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보다 이념에 대한 논쟁이 격렬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8월 국민의힘 연찬회에서 “제일 중요한 게 이념이다. 철 지난 이념이 아니라 나라를 제대로 끌고 갈 수 있는 철학이 이념이다”라고 강조하며 시작된 것 같다. 앞서 윤 대통령은 자유총연맹 축사에서 “국가 정체성을 부정하는 세력들이 너무 많다”라고 했고 광복절 축사 땐 “공산 전체주의를 맹종하는 반(反)국가 세력이 활개 치고 있다”라고 했다. 철 지난 이념이 무엇인지, 국가 정체성을 부정하는 세력과 공산 전체주의를 맹종하는 반국가 세력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정치적 계산
손자병법 제1편 ‘계(計)’에는 전쟁을 하기 전에 반드시 가늠해야 할 일곱 가지 계책을 제시한다. 가장 중요하다 할 수 있는 제1계와 제2계엔 군주와 장수에 관한 내용이다. 즉 리더의 중요성을 얘기한다. 제1계는 ‘군주 중에 누가 도를 갖췄는가’, 제2계는 ‘장수 중에 누가 더 유능한가’라는 내용이다. 즉 리더가 어떤 사람인지에 따라 전쟁을 벌일지 말지를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걸 강조한다. 전쟁은 단순히 부하의 목숨이 달린 게 아니라 국가의 존망이 달린 일이다. 그래서 무능한 리더는 적보다 더 무섭다는 말이 나왔다. 무능한 리더를 타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기자 생활을 오래 했다면 나름 오래 했고 짧게 했다면 짧게 했는데 다가오는 총선의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그야말로 총성 없는 전쟁 같다. 총선은 대통령의 중간고사 성격이란 점이 강한데 지난 대통령선거 결과를 보면 상대 진영을 향한 치열함은 어느정도 이해가 간다. 당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득표차는 불과 0.73%포인트. 워낙 접전이 펼쳐졌던 만큼 다가오는 총선 역시 어느 선거보다 더욱 치열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유독 보수와 진보의 갈등이 더욱 부각하
2010년 부산에서 막냇동생이 입양됐다. 은비란 이름의 작은 시추였는데 가족은 처음 맞이하는 반려동물을 너무나 예뻐했다. 젖을 떼자마자 바로 온 것이어서 가족은 정말 애지중지 키웠다. 녀석은 저녁 늦게 귀가하는 가족을 누구보다 현관으로 달려와 가장 기쁘게 맞아줬다. 봄이면 같이 꽃놀이를 함께 하고 여름이면 바닷가에 놀러 갔으며 가을엔 단풍 구경을 떠났다. 겨울이면 함께 눈꽃을 바라봤다. 그렇게 한 해 두 해 지나갔다. 그런데 참 안타깝게도 강아지의 시간은 우리의 그것보다 너무 빨랐다. 언제나 함께할 것이란 기대까진 하지 않았지만 녀
얼마 전 퇴근을 앞두고 술 한 잔 생각이 나길래 휴대전화를 들었다. 친구들과 간단하게 삼겹살에 소주 한 잔이나 하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천천히 ‘ㄱ’부터 전화번호부를 검색했다. 이내 친구들 이름이 나왔지만 쉽사리 통화 버튼을 누르지 못했다. 막 결혼해 신혼생활을 즐기는 녀석도 있고 육아에 빠져 시간을 내기 어려운 놈도 있어서가 아니다. 대전이 아닌 곳에 살고 있어서다.지난해 국내인구 이동통계 중 지방과 서울 간 인구이동 비교 결과를 보면 대전의 경우 세종, 강원, 제주 등을 제외한 타 지역과 마찬가지로 전체 순유입 인구는 -2715
지난해 12월 30일 넷플릭스에서 ‘더 글로리’가 처음 공개됐다. 더 글로리는 학창 시절 학교폭력을 당했던 어린 문동은이 성인이 돼 자신을 괴롭혔던 이들을 찾아가 복수한다는 내용이다.어린 문동은은 자신의 피해를 다방면으로 알리려고 했지만 가해자들은 자신들의 모든 수단을 동원해 철저히 그를 고립시켰고 이 과정에서의 먹먹함을 어린 문동은이 하나둘 가해자를 찾아가 복수를 시작한다는 내용을 통해 희열로 승화한다. 절대 망할 수가 없는 전형적인 권선징악의 이야기라 공개되자마자 국내 반응은 그야말로 뜨거웠다. 한동안 잠잠했던 이른바 ‘나도 당
본의 아니게 한 부서의 장을 맡기 시작했을 때 참 걱정이 많았다. 적잖은 실적을 잘 채울 수 있을까, 후배들을 잘 다독여서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 있을까. 밥을 먹으면서, 책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들이 자주 떠올랐다. 즐거운 자리에서 술을 마시다가도 이런 생각이 들면 기분이 영 좋지 않았다. 월말이 다가오면 머리가 지끈거렸다. 이런 고민은 부서의 장을 맡은 지 1년이 지난 지금도 하고 있다. 그러다 우연찮은 기회에 영화 예매권이 공짜로 생겨 오랜만에 허파에 바람 좀 쐴까 하는 마음에 영화관을 가기로 했다. 눈에 들어온 건 더 ‘
