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서정책이 천하를 뒤흔든 이듬해였다.새해 벽두부터 여산릉을 더욱 확장하고 아방궁을 추진하라는 령이 떨어졌다. 시황제는 여산에 조영 중인 능이 제후국 왕들의 그것과 다를 바 없다며 황제의 권위에 걸맞은 능을 축조하라고 지시했다. 아울러 함양궁은 비좁아 숨이 막힐 지경이라며 아방궁을 대대적으로 건설하라고 일렀다.여산릉과 아방궁은 승상 이사가 직접 챙길 것을 명
그는 조고로부터 상황을 들었으므로 시황제가 무엇 때문에 자신을 불렀는지 충분히 파악하고 있었다."짐이 그대를 부른 것은 긴요한 청을 하기 위함이로다.""미천한 신에게 무슨 청이 있사오니까?" "짐이 요즈음 기력이 갈수록 쇠해짐을 느끼도다. 이러다 죽으면 어찌할꼬 걱정이 앞서는구나. 할일이 태산 같은데 짐이 죽으면 누가 통일제국을 완성할꼬. 죽지 않고 살 수
자신이 진인을 만나기 위해 산으로 들어간다며 길을 나선 뒤 줄곧 이곳에서 은거했다는 사실을 시황제에게 고하면 큰일이 아닐 수 없었다.그렇지만 사람 냄새도 맡지 못하고 은거하는 처지에서 동료 술사를 만났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노생은 자신을 찾아온 후생을 환대하면서도 다른 한편 그의 의중을 알기 위해 저울질했다."선생께서 어찌 이 누추한 곳을
노생과 후생은 밤을 새며 현실을 비판했다. 그리고 며칠 뒤 시황제가 내린 만금을 가지고 자취를 감추었다. 산아래 관원들에게도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후생이 산으로 들어간 지 거의 한 달이 지난 다음 소식이 없자 노생과 후생을 따라나선 관원들이 의심스럽게 여겨 산을 뒤졌지만 이들은 흔적조차 없이 사라져버린 뒤였다. 시황제는 후생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시황제 폐하의 생약을 구하러 나선 노생과 후생이 잠적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보고가 올라왔나이다.""뭐라? 잠적을 해?"시황제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그의 얼굴은 붉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조금은 숨소리가 거칠어져 갔다."아니, 그것이 사실이렷다.""그러하옵나이다. 시황제 폐하. 이곳에 그 전갈이 있사옵나이다."승상 이사는 현지에서 올라온 장계를 올
이 일로 함양성이 온통 뒤집어진 듯 소란했다. 유생들을 매장시킨다는 소문이 나돌았고 그러기 위해 구덩이를 파고 있다는 이야기도 끊이지 않았다. 유생의 식솔들은 울며불며 함양궁 앞에 몰려와 목숨만은 살려 줄 것을 애원했다."시황제 폐하. 황은을 베푸시어 무지몽매한 백성들의 과오를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함양성이 물 끓듯 했다. 곳곳에서 유생들이 시황제를 비난
이렇게 해서 생매장된 유생이 460명에 달했다. 이것이 갱유사건이다. 갱유사건 이후 민심이 더욱 들끓었다. 백성들은 그동안 잔인한 조치가 몇 번 있었지만 그래도 그것들이 시황제의 명이라기보다 승상 이사나 주변을 에워싼 몇몇 무리들이 의해 이루어진 것이라고 받아들였다. 하지만 분서사건과 갱유사건을 접하면서 그 모든 것들이 시황제의 의중이라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다 돼 가는 거요 노인장?"입을 굳게 다물고 멀리 휘하를 넘어다보고 있던 병사가 말했다."조금만 더 기다리게나 젊은이. 내 이곳에서 30수년간 이 짓을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눈 꿈벅 할 사이에 만들지는 못해."노인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푸념처럼 말을 늘어놓았다.그리고는 단단하게 땋아 올린 병사의 머리카락과 눈썹 그리고 송송하게 돋아난 수염을 대나무 조각으
"여부가 있겠사옵나이까 시황제 폐하. 지상 세계의 모든 것을 지하로 옮겨 놓았나이다. 정예의 병사들뿐만 아니라 아방궁의 정원과 그곳에 노닐고 있는 오리와 학까지도 지하 세계에 만들어 놓았나이다."시황제는 그 말에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승상 이사를 보고 말했다. "승상은 여산능과 아방궁에 대해 별도로 소상히 보고할지어다."시황제는 말머리를 함양궁으로 돌렸다.
