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끈한 밥과 국을 먹으면안경에 김이 서립니다보이지 않아도 상관없어요엄마 목소리 따라손 뻗으면 되니까비워지는 반찬이 많을수록안쓰러운 한숨도 늡니다사진을 등지고수저 드는 그날도 오겠죠
[금강일보 정은한 기자]횡단보도를 건널 때손을 흔들고파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최초의 만남일까최후의 이별일까파란불은 또 켜진다
[금강일보 정은한 기자]그리울 때는 노을을 봐떠난 사람의 옷자락이니곁에 있을 때는무성한 얼굴만 보였는데점점 어두워 외로워져서야손짓 발짓마저 애틋하구나괜찮아 다시 만날 거야
[금강일보 정은한 기자]서해 위도에 가는 길에생각 없이 새우깡을 줬는데여기서 수백 명이 죽었다지악을 쓰고 부리를 뻗는 갈매기가놓치지 않게 바다 저 깊숙이침잠하지 않도록더 힘차게 팔을 휘두를게아름다워라풍랑이 거셀 때 사라지는 갈매기들
[금강일보 정은한 기자]갓길 끝 절벽 아래 쌓인 먼지는쓸어도 쓸리지 아니한다자존심이 그러한가마음을 알아주는 자에게깨끗이 정화될 수 있다고 믿는 것그건 착각이다 기다려야 할 건빗물뿐이다
[금강일보 정은한 기자]쫙쫙 갈라진 아스팔트는나의 얼굴인가 너의 얼굴인가흰색 노란색 파란색 규칙은왜 그 아픔을 침범했는가아픔보다는 규칙이 우선인 시대옳은 것보다는 힘이 우위인 오늘무단횡단한다 자신에게로
[금강일보 정은한 기자]터벅터벅 계단을 오를 때힘찬 것인가 성난 것인가잠을 청하던 이들이 무서워도오늘은 에베레스트다왜 오르는가누구를 위해 겁 없이하늘과 별을 본다역류는 진리다
[금강일보 정은한 기자]만약 리셋 버튼이 있다면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좋은 여건이라면삶이 행복하다는 걸누구나 알기 때문이다그럼에도 살아가자이번 생에 꼭 해야 할 일이 있기에당신으로 태어났다
[금강일보 정은한 기자]노인의 입술은목젖으로 빨려가는주름진 물길 같다이가 없어서가 아니라입을 감추려는 지혜 때문이다삶의 립스틱을 발라가며얼마나 찬사하고 비난했던가풀어놓은 말이 많을수록침묵도 길어진다
[금강일보 정은한 기자]좋아할수록 욕심나요욕심날수록 미워져요미워질수록 멀어져요이 반복이 지겨워질 때쯤사람들은 정착해요
[금강일보 정은한 기자]실개천이든 바다든물은 물이다가로수든 숲이든나무는 나무다모든 건 ‘인식의 차이’존재를 받아들인 자들만이무리를 짓는다
[금강일보 정은한 기자]사람들은 흩어져 있다자욱한 별자리처럼 땅과 하늘에그러다 스리슬쩍 스치면사랑이 반짝이고 미움이 폭발한다얼마나 강렬한 인연인가하루에도 수억 번폭죽이 터지는 지구에서너는 왜 내게 왔는가
[금강일보 정은한 기자]비가 그쳐도 그립지 아니한 건이미 복사나무가 흠뻑 젖어서한입 베어물면 그날이 생각나리입으로 눈물이 목젖으로는살아야겠다는 다짐이 울컥해도메마른 가지를 털고 외치리아, 또다시 봄!복사꽃을 피울 때다!
[금강일보 정은한 기자]삶이 도화지라면너른 들판에 집을 그리고 싶네너를 앉힐 숲 같은 나무와시들지 않는 벼 이삭길 잃은 자식들을 밝혀줄총총한 별도 알록달록 채워지네붓에 물감을 적시듯쓱싹 붓질을 하듯 이뤄지리
[금강일보 정은한 기자]절절 끓는 태양도 기다린다제 가슴속에 숨겨진위대한 역사를 끄집어주길기꺼이 손을 내미는 자사랑뿐이어라
[금강일보 정은한 기자]종이인형처럼침대에 걸려있다하염없는 가위질에새해가 밝았나니어깨걸이 끊긴 옷들이여모두 내게 오라웃음이 귀에 걸렸다
[금강일보 정은한 기자] 나의 그림자는 길고 건조하여드리운 꽃마다 메마릅니다울며 뒤돌아서면젖은 얼굴로 되살아나더이다사람들은 모릅니다내 앞에 태양이 있다는 것을
[금강일보 정은한 기자] 숲에 터널이 뚫리자차량이 몰려든다짐 진 자들의 행렬이라서강 건너에선 아주 느릿하다고통이 아름답게 바꿔놓았구나교차로에서 인사하자
[금강일보 정은한 기자] 친구가 있습니다크고 우직한 황소처럼초가집의 대문을 지켜주지요때로는 내가 황소가 됩니다.큰 눈망울로 함께 웁니다대궐이 부럽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