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SSM에 떠밀려 설 자리 잃어가는 전통시장, 생존권 지켜줄 법·제도 개혁 시급, 상인들도 시장 활성화 위한 다양한 지구책 마련에 힘써, 情 넘치는 생활공동체 명성 찾길

지글지글 부침개, 고소한 튀김과자, 어릴 적 엄마를 따라 시장에 가면 입이 심심하지는 않았다. 언제나 돈없으시다고 푸념하시던 엄마도 시장에만 가면 꽁꽁 싸맸던 돈지갑을 맥없이 푸셨기 때문이다. 그런 어머니 모습을 그려볼 수 있는 전통시장이 대형자본에 의해 호사스럽게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대형유통점과 기업형 슈퍼마켓(SSM)에 밀려 사라져 가고 있는 것을 단순히 장사꾼들의 문제로만 보면 안 된다. 우리가 지탱하고 의지하고 살아온 어머니문화, 고향의 문화, 소중한 추억까지 함께 사라지기 때문이다.동네골목상권이 살아나고 전통시장이 활기차게 옛 명성을 되찾아야하는 이유는 꼭 먹고사는 문제로만 볼 수 없는 것이 그 곳은 이웃과 소통하던 만남의 장소이었으며 우리문화이기 때문이다.지난 추석에 수출 대기업들은 상여금과 격려금, 귀향수당 등으로 어느 해보다 풍성했던 반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등 서민들의 경기는 나아지지 않았다. 백화점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간 양극화는 극심하여, 백화점의 추석 매출은 작년 대비 20% 이상 치솟은 것으로 추산되지만 재래시장에선 추석대목이 사라진지 오래다. 대형마트에 포위된 데다 동네 골목에까지 우후죽순 들어선 기업형 슈퍼마켓(SSM)탓이다. 그로인해 우리의 정겨운 모습들과 평범한 먹을거리와 사람들의 이야기가 꽃피는 동네가게와 전통시장이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 전국의 SSM은 2007년 354개에서 올해 상반기 현재 793개로 치솟았다. 이에 따라 올해 4월 전통시장 반경 500m 내의 SSM 개설을 제한하고 가맹점형 SSM을 사업조정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이 소관 상임위를 통과했으나, 법사위의 한나라당 의원들과 정부가 통상위험 분쟁이 있다는 이유로 발목을 잡고 있다.진정으로 정부와 정치권이 국민의 대리자라면 이와 관련하여 중소상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제대로 파악하고 주민이 만족할 수 있는 현명한 법과 제도의 개혁을 이루어내어야 할 것이다. 입만 열면 서민경제를 부르짖는 집권 여당이 벼랑 끝에 몰린 영세 상인들의 생존권을 나 몰라라 하는 것은 국민이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 시장상인들도 정치권만 의지하기보다 소비자 욕구를 정확하게 알고 충족시키고자 하는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시장상인들의 자구 노력으로 성공을 거둔 동대문시장은 젊은이들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침체일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동대문 시장의 화려한 변신은 국내는 물론 외국에까지 그 명성을 떨치고 있다. 성공한 동대문 시장의 성공 요인 중에 가장 손꼽을 수 있는 것은 전통시장의 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펼친 결과 소비시장의 흐름을 정확하게 읽고 새 트렌드를 창출했다는 점이다.시장 활성화를 위해 상인들은 시장마다 갖고 있는 특성을 찾아내 중점 육성했으며, 주차시설을 확충하는 한편 상가건물 개조 등에 협조해 새로운 디자인으로 편의성을 증대한 리모델링 사업 등으로 다양화 개성화되는 소비자욕구에 재빨리 대응한 점이 성공요인이었다. 전통시장 어디서나 상품권 사용이 가능해야 하고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고객이 원하면 카드도 받아야 한다. 노후한 시설의 보완 및 주차장 확보, 서비스 개선 등 재래시장 상인들의 자구노력이 병행된다면 대형마트에 빼앗긴 소비자들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사람 살아가는 이야기가 있는 정겨운 곳, 어머니 냄새가 풍겨나는 고향마을 같은 전통시장이 하루속히 옛 명성을 되찾아 서민들의 정을 흠뻑 느낄 수 있는 지역생활 공동체로서 과거의 영광을 하루빨리 되찾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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