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唐)태종 이세민은 가장 아끼던 신하가 죽자 “사람은 구리로 거울을 만들어서 의관(衣冠)을 바로잡고, 사람을 거울로 삼아서 자신을 알 수 있다”고 하면서 자신의 스승과 같았던 위징(魏徵)의 죽음을 매우 슬퍼했다고 한다.수나라를 멸망시키고 당나라를 건국한 아버지를 이은 당태종은 태자였던 형을 죽이고 제왕이 되었지만, 후대에 그의 치세(治世)가 긍정적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바로 위징이라는 인물이 그를 매우 현명하게 보좌했기 때문이며 당태종과 위징의 대화는 ‘정관정요’라는 책으로 남아 후세의 위정자(爲政者)들에게 교과서가 되었다.한 나라
작년부터 나는 이상스럽게 진정으로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지 못하고 어쩔 수 없는 글을 자꾸 쓰게 된다. 이것은 나에게 하나의 슬픔이고 비극이다. 나에게 그런 글을 쓸 수밖에 없도록 하는 우리의 현실 역시 내가 판단하기에 슬프고 비극스럽다. 나는 정말로 정치 이야기를 글로 쓰고 싶지 않다. 불평과 불만과 비판 대신에 희망과 긍정의 말들을 주고받으며 살고 싶다. 때로는 깊은 시를 읊고 싶고, 깊은 사상을 음미하면서 나도 그렇게 깊게 들어가고 싶다. 달라지는 세계에서 어떻게 하면 평화롭고 아름답게 살 수 있을까 하는 그림을 잘 그리고
지난달 24일 대전문학관에서는 의미 있는 회고전이 개최되었다.바로 ‘대전문인 탄생 백주년 기념 - 당신의 100년, 나의 100년’전이다. 지금부터 100년 전인 1923년에 태어나 대전·충남 문학 발전에 크게 기여한 한성기 시인, 박희선 시인 그리고 원종린 수필가에 대한 회고전이다.백춘희 문화재단 대표와 이은봉 문학관장이 주관하고, 역대 대전문학관장인 박헌오 시조시인, 강태근 소설가, 박지용 동화작가와 김용재 국제펜본부이사장, 송하섭 평론가, 최송석 원로 시인 등 많은 문인이 내빈으로 참석한 가운데 오픈식을 가졌다.호랑이는 죽어
지난 2일은 ‘제27회 노인의 날’이었다. 경로효친 사상을 드높이고 전통문화 계승 발전에 기여한 어르신들에게 감사를 표하기 위해 지난 1997년 제정한 법정기념일이다.우리나라는 오는 2025년 65세 이상 노인 비율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 진입이 예상되면서 이에 대한 대비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특히 의학 기술의 발전으로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단순히 ‘오래 사는 것’보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늙는 것’이 매우 중요해졌다. 우아하고 아름답게 늙기를 바라는 것은 어르신 모두의 소망이다.그러나 이러한 소망과는 달리 노인이 되면 겪게 되
머지않은 미래. 뇌를 분석하는 기술이 엄청 발전했다고 치자. 특정 사람의 머릿속에 들어있는 데이터들을 추출하고 복제해서, 인공 육체나 인공 뇌에 주입하는 게 가능하다면 어떻게 될까? 그 사람하고 동일한 새로운 개체를 만드는 것도 가능해진다는 이야기다.그렇다면 컴퓨터의 저장 공간에 사람의 기억과 지식을, 연산장치에 사람의 판단과 사고 능력, 나아가 감정까지 이식할 수 있을까? 미래학자 이안 피어슨은 2050년경에는 인간의 뇌를 슈퍼컴퓨터에 다운로드할 수 있을 것이라 예측했다. ‘마인드업로딩’ 또는 ‘브레인업로딩’으로 불리는 이 기술은
오충 시인이 두 번째 시집 ‘우크라이나 어머니의 눈물’을 출간했다. 오충 시인은 주변의 작은 것들의 떨림에 민감하게 반응할 줄 안다. 그는, 남편을 여의고 홀로 마당 가장자리 의자에 앉아 햇볕 바라기를 하는 노인, 짬밥 서열에 촉각 세우고 잠을 설치는 노숙자, 새벽이슬을 머금은 풀잎, 심지어는 곰팡이로 번식 중인 먼지까지 세심하게 바라보며 연민이나 공감의 마음을 보낸다.사실, 먼지는 우리가 사는 초록별인 지구나 우주의 별을 이룬 구성성분이다. 우주에 떠돌던 먼지나 티끌이 모여 별이 되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 별이 노쇠해 폭발하면서
#. A 씨는 20여 년 전 배우자 B 씨가 외도로 집을 나간 뒤 지금까지 혼자 생활했다. 그동안은 작은 식당에서 일하며 생계를 유지했으나 몇 년 전 크게 다쳐 일을 그만두게 된 뒤로는 수입이 거의 없어 지금 사는 원룸의 월세조차 낼 수 없게 됐다. 그러던 중 임대주택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관련 절차를 알아봤으나 혼인 관계가 정리되지 않으면 임대주택을 신청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에 서둘러 혼인 관계를 정리하려고 하니 B 씨와 연락할 방법도 없고 B씨가 어디 사는지조차 몰라 막막하기만 하다. A 씨는 이혼할 수 있을까? (법