장작부소는 아랫배에 힘을 주고 말을 이었다. "그리고 정원에서 놀고 있는 오리와 학 등 금수들을 모아 별도의 방을 만들어 안치시켰으며 궁정에서 오락을 담당하는 백희들은 물론이려니와 6000여 군사들이 입을 수 있는 갑옷도 돌로 만들어 분부하신 대로 준비를 하였나이다."시황제는 그제야 마음이 놓이는지 표정이 밝아지며 되물었다."내가 왜 능묘를 그토록 정교하고
북으로 만리장성을 축조하고 여산능과 아방궁을 축조하느라 공역이 끊이질 않았으므로 백성들의 원성이 높아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게다가 입바른 소리를 한 장자 부소가 변방으로 쫓겨 가자 백성들은 시황제의 성격이 포악하고 지극히 독선적이라고 쑥덕거렸다.통일제국을 이룩한 성과에 대한 평가도 시들어 가고 있었다. 통일제국이 이루어지면 부강해지고 아울러 살기가
승상 이사는 장계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어디를 가시렵니까?""소뿔도 당긴 김에 빼라고 즉시 보고를 드리는 것이 좋을 듯싶소."이사는 그 길로 편전으로 향했다.시황제는 편전 문 밖을 건너다 보며 우두커니 서 있었다. "시황제 폐하. 여쭐 것이 있어 찾아뵈었나이다."승상 이사가 황제의 앞으로 나가며 말했다."무슨 일이 있기에 승상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는고
시황제의 엄명이 떨어지자 동군지역에 또다시 피바람이 불었다. 운석이 떨어진 것을 입에 담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주변의 많은 백성이 참살당했다. 군사들은 다만 10세 이하의 아이들은 죄가 없다는 것을 들어 살려 주었다. 이 또한 시황제가 알면 큰일 날 판이라 모조리 그곳을 떠나도록 했다. 기원전 211년 그해에는 궂은일만 있었다. 시황제는 연일 우울했다. 불
사신은 조린 가슴을 펴며 병사들에게 서둘러 평서로 갈 것을 재촉했다.평서에 도착한 사신은 야객이 준 주머니를 열어 보았다. 그곳에는 작은 옥이 들어 있었다. 하지만 그 옥이 어디에 쓰는 것인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는 알 길이 없었다. 다만 황제에게 전하라는 말만을 기억하며 밤잠을 설쳤다.사신은 함양궁에 돌아온 다음 시황제에게 나아가 평서에서 있었던 일
"소신들이 점괘를 짚어 보니 시황제 폐하께옵서 황궁을 잠시 피해 있으심이 좋을 듯싶사옵나이다.""황궁을 피해 있어라. 그럼 어디로 간단 말이냐?""순행을 나서시면 되질 않겠나이까. 궁의 남동쪽으로 길을 나서시면 서광이 시황제 폐하를 감싸시기에 염려할 일이 없다 사려되옵나이다.""점괘가 그러하단 말이더냐?""예, 시황제 폐하."시황제는 방사들의 진언에 따라
계집들을 옆에 끼고 있거나 혹은 신하들과 함께했다. 시황제 일행은 적가(籍柯)를 돌아보고 해저(海渚)를 건너 단양(丹陽)을 지나 전당(錢塘)을 거처 절강(浙江)에 도달했다.그곳으로 오는 동안 시황제의 기력이 많이 쇠약해졌다. 매일같이 계집을 옆에 끼고 술을 즐기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들을 탐하게 되었고 결국 아랫도리의 힘이 빠져 가고 있었다. 게다가 뇌리 한
"아니로다. 짐이 천세 만세 살자했는데 그것도 부질없는 일이 아닐까 하노라. 이런 몸으로 천세를 살면 무엇하면 만세를 산들 또 무엇하겠느냐?""시황제 폐하. 조만간 불노불사의 생약을 구하여 올 것이옵나이다. 희망의 끈을 놓지 마시옵소서."승상 이사가 눈물을 삼키며 말했다."글쎄다. 언제 불사약을 구하여 온단 말이냐. 그 또한 부질없는 것을…."시황제가 혼잣
이사는 더욱 빠른 속도로 말을 몰도록 지시했다. 궁으로 돌아가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일이었다. 작열하는 7월의 태양은 이들의 속도 모르고 열기를 더했다. 지나는 연도의 백성들은 들일을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하지만 시황제의 건강은 갈수록 악화되어 기원전 210년 7월에는 말을 몰아 그를 옮기는 것조차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말을 빨리 몰 때마다 시황제가
코에 귀를 가져갔지만 숨소리는 어디에서도 들리지 않았다. 숨을 거둔 것이 확실했다.조고는 변고가 크게 났다는 것을 직감하고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서려다 숨을 길게 내쉬고 잠시 마음을 안정시켰다. 그리고 다시 주변을 둘러보았다.시황제의 머리맡에 놓여진 편지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급히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장자 부소는 서둘러 함양궁으로 돌아와 짐의 장례를
"뭐라고요? 아바마마께옵서…."조고는 손으로 호해의 입을 막았다. 그리고 말을 계속했다."목소리를 낮추십시오. 누구라도 이 사실을 알아서는 아니 될 것이옵니다."호해가 고개를 끄덕였다."시황제 폐하께옵서 서신을 남기셨는데 그것을 소신이 가지고 있사옵니다.""황제폐하께옵서 서신을 작성하셨다고요?""그러하옵니다. 황제폐하의 서신은 조정의 정식 공문인 새서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