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등 기념일이 많아서 장집마다 분주한 달이다. 분주한 만큼 집안 경제에 주름이 늘어가는 그런 달이기도 하다. 어린이날엔 아이를위해 하루 만큼은 멋진 하루 행복한 하루를 만들어 주려 각종 어린이 행사장을 찾으며 하루종일 아이와 놀아주다보면 녹초가 된다.어버이날엔 아이들에게 카네이션을 받고서 부모님 찾아뵙고 오래 저녁식사를 하고, 스승의 날엔 우리 아이 잘 가르쳐 주십사하는 그런 마음으로 감사의 선물을 하고오월의 일상이다. 연례행사처럼 치뤄 버리는 오월. 일상의 연속처럼 오월을 소비하기엔 가슴 한켠이 찌릿해서 나의생활을 되짚어 보고 싶었다.아이들은 평소에도 계속해서 무엇인가를 해달라고 조른다. 일상생활에서 그럴 때 늘 아이들의 요구를 묵살해버리기 일쑤다. 하루를 마치고 집에 들어갈 때 쯤이면 심신이 지쳐 쉬고 싶은게 솔직한 심정인데 어린 아이들은 하루종일 떨어져 있던 아빠를 보면 재잘거리며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이며 칭찬 받은 일 속상한 일을 끝없이 풀어놓는다. 그리고 다시 요구한다. 이것 저것 하며 놀아달라고 책 읽어달라고 매번 거절하면 아이에게 미안해서 이것 하나만 해줄게 하며 아이와 타협한다. 이 타협이 성공하면 재빨리 그 놀이 하나만 뚝딱 해치워 버리고 의기양양 이젠 됐지 하며 마치 아이를 위해 큰 일을 해준 것 마냥 아내에게 아이와 놀아줬으니 집에서 내 할일 다 했다며 큰 소리 친다.하지만 아이와의 타협이 결렬되면 그땐 아이에게 큰소리치며 아빠 힘든데 너는 왜 그러냐며 얼마전 아이가 잘못한 일을 꺼내들며 아이를 혼낸다. 그러면 아이는 울면서 항복한다. 그런 나를 바라보는 아내는 한마디 쓴 소리를 퍼붇고 그에 질세라 큰소리 쳐본다. 하지만 이걸로 끝나지 않으면 이젠 비겁하게 애원한다. 오늘은 정말 피곤하니 봐달라고, 그때 아내의 마지막 한마디 어찌 매일 피곤하냐는 세상 돈 다 버는 줄 알겠다는 핀잔에 욱하는 마음 눌러가며 썩소를 보이면 끝이다. 욱하는 감정을 못이겨 다시 몇 마디 말을 섞으면 싸움이 되 버림을 너무 잘 알고 있으니 이럴 땐 썩소면 그만이다.아이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중간 아내는 아내에게 있던 하루 일을 얘기한다.대부분 아이들과 관련된 일이나, 오늘 첫째 아이가 같은 반 누구와 싸워서 속상하다는 매일 그 아이와 부딪치는지 모르겠다는. 둘째 아이는 이웃 누구와 노는데 지 줏대 없이 친구가 하는대로 따라하고 하자는대로만 한다는 그래서 둘째가 어디 이상한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는. 얘기 보따리가 끝이 없다. 이정도면 다행이지만 뭔가 아이에게 중대한 일이라 생각되는 일이라고 생각되면 속상해하고 울기 까지 한다.이럴 때 귀 기울여 잘 들어줘야지 잘 듣지 않고 귀찮어 하면 속상한 감정이 나에게로 집중되서 곤란해지는 경우가 많다. 매번 그걸 알면서도 집 밖에서의 일들이 머리 속을 맴돌고 있을때는 그런 사실을 잊고 아내를 무시하기 일쑤다. 그러면 어김없이 따라오는 사태는 고스란히 감수해야한다.남들은 어찌 가정생활을 하는지 모르지만 아내의 말을 빌자면 나는 가장으로서 50점도 안된다고 하니 내가 가장 노릇을 잘 못하는 편인 것 같다. 하지만 친구나 TV에서 보고 들리는 것을 보면 나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직업이 한의사인지라 진료를 하다보면 환자들 중 대다수가 가족 사이의 일로 인해 상처 받아 생기는 병인 경우가 많다. 아이들은 부모의 지나친 기대와 학업 스트레스, 지나친 꾸중으로 인해 신체 증상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고, 부모들은 아이들 때문에 생기는 걱정, 직장에서의 스트레스, 부부간의 생기는 불화로인한 스트레스로 인한 증상들이 많다. 가족은 너무 소중하고 편안한 존재임에도 같이 살고 있기 때문에 그 가치를 모르고 도리어 서로 상처주기도 가장 쉬운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요즘은 자꾸 스스로를 각성시키고 있다. 아이들에게 지금이 최고의 순간이고 아내에게도 지금이 내 전부를 다해 사랑해야하는 순감임을.과거는 이미 지나가서 없고 미래는 오지 않았으니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을 늘 사랑하자고 각성해보고 있다. 오뤌이 아니 온 날들이 어린이 날, 어버이 날인 듯이.논어에 보면 한 제자가 공자께 묻는다.왜 정치를 하지 않으시냐고 그러자 공자께서는 집안에서 효하고 우애를 행하는 것이 바로 정치라고. 修身齊家治國平天下치라고 하지 않았는가!조 성문(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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