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출전 사상 첫 원정 16강을 노리는 태극전사들이 희망봉을 향한 힘찬 진군을 시작한다.7회 연속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은 한국 축구대표팀이 월드컵 원년이었던 1930년 우루과이 대회 이후 80년 만에 처음으로 `검은대륙' 아프리카에서 열리는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출전을 앞두고 있다. 월드컵 개막까지 남은 시간은 불과 한 달여.출항 준비를 마친 월드컵호는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4강에 오르는 쾌거를 이룬 한민족의 저력과 2006년 독일 월드컵 16강 진출 좌절의 아쉬움을 교훈 삼아 또 한차례 축구 변방의 '반란'을 준비하고 있다.월드컵에 나설 예비 태극전사 30명의 명단을 발표한 허정무 축구대표팀 감독은 오는 10일 낮 12시 파주 NFC(대표팀트레닝센터)에 선수들을 불러 모아 막바지 담금질에 들어간다.1954년 스위스 월드컵 출전부터 이어졌던 원정 무대에서 불운을 딛고 사상 첫 16강 진출 염원을 이루려는 태극전사들의 위대한 도전은 이제 시작이다.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승리의 함성, 하나된 한국'이라는 슬로건 아래 후회가 남지 않을 `유쾌한 도전'을 다짐했다.거스 히딩크-움베르투 코엘류-요하네스 본프레레-딕 아드보카트-핌 베어벡으로 이어진 외국인 사령탑 시대를 마감한 허정무 감독은 이번이 네 번째 월드컵 출전이다.허 감독은 1986년 멕시코 대회에 선수로 출전했고 1990년 이탈리아 대회와 1994년 미국 대회 때 각각 트레이너와 코치를 맡았다. 마지막 무대가 될지 모를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사령탑으로 태극호를 이끈다.역대 드림팀 중 가장 많은 해외파들이 출동하기에 첫 원정 16강 달성 의 기대가 크다.예비 엔트리 30명 중 `캡틴'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이청용(볼턴), 기성용(셀틱), 박주영(AS모나코), 차두리(프라이부르크), 김남일(톰 톰스크) 등 유럽파가 주축이다. 또 안정환(다롄 스더), 이영표(알 힐랄)와 일본에서 뛰는 이근호(이와타) 등 J-리거들도 힘을 보탠다.허정무 감독 전술의 핵인 박지성, 상대 골문을 꿰뚫어야 할 박주영,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맹활약한 이청용, 대표팀의 간판 미드필더로 성장한 기성용 등 `양박 쌍용'의 어깨가 무겁다.물론 부동의 주전 수문장 이운재(수원)와 중앙수비수 조용형(제주), 베테랑 미드필더 김정우(광주 상무), 부활한 골잡이 이동국(전북) 등 국내 K-리거들도 월드컵 출전 꿈을 부풀리고 있다. 수비력을 불안 우려를 샀던 37세의 백전노장 골키퍼 이운재와 `비운'의 꼬리표를 떼고 12년 만에 월드컵 출전을 벼르는 이동국은 남아공 월드컵에 임하는 각오가 남다르다.이들이 허정무 감독의 낙점을 받는 시험무대는 16일 열릴 에콰도르와 평가전이다. 허 감독은 국내에서 마지막 치르는 A매치인 에콰도르와 경기 후 월드컵 최종 엔트리 23명을 추린다. 다만 부상 선수 발생을 고려해 23명 외에 2∼3명의 대표팀과 동행한다.허정무호는 이어 최정예 멤버로 24일 일본 사아타마에서 통산 72번째 한일전을 벌인다.한일전은 월드컵 출격을 앞둔 태극전사들이 투지와 긴장감을 자극하는 리허설이 될 것으로 보인다.대표팀은 5월25일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로 이동해 그곳에서 고지대 적응을 겸한 두 차례 평가전을 갖는다. 특히 오스트리아 전훈 기간 맞붙을 벨라루스(5월30일)와 스페인(6월3일)은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1차전 상대인 그리스를 겨냥한 좋은 스파링 파트너다.태극전사들은 드디어 6월5일 결전의 땅인 남아공에 입성한다. 