몇 평 안 되는 땅에서 자라고 있는 작물들을 바라본다. 덕지덕지 잎을 달고 꽃을 피우며 자라고 있다. 고추를 이식한 지 얼마 안 되어 오 척이나 되게 컸다. 꽃을 피우면 반드시 열매가 맺힌다. 종족 번식 본능이라 말해야 하는가. 튼실한 열매를 위해서는 밑 부분의 잔가지를 쳐주는 용단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도 가지를 늘여 수많은 꽃을 피운다. 꽃의 수효대로 고추가 열리는데 크고 튼실한 열매가 적다. 각선미를 자랑할 만큼 밑부분을 가지런하게 쳐주면 윗부분에서 맺게 되는 열매는 바라는 대로 굵고 튼실하다.밭 주위에 감나무가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6월 26일 서울과 충남의 학생인권조례의 폐지청구에 대해 심의하고, 서울특별시의회와 충청남도의회 의장에게 학생인권조례를 존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표명하였다.인권위는 서울시와 충청남도에서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되면 헌법과 국제인권규범의 인권보장 요청에 반하고, 학생인권 침해구제의 공백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학생인권 사무의 체계적‧안정적 수행 저해의 우려가 크다고 보았다.학생인권조례는 헌법과 교육기본법 등 국내법과 국제인권규범이 보장하고 있는 아동의 권리, 그중에서도 학생이 학교에서 생활하면서 보호받고 스스로
정해진 시간과 공간을 일탈 없이 산다는 것만큼 지루한 인생은 없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출근하고 같은 사람과 만나고 또 같은 공간으로, 그럼에도 우리가 이 지루한 일상을 견디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은 반복된 삶 안에서 마주치는 의도하지 않은 일, 어쩌면 우리가 모르고 지나쳤을 우연들이 있기 때문이다.철도는 우리의 삶과 닮아있다. 정해진 시간과 장소를 짜여진 일정에 따라 약속된 경로 위로만을 반복해야 하는 열차에는 무수히 반복된 일상을 사는 군상들이 서로 부딪치며 ‘우연(偶然)’을 만들어 낸다.‘반복과 우연, 열차를 움직이는 힘.
우리 민족 최대 명절 중 하나인 추석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추석하면 송편, 차례 음식, 친인척은 물론 고향 친구들과의 만남 등 많은 것들이 생각나지만, 그중에서도 TV를 통해 선물 꾸러미를 들고 고향을 찾아가는 귀성객들의 설렘 가득한 표정의 인터뷰가 떠오른다. 최근 몇 년간 코로나19로 인해 명절에도 고향을 찾지 못하였으나, 이번 추석은 코로나19가 비교적 안정되고 정부에서 10월 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여 6일간의 긴 연휴로 인해 더욱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찾아 지인들과 그동안 못 나누었던 정을 듬뿍 나눌 것으로 예상된다.최
노동법상 직장내 괴롭힘 방지제도가 시행된 지 4년이 넘어서고 있다. 동 제도의 시행으로 인해 각 사업장에서 노동인권이 향상되고 노동존중의 문화가 조성되는 긍정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다만, 부정적 영향도 있다. 직장내 괴롭힘에 대한 노사 간 분쟁이 첨예하고 소모적인 경우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직장내 괴롭힘 사건은 단순히 사적 문제로 치부하기에는 괴롭힘으로 인하여 해결되지 않는 앙금과 직원들의 사기저하 등 조직 내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장내 괴롭힘 사건은 아주 사소한 것으로 인해서 시작되는 경우가 대부분이
빚도 자산이라고 했던가. 그말이 진짜라면 청년들은 부자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중소기업 혹은 중견기업 대표들의 입장에선 빚도 자산일 수 있다. 그러나 사회생활을 이제 시작한 청년들의 입장에선 ‘빚은 빚’일 뿐이다.요즘 청년들의 슬픈 자화상으로 삶의 가치마저 포기하게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 미래의 주역들의 삶이 고단해진 지 오래됐다.사회에 첫 발을 내딛자마자 빚에 시달리는 청년들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대출금을 갚지 못하고 연체의 늪에 빠지면서 파산의 위험에 직면하는 경우가 주변에 비일비재하다.여
“그리운 그의 얼굴 다시 찾을 수 없어도/ 화사한 그의 꽃/ 산에 언덕에 피어날지어이// 그리운 그의 노래 다시 들을 수 없어도/ 맑은 그 숨결/ 들에 숲속에 살아갈지어이// (…) 그리운 그의 모습 다시 찾을 수 없어도/ 울고 간 그의 영혼/ 들에 언덕에 피어날지어이”(신동엽, 산에 언덕에)나는 지난 9월 17일 내가 참으로 사랑하고, 아끼고, 기대가 컸던 젊은 박종관 님을 상주시민장례식장에서 조문하고 왔다. 무수히 많은 국화꽃으로 장식된 그의 얼굴사진은 화사하게 웃고 있었다. 그러나 내가 바라보고, 눈물을 흘리고, 아파하고, 힘
