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현아, 벌써 여름이구나. 더운 날씨에 잘 지내니?처음 초롱초롱한 눈빛을 빛내던 너를 본 날이 얼마 전 같은데 벌써 한해가 지나고 또 여름으로 접어들고 있구나.지난해에도 너희들을 참 좋아한다고 생각했지만, 새로운 학생들을 만난 올해 3월 2일엔 너와 작년 제자들 생각이 더욱 간절해지더구나.지나가면서 가끔 너희들을 보지만 그래도 그립더라.지난해 3월, 처음 너희를 만났을 때의 기억이 생생하다.나의 첫 제자들이기에 기대감에 차서 교실문을 열고 너희를 보았어.그 때 가장 눈에 들어오던 사람 중 하나가 동현이 너였지.예쁜 눈을 빤짝거리며 선생님을 쳐다보던 모습이 마치 북극곰 같았어.그때부터 너에게 북극곰이란 별명을 붙여준 것 같아.5학년 남학생이라면 선생님에게 애교를 부리기보단 말썽을 많이 피울 법한데 너는 늘 선생님에게 ‘사랑받고 싶어요’라는 눈빛을 보냈단다.선생님은 너의 눈빛을 그렇게 해석했는데 맞니?쉬는 시간에도 쉬지 않고 자리에 앉아 손 머리하고 눈빛을 보내곤 했지.선생님이 혹시라도 못 보면 “에헴”하고 헛기침을 해서 볼 수 있게끔 하고 많이 표현은 안했지만 그런 네가 사랑스러웠단다.어머니가 계시지 않아 아버지, 쌍둥이 누나와 셋이서 산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가슴이 아팠단다.밥을 챙겨주는 사람이 없어서 네가 스스로를 요리하다 보니 지금은 요리를 잘 한다는 말도 안타까웠고, 현장체험학습 가는 날 스스로 김밥을 사서 와야 하는 네가 안쓰러웠어.사실 우리 반에는 너와 같이 어려운 아이들이 많았지만, 그 중에서도 씩씩하게 지내고 힘든 내색하지 않던 너의 모습에 마음이 쓰였어.작년 여름이었나? 일기 검사를 하다가 네 일기를 읽고 정말 화나고 놀랐던 적이 있었지.너도 기억나니?선생님이 너에게 서운하게 대했는지, 네 일기에는 선생님에 대한 원망이 가득했어.그 전 일기에 선생님이 답을 써 놓은 데까지 선생님에 대한 나쁜 글을 써 놓은 것을 보고 정말 충격이었어.너를 많이 예뻐했기 때문에 더 그랬던 것 같아.동현아. 네가 천식으로 몇 달씩 입원을 하는 바람에 걱정을 많이 했었단다.천식에는 물을 많이 마시면 도움이 된다고 해.적당히 운동하면서 음식을 골고루 먹고, 특히 여름이 다가오는 데 뜨거운 태양 아래 오래 있지 말고 항상 건강에 유의하렴.이제 6학년인데 공부도 열심히 하고 너의 꿈을 향해 정진하렴!의미 없는 것들에 마음 두지 않고 열심히 노력해야 네가 꿈꾸는 요리사가 될 수 있을 거야.훌륭한 요리사가 돼서 선생님한테 맛있는 요리를 해 줄 날을 기대하고 있을게.그리고 부디 지금 네가 가지고 있는 순순한 마음과 정직한 태도를 끝까지 버리지 말렴.언제나 밝고 건강한 웃음으로 학교생활을 하는 네가 자랑스럽다.언제나 그 웃음 변치 않기를 바라며 생각날 때 마다 기도할게.한번 맺은 사제의 인연을 끝까지 가져가야지?졸업해도 계속 연락해야 해. 김은정(대전 선화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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