원정 16강 목표의 전진기지는 루스텐버그의 헌터스레스트. 한적한 산 중턱에 자리를 잡은 헌터스레스트는 대표팀이 지난 1월 남아공 전지훈련 때 이미 둥지로 사용해 익숙한 곳이다. 또 외부와 철저하게 차단돼 선수들이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는 최적의 베이스캠프다.현지 적응 훈련을 마친 대표팀은 월드컵 개막 다음 날인 6월12일 오후 8시30분(한국시간) 포트엘리자베스의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에서 16강 진출의 최대 분수령이 될 그리스와 B조 조별리그 1차전을 치른다.한국은 8년 전 안방 대회를 빼고 역대 7차례 원정 월드컵에서 1승5무11패에 그쳤다. 독일 월드컵 때 토고에 2-1로 이긴 게 유일한 승리다. 특히 원정에선 유럽팀을 상대로 12경기 무승(4무8패)의 참담한 성적표를 받았다.그나마 1차전 상대가 유럽팀 중 그리스인 건 불행 중 다행이다. 그리스는 2004년 유럽선수권대회(유로2004) 정상에 오르며 세계를 놀라게 했지만 조별리그 세 팀 중 가장 해볼 만한 상대다.한국이 그리스를 상대로 선전한다면 남은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와 경기에서 탄력을 받을 수 있다.`명장' 오토 레하겔 감독의 지휘하는 그리스는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역습으로 한 방을 노린다. 월드컵 유럽예선에서 10골로 득점왕에 오른 테오파니스 게카스가 경계대상 1호이고 기성용의 동료인 게오르기오스 사마라스도 매서운 공격력을 자랑한다.역대 A매치 맞대결에선 한국이 1승1무로 앞서 있으나 그리스의 장신 수비수들은 제공권 싸움에서 강하다. 다만 수비 뒷공간을 이용한 침투에 약점을 보인다는 점에서 한국은 그리스의 아킬레스건을 공략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그리스를 넘어도 조 1위가 유력한 아르헨티나와 남은 한 장의 티켓을 기대하는 `슈퍼이글스' 나이지리아가 기다리고 있다.한국은 아르헨티나와 6월17일 오후 8시30분 요하네스버그의 사커시티 스타디움에서 2차전에서 맞붙는다.지도력 불안을 떨쳐내지 못한 디에고 마라도나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다는 건 다소 위안거리지만 화려한 개인기로 무장한 리오넬 메시와 카를로스 테베스, 세르히오 아게로, 디에고 밀리토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즐비하다.한국은 아르헨티나와 1무3패로 약했다. 특히 월드컵에선 1986년 멕시코 대회 때 한국에 1-3 패배를 안겼던 악연이 있다.이어 6월23일 오전 3시30분 더반의 모세스마비다 스타디움에서 나이지리아와 조별리그 마지막 대결을 벌인다.두 차례나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을 제패하고 1994년 미국 대회와 1998년 프랑스 대회에서 2회 연속 월드컵 16강에 올랐던 나이지리아는 샤이부 아모두 전 감독이 경질되고 스웨덴 출신의 라르스 라예르베크 감독이 지휘하고 있다.나이지리아도 존 오비 미켈(첼시)과 중앙수비수 조셉 요보, 공격수 아예그베니 야쿠부(이상 에버턴) 등 유럽파들이 주축이다. 한국이 상대전적 2승1무로 앞서 있다. 그러나 나이지리아가 새 감독 취임 후 안정을 찾아 한국으로선 쉽지 않은 승부가 예상된다.허정무 감독은 예비명단 발표 후 "대표팀이 신구 조화가 잘 이뤄져 있다. 우리 선수들은 꿈과 열정이 있고 투혼으로 무장돼 있다. 기량은 반드시 갖춰야 하지만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투혼이 있어 어느 대표팀에 뒤지지 않는다"며 자신감을 보였다.월드컵 첫 원정 16강을 달성하려는 강한 염원과 불굴의 투지로 무장한 태극전사들이 6월 검은대륙에서 한국 축구의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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