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미관 장점 ··· 차선잠식 등 현실성 한계

무가선 저상트램이 지난 22일 한국도시철공단 오송기지 내에서 열린 시승회에서 관계자들을 태우고 레일 위를 달리고 있다. 전우용 기자.

전선 없이 도로 위를 달리는 ‘무가선 저상트램’이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대전시는 지난 21일 기획재정부의 도시철도 2호선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 후 최적안을 찾기 위해 모든 방안을 놓고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 기존 트램의 단점으로 지적된 차량 위 전기를 공급하는 고압가선이 없는 ‘무가선 트램’ 등장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그러나 대전의 도로여건과 교통상황, 2호선 노선 등을 감안하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트램(TRAM)은 도로상의 일부에 부설한 레일 위를 주행하는 전차로 노면전차로도 불린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이를 진일보시켜 지난 22일 충북 오송에서 ‘무가선 저상트램’ 시범운영 행사를 가졌다. 연구원과 현대로템은 지난 2006년부터 연구 개발한 이번 트램에 세계 최대 용량의 전지(162㎾h)를 탑재했다.

무가선 트램은 고압가선이 없어 도시미관에 좋은 장점이 있으며, 리튬이온 2차 전지를 주요 동력원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소음과 매연이 없는 친환경 녹색교통수단이다.

특히 제동 시 발생하는 전기 에너지를 배터리에 충전할 수 있어 에너지 효율성을 30% 이상 높일 수 있으며, 별도의 역사 없이 버스 승강장 정도의 표시만 있으면 가능해 건설비도 지하철의 20%, 고가경전철의 50% 규모인 ㎞당 230억 원으로 저렴하다.

도로면과 차의 바닥 높이가 30~35cm로 매우 낮아 유모차, 휠체어 등도 비교적 수월하게 오르내릴 수도 있는 장점이 있다.

걸림돌은 현실성이다. 이번에 선보인 트램의 폭은 2.4m. 복선으로 운영되는 도시철도를 감안하면 최소 5m 이상은 필요하다.

더욱이 도로 중앙에 역사와 승용차 등 차량이 전용차로로 진입하지 못하도록 안전장치를 설치해야하는 점을 고려하면 적어도 8~9m 공간이 필요하는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대전 도심 도로의 차선폭은 3~3.5m. 못해도 3차선을 차지한다는 소리다. 유동인구가 많은 역의 경우 도로 중앙 역사는 이용객 안전을 위해 큰 폭으로 지어질 수밖에 없어 더 많은 차선을 잠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2호선이 지나가는 계백로, 한밭대로의 경우 현 도로의 절반을 내줘야 하며, 나머지 구간은 교통량 소화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가장 큰 문제점은 전지다. 한번 충전에 최대 25㎞를 운행할 수 있는 세계 최고의 기술이지만 2호선의 1단계 구간은 28.6㎞며 2단계까지 완성될 경우 36㎞다.

결국 한 번 충전으로 노선을 완주할 수 없으며, 20분 가량 소요되는 추가 충전 시간이 필요하다.

2호선 차종으로 선택 시 정시성 등 도시철도 장점은 확보할 수 없으며, 목적지에 도달하기 전 충전을 기다려야할 경우가 발생하는 등 도시철도 운영이 어렵게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정부분은 유가선으로 운행해야 하는데 도시미관 저해라는 복병이 생긴다. 도심 50여개의 교차로를 통과하는 2호선의 노선 특성도 고민거리다. 정시성을 위해 우선신호를 준다면 출·퇴근시간 3분 간격 운영 감안시 타 교통수단의 통행이 어려울 수 있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많은 지자체에서 무가선의 장점을 알고 전 구간 무가선으로 운영을 원하고 있지만 긴 구간의 경우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현실적으론 10㎞ 중반대 구간 정도에 적합하다”며 “대전도 전 구간 무가선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교통풍토를 고려할 때 트램은 전용차로로 운영돼야하며 차량이 진입할 수 없도록 안전장치를 설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형중 기자 kimhj@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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