독립을 위해 이사를 한 뒤 혼자 살고 나서 1년 정도 지나 옆집이 이사 갔다. 2주 정도의 리모델링 공사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고 사다리차가 열심히 짐을 나르고 있었다. ‘새로운 이웃이 오는구나’하고 그냥 지나쳤다. 그날 퇴근하고 집 앞 문고리에 마스크와 약간의 주전부리, 작은 손편지가 걸려있었다.‘이사 온 XXX호입니다. 직접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는 게 마땅하나 시국이 시국인 만큼 이렇게나마 먼저 인사드립니다.’내용은 이웃이 됐으니 인사를 드렸어야 했지만 그렇지 못해 죄송하다, 다음엔 꼭 인사를 드리겠다란 것이었다. 손편지대로
학교에서 반장이든, 회사에서 사장이든 무리의 장(長)은 무리를 원활하고 성공적으로 이끌어야 하는 자리다. 무리의 장을 넘어 국가의 수장이라면 더욱더 많은 능력과 인망, 그리고 국민이 수긍할 만한 성과까지 거둬야 한다. 현재의 대내외적인 요인은 도저히 무리를 이끄는 데 어려움이 많은 게 사실이지만 장은 이 모든 걸 뚫고 결과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물론 혼자만으론 안된다. 그래서 인사가 있는 것이다. 좋은 인재를 발굴하고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식으로 한 무리가 운영된다. 그러려면 장은 인물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뛰어난 눈, 즉
칼럼을 쓰기로 했을 때 가장 먼저 결심한 건 젊은 세대를 위한 글을 쓰자는 것이었다. 언론, 특히 종이매체인 신문의 구독자는 고령화됐고 이에 따른 필진 역시 기성세대가 차지하고 있어서다.젊은이를 위한 글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굉장히 산발적이었다. 그나마 필진 중에서 젊은 축에 속하기에 젊은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싶었다.충남 천안에서 수많은 인파의 가장 앞에서 태극기를 흔든 유관순이나 독재정권을 끝내기 위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무서움 속에서도 4·19혁명을 통해 민주화를 외쳤던 이름 없는 이들 대개가 젊은 학생들이었고 이들이
이병헌, 한지민, 신민아, 김우빈 등이 한 작품에 대거 출연하는 것으로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킨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초반 스포트라이트는 당연히 인기 배우들이었다. 영화도 아닌 TV 브라운관에서, 그것도 한 작품 안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 하나로도 충분히 흥행이 보장됐다. 그리고 기대는 역시였다. 배우들의 명품 연기 등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다.그러나 정작 큰 스포트라이트는 명품 배우도, 작가도 아니었다. 한지민의 쌍둥이언니 이영희역으로 출연한 정은혜가 온갖 시선을 집중시켰다. 정은혜는 실제 다운증후군을 가진 장애인 배우인데 우리들의
[금강일보 김현호 기자] 대학교 시절 전공 강의를 듣는데 당시 교수가 강의 전 질문을 하나 던졌다.“공공재를 이용해 사업자가 장사를 하는 게 옳은가.”교과목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신문·방송 관련 강의였던 것 같다. 질의의 취지는 이랬다. 전파라고 하는 공공재를 방송사가 독점해 광고란 명목으로 수익을 올리는 게 합당한가.공공재는 경제학에서 비경합적이며 비배제적인 재화 또는 서비스를 뜻한다. 비경합성과 비배제성 등 복잡한 건 차치하고 도로, 철도, 수도, 전기, 의료 보험 등이 해당한다고 보면 되는데 쉽게 얘기해 우리가 일상적인
[금강일보 김현호 기자] 중학교 때부터 항상 붙어 다녔던 녀석이 10년 가까이 하던 가게를 최근 접었다. 코로나19의 영향을 결국 극복하지 못 한 것이다. 가게 정리도 돕고 친구녀석도 위로할 겸 그녀석의 영업 마지막 날 우르르 몰려갔다. 조금 일찍 가게를 닫고 마지막 마감 청소를 다 도운 뒤 가게에 모여 조촐하게 술 한잔을 기울였다. 친구는 자기 아내보다 더 오래 함께한 가게를 뒤로해야 한다는 게 많이 아쉬웠는지 이제까지의 후회를 내뱉었다.“그 때 공부 조금만 더 열심히 할 걸”, “그 때 대학교를 그만두지 않을 걸”, “그 때 성
