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성 진
천안나래한의원 원장

“어제는 첫째 날이라 갤러그만 심었고, 오늘은 진짜 할꺼 같아”

중학생인지 고등학생인지 모르겠지만 교복을 입고 있는 여학생들이 한의원 대기실에 앉아 침 맞고 있는 친구를 기다리며 나누는 대화를 듣고 ‘요즘 애들도 갤러그 같은 옛날 게임을 하나보다’라고 생각하고 말았던 기억이 있다.

아마도 필자 뿐 아니라 30대만 넘어선 연령층 중에는 위에 이야기가 어떤 은어인지 알아듣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요즘의 아이들의 성장과정은 예전과는 많이 다르다. 대부분의 아빠들은 적극 반대를 하지만 역시 육아와 교육의 실권자는 엄마가 되고, 그 엄마들 사이에서의 분위기에 따라 아이들의 성장과정이 정해진다.

돌 전후 아이들은 어린이집을 다니면서 친구를 만나 사회성을 기르게 된다. 직장인 엄마에게는 필수의 선택이고, 전업주부인 엄마에게는 육아의 노동에서 숨 돌릴 시간을 주게 된다.

다섯 살 즈음이 되면 유치원을 선택하게 된다. 추천입학이니, 2박 3일간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명문 유치원이라던가, 대학 등록금보다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영어유치원이라던가, 놀이방, 동네유치원 등 이 때부터 엄마의 치맛바람은 시작이 된다.

이후 명문 사립초등학교, 특목고, 외국인 학교 등 강남3구 학군의 면학분위기, 스타강사가 포진한 학원가를 찾아 이사를 하고, 위장전입을 하고, 그렇게 키운 아이들이 결국 친구와 나누는 대화 내용이 “어제는 첫째 날이라 갤러그만 심었고, 오늘은 진짜 할 꺼 같아.”

필자도 그 연령대의 아이들에게 자세히 물어본 내용이 아니라 정확한 뜻은 알 수 없으나 여러 정황으로 추측하건데 ‘갤러그를 심는다’는 표현은 손가락으로 하는 유사성행위를 의미한다. 과거에 연애를 시작하면 손을 잡고, 팔짱을 끼고, 쑥스럽게 키스를 하고 따위 과정은 무시하고 첫째 날 섹스 바로 전 단계까지의 스킨쉽은 허용을 하고, 두 번째 만남 정도에서는 섹스로 넘어가고….

가정 내 수입의 절반이상을 교육에 쏟아 붇고 있는, 부장급 이상되는 남편의 외벌이 수입 전액으로도 교육비가 모자라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엄마에게는 콧웃음꺼리 밖에 안 되는 사례다. ‘얼마나 부모가 신경을 안 썼으면 저럴까?’, ‘분명 엄청 분위기 않 좋은 학교에 다니고 있을 거야’ 등….

그러나 성폭행 후 살인, 장애아 성폭행, 집단강간으로 뉴스에 올랐던 청소년들의 부모는 아이의 교육 따위에 돈을 아쉬워 할 만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어려서부터 일반 가정과 비교도 안 되는 수준의 비용을 들여 사교육을 해 왔던 사람들이고, 엘리트 코스라 불리는 현재 엄마들의 이상향대로 진학을 해온 아이들이었다.

어느 날 어떤 여자가 집을 찾아와 “당신 아들이 우리 딸을 1년간 성추행해 왔다”고 말한다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막상 닥친 일이 아니니 상상은 자유가 되겠지만 대부분의 부모는 “우리애가 그럴 리 없다”라는 반응을 보이게 된다.

정말로 당신 아들이 학교에서 다른 친구를 왕따시키거나, 몸이 불편한 아이를 괴롭힌다거나, 힘이 약한 여자아이를 성추행 하거나, 혹은 몇몇 친구들과 공모해 성폭행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는가?

천만에 말씀이다. 아이에게 엄청난 투자를 해 왔다는 자부심은 있을지 모르나 아이의 인성에 대해서는 그만큼 신경을 덜 쓴 것이 사실일 것이다.

스타강사가 맛보기 강의 이벤트를 해 준다는데 휴일이라고 친가 외가 할아버지 할머니를 찾아뵙고 아이에게 어른 공경을 보여줄 시간이 어디 있는가? 학교 친구 중 몸이 불편한 아이에게 도움을 주라는 교육을 먼저 했을까 아니면 공부 제일 잘한다는 아이와 친하게 지내라고 하고 그 아이의 엄마에게 찾아가 어떻게 교육시키고 있는지 물어보는 게 먼저였을까?

정말로 아이의 성공을 원하고 그에 따른 철저한 계획이 잡혀있다면 그 청사진속에 돌발 상황 한 가지만 집어 넣어보자. 내 아들이 강간사건에 휘말렸다. 내 딸이 중학생 때 임신을 했다. 4~5살 때부터 해온 모든 계획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만한 사건들일 것이다. 그렇다면 아이의 인생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인성교육, 성교육 등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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