우리는 종종 '나를 규정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 앞에 서성일 때가 있다.“나는 과연 누구이고 어디서 왔으며 나를 이루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나’라는 한 사람의 실체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되는 순간 말이다. 존재를 규정하는 것은 무엇이며, 진짜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을 갖고 있다면 영화 ‘한 남자’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 영화 ‘한 남자’는 이런 의문을 갖고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주인공 X에게서 자신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됐으며 제46회 일본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 포함 8
우화등선(羽化登仙) 위해땅 속에서 나무즙 빨며7년을 견디었네애벌레가 된 나빛을 찾아 어둠을 뚫었네.남은 시간 많지 않네나무줄기 올라허물 벗는 날개돋이날개 짓을 하며 하늘을 나네짝짓기 못한 채 이승을 마감하면땅 속에서 견딘 인고의 세월허사(虛事)가 되고 마네짧고 굵은 삶을 위하여절박하고 애절한 나의 구애(求愛)사랑 노래 부르네, 밤낮으로 부르네영조 때의 문신 이정신(李廷藎)은 청구영언(靑丘永言)에서 매미의 고어인 ‘매암’과 ‘쓰르람’의 울음소리를 듣고 초야에 묻혀 사는 즐거움을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매암이 맵다 울고 쓰르람이 쓰다 우
청년취업 문제가 점점 고질화됨에 따라 우리 사회에 큰 짐이 되고 있다. 오래전부터 청년취업에서 가장 많이 지적되고 거론되었던 문제가 ‘미스매칭’에 대한 것이다. 청년들이 취업하고 싶어 하는 일자리와 기업에서 구인하고 싶은 인력이 서로 맞지 않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어 난제 중의 난제로 꼽힌다. 미스매칭 해결책은 정부가 경제 활성화를 통해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청년들은 기업이 원하는 능력을 갖추면 해결될 문제이다. 하지만 이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이 녹록지 않아 오래된 숙제로 아직 남아 있다.최근 청년취업에서 급격히 부각되고 있는
오래전 일본 학자들과 식사하는 자리에서 나온 얘기다. 자신들은 아무에게나 ‘센세(先生)’란 호칭을 쓰지 않는다며 당시 학계의 학문적 권위 있는 몇몇 교수들을 지목했다. 일본에서 센세란 단순히 우리가 말하는 교사, 선생님의 의미가 아니란다. 학식과 덕망이 특별히 높은 사람을 가리킬 때 사용한다고 한다. 반면 중국에서 쓰는 씨앤셩(先生)이란 영어식의 ‘미스터’ 정도에 해당한다. 우리 식의 교사, 선생님의 의미는 라오스(老師)라 표현한다. 이렇듯 같은 한자문화권이면서도 한중일 삼국의 스승, 교사, 선생님에 대한 표현은 각기 다르다.아무리
이른바 카르텔 전성시대인가. 독과점 이익을 위한 기업들의 부당한 담합 행위를 가리키는 말이 윤석열정부에서는 모든 분야에서 우선 척결해야 할 이권 집합체가 되었다. 킬러문항이 어쩌고 하면서 난리를 피우더니 사교육 이권 카르텔이 등장하고 일타 강사들은 졸지에 세무조사로 홍역을 치렀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약탈적인 이권 카르텔을 발견하면 과감하게 맞서 싸워달라고 주문한다.대덕특구를 포함해서 과학기술계도 아닌 밤중에 이권 카르텔 문제로 끙끙 앓고 있다. “나눠먹기식, 갈라먹기식 연구개발사업은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난
또다시 교사들이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극단적인 선택의 원인은 일부 학부모들의 집요한 괴롭힘과 악성 민원으로 밝혀졌습니다. 더 충격적인 것은 단순한 민원이 아니었습니다. 학부모와 교사의 관계가 아닌 흡사 일진의 학생이 힘이 약한 학생을 지속적으로 괴롭혔던 것처럼 학부모의 행태는 한 인격체를 말살하고,상대를 저주하고, 교묘하고 악랄하게 괴롭혔습니다.도저히 지금의 상황을 가만히 지켜볼 수가 없습니다. 자칫하다가는 교사들의 죽음은 베르테르 효과로 확대되어 일부 우울감을 가진 교사들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끼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