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회사의 ‘술 상무’는 마케팅(영업)의 세계에서 상대방을 접촉하는 익숙한 매개이자 성과를 이끌어 내는데 유력한 수단인 술을 잘 마셔대야 하는 임무를 띈다.‘술 상무’에게 술은 유능한 영업사원이 갖춰야 할 최고의 직업의식 일 것이다. 과연 그런 것일까.언론계는 예부터 기자들은 ‘술’이란 출입처 관계자, 정보원 등과 유대를 맺고 안정적인 취재거리를 확보하는데 효과적인 매개물로 인식하고 있는 듯 하다. 취재원들과 술밥 나누는 것을 취재의 연장으로 보는 당사자들과 ‘영업세계’의 관대함이 결합해 만들어낸 대물림 문화라 볼 수 있다.사실 필자도 기자 초년시절에 작심하고 속된 표현으로 ‘뽀지게’ 술을 먹어야했던 적이 있다.‘접대자’인 출입처 사람이 기자를 ‘술’로 평가한다는 소문을 듣고 그 자리를 적당히 넘겼다가는 후일 계속 술 먹자고 치댈까봐 화장실에서 몇 차례 반납식을 치르면서까지 마셔댔다. 결국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는 필자가 이겼다기 보다는 지지는 않아서 그 날 이후로 속이 편해졌음은 물론이다.최근 ‘스폰서 검사’ 사건을 빗대 기자 직업의식의 지표가 술이라는 관행에 딴지를 걸고 싶어서이다.‘술밥 접대’는 건설업자가 검사에게 하든, 출입처 관계자가 기자에게 하든지 간에 결국에는 이해관계자가 될 사람들의 돈으로 밥과 술과 여흥을 즐긴다는 점에서 같다.검사를 스폰한 건설업자는 권력이 자기사업 보호와 사업확대에도 도움을 줄 것을 예비한 채 ‘보험’을 든 것이듯이 출입처 사람들 또한 컴퓨터 자판을 두들기며 기사를 쓰는 기자들의 손놀림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가 상당할 것이라는 점을 가끔씩 분별할 필요가 있다. 정보홍수 시대에 시달리는 독자들은 ‘술밥’ 때문에 기자가 생략하거나 축소한 기사 행간의 의미를 읽어낼 만큼 여유가 없을 것이다 하는 기대는 곧 허망해진다.기자와 출입처 사람만이 어제, 오늘, 내일 기사의 행간을 독점적으로 이해할 것 같지만, 영특해진 독자들은 오랜 시간도 많은 노력도 기울이지 않아도 결국 ‘유착’을 알아채게 돼있다.이 가운데 뒷 맛이 더 씁쓸한 사람은 누구일까.김용덕(전 중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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