[금강일보 김현호 기자] 제20대 대통령선거를 얘기하지 않을 수 있을까. 역대 최악의 비호감 선거란 오명에도 최소 득표차가 발생했고 두 후보 간 득표차보다 많은 30만 표가 무효표로 나왔다. 이래저래 20대 대선은 가장 많이 회자될 듯싶다. 누가 청와대에 입성하는 것보다 개인적으로 가장 궁금했던 건 대선 전부터 흔히 '이대남'이라 불리는 젊은 남성은 과연 어디에 표를 던지는지였고 예상대로 이대남은 보수 성향을 보였다. 이대남이 언론에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건 지난해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 때다. 더불어민주당은 제19대 대
[금강일보 김현호 기자] 굉장히 대중적인 것에 우리는 ‘국민’을 붙인다. 국민간식 떡볶이, 국민야식 치킨 혹은 족발, 국민안주 삼겹살, 국민술 소주처럼 말이다. 국민을 붙이면 굉장히 서민스러움이 흠뻑 느껴진다. 국민은 즉 서민이란 의미에서다. 이들은 과거부터 서민을 대표하는 것들이다. 그래서 대선에 나선 후보들도 자신이 서민임을 강조한다.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어릴 때 사진을 SNS에 공개하며 가난했던 시절을 어필했고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역시 서민적인 음식을 먹는 유튜브로 친근함을 자랑했다. 이들이 지방을 찾을 때마다
[금강일보 김현호 기자] 얼마 전 어머니가 울면서 전화를 했다. 약주도 안 하시는 분인데 어렸을 적 못 해준 것에 대한 미안함의 하소연을 쏟았다. 회사에 들어가 눌러 앉으며 밥값은 하는 것에 대한 대견함까지 표하셨다.생각해보면 어렸을 적 IMF 금융사태를 기점으로 굉장히까진 아니지만 꽤 풍족하지 못 했던 것 같다. 초등학교 때 소원 중 하나가 지금은 사라진 크라운베이커리 케이크를 먹는 것이었을 정도니. 당시 크라운베이커리에서 파는 빵 하나 가격은 500~700원 정도였는데 케이크는 1만 원대 중후반이었던 걸로 기억한다.생일 때 응당
[금강일보 김현호 기자] “젊음은 젊은이에게 주기엔 너무 아깝다.”아일랜드의 극작가 겸 소설가이자 비평가, 사회주의자로 1925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조지 버나드 쇼의 말이다. 단순하게 보면 젊음이란 크나큰 가치를 갖기엔 젊은이는 현명하지 않다라는 해석과 함께 젊은이들은 젊은 게 귀중한 줄 모른다는 뜻으로 늙어서야 젊음이 중요한 줄 알게 된다는 젊음의 훌륭한 가치를 역설한 문장이다. 아울러 젊음은 부럽지만 현명하지 않은 젊은이는 부럽지 않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그만큼 기성세대는 젊은이들이 미숙하고 어리석으며 많은 면에서 부족
[금강일보 김현호 기자] 어렸을 적 초여름이 되면 모기를 퇴치하기 위한 방역기를 '메리야스'에 팬티 바람으로 제법 쫓아다녔다. 정신없이 방역기에서 나오는 연기를 마시다 자연스레 옆 동네까지 가 그 동네 친구들과 함께 하는 경우도 허다했다.생판 모르는 남이지만 방역기의 연기를 같이 마신 전우애(?) 때문인지 해가 질 때까지 옆 동네 아이들과 놀곤 했다. ‘깍두기’란 명목으로 이름도 모르는 친구들과 여러 가지 놀이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 저녁을 먹던 기억이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최근 수도권의 한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장이 단지 내
[금강일보 김현호 기자] 친하게 지내는 3명의 친구들이 모두 결혼해 최근 아이를 낳았다. 아이들은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으나 같은 해에 태어났는데 친구 간의 우애를 위해 대(代)를 이어서까지 우정을 강요하지 말자고 했다.천둥벌거숭이 시절 우리들의 이야기는 스포츠, 게임 등 단순한 놀이에 관한 것들이었으나 아이의 아버지이자 가장이 된 지금의 회포거리는 육아다. 어떤 기저귀가 아이에게 좋고 어떤 놀이를 해주면 좋아하고 하는 식이다.그리고 자식이 부족한 것 없이 잘 자랄 수 있게 돈을 많이 벌고 싶다며 재테크 관련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금강일보 김현호 기자] 이제까지 그럴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 대(大)를 위해 소(小)는 희생돼야 한다고 굳게 믿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선택지가 온다면 대의명분을 우선시할 것이라 자신했다.하지만 일어나지 않고 겪어보지 않은 것에 대한 이상이었다. 막상 자신의 이해관계가 개입하자 자신만의 신념이라 믿었던 가치관은 무너졌다.대전시는 최근 서구 괴정동에 대전제3생활치료센터 지정을 완료했다. 치료센터는 기자가 사는 곳에서 불과 200m밖에 떨어지지 않아 사실은 조금 부담스러웠다.이제까지 치료센터에서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외부로 유출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