰을 위촉직으로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전국 177개 교육지원청에 15명씩 모두 2
갑진(甲辰)년 새해가 도래한 지 보름이 지났다. 해마다 새해가 되면 여러 다짐을 하고 있다. 처음 한 달은 지켜지는가 싶다가도 시간이 흐를수록 퇴색해진다. 나만의 비틀거림은 아닐 것이다. ‘작심삼일’이란 말이 있다. 아마도 많은 사람이 마음먹은 바를 삼 일도 안 돼 허물어뜨리기에 생긴 말이 아닐까 싶다. 이번 해만큼은 그런 과오를 범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잘 지켜질지는 미지수이지만 말이다. 그러나 그런 각오를 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대단한 결심을 하는 것이다.먼저 어떤 일이든 조급한 마음으로 덤비지 않을 것이다. 급하게 먹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 2024’가 지난주 막을 내렸다. 올해 CES에는 150개 국 4300여 기업이 참가했는데, AI로 시작해 AI로 끝났다고 할 정도로 온통 AI이었다. 이번 CES는 본격적으로 등장한지 1년 밖에 되지 않은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의 열풍이 우리 생활의 모든 영역에 침투하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는 자리였다. AI 기술은 실생활에 사용되는 가전부터 교통과 모빌리티, 디지털 헬스케어, 스마트 홈 같은 모든 산업군에 적용되어 지금까지 접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경제위기로 취업난과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 청년층이 고수익 단기 아르바이트로 꼽히는 제약사 임상시험에까지 뛰어들고 있다는 소식이다. 과거 어려웠던 시절 허기를 때우고 공부를 하기 위해 피를 파는 젊은이들이 있었다지만 이제는 생활고에 위험을 불사하고 신체를 실험용으로 내놓고 있다고 하니 안타까울 따름이다.국내 유력 임상·생동성 시험 중개 플랫폼에는 신규 회원이 하루에도 수백명 몰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과거에는 질병을 앓고 있는 고령층들이 임상효과를 기대하고 신청하는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그렇지만 최근에는 급전이 필요한 20~30
지난해 우리나라 성인 비만율이 32.5%로 전년(32.2%)보다 0.3%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질병관리청의 자료가 공개됐다. 자료에 따르면 30대 남자의 비만율은 51.4%로 절반을 넘어선 가운데 전반적으로 남자(40.2%)가 여자(22.1%)보다 비만율이 높았고, 여자는 70대가 30.6%로 가장 높았다. 지역별로는 대전 28.5%, 세종 27.7%, 충남과 충북 32.9%의 성인 비만률을 보여주고 있다. 비만은 위험한 질환이라는 인식이 낮아 중대한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경각심이 필요하다. 특히 삶의 질이 크게 떨어
지난해부터 활기를 찾은 지역 축제가 겨울철에 접어들어 주춤하는 사이 동계 특화 행사가 잇따라 열리고 있다. 여러 민물 어종을 앞세운 갖가지 명칭의 낚시 축제, 얼음 낚시 행사가 관심을 끌고 있다. 지역 홍보와 수익 창출을 앞세우는 지자체들의 관광 마케팅으로 겨울 한철 유사한 내용의 행사가 줄이어 선보인다. 대체로 강(江)의 일정 구간을 막아 얼음이 얼면 양식 물고기를 쏟아 넣고 관광객을 불러 모으는데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면 얼음 구멍으로 물고기를 포획하게 된다. 잡은 물고기는 행사장 안에서 구이나 회로 바로 시식할 수 있다. 도심지
대전시가 고독사 문제 해결을 위해 전면에 나선다는 소식이다. 고독사를 개인 문제가 아닌 사회 문제로 인식하고 대응 역량을 결집한다니 곪아 번지는 환부를 효과적으로 치유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막을 순 없어도 줄일 수 있어야 실효성을 거론할 수 있다. 그러자면 8∼9할이라고 할 수 있는 위험군 발굴에 우선순위를 두고 선택과 집중으로써 소기의 목적에 다가설 수 있어야 한다.대전시의 2024년도 고독사 예방 시행계획은 촘촘한 사회안전망 구축에 방점을 찍었다. 고독사 위험군 발굴 및 위험도 조사, 사회적 고립 해소를 위한 연결 강화, 생애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기자 생활을 오래 했다면 나름 오래 했고 짧게 했다면 짧게 했는데 다가오는 총선의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그야말로 총성 없는 전쟁 같다. 총선은 대통령의 중간고사 성격이란 점이 강한데 지난 대통령선거 결과를 보면 상대 진영을 향한 치열함은 어느정도 이해가 간다. 당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득표차는 불과 0.73%포인트. 워낙 접전이 펼쳐졌던 만큼 다가오는 총선 역시 어느 선거보다 더욱 치열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유독 보수와 진보의 갈등이 더욱 부각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