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건희 삼성 회장은 올 신년하례회에서 “투자를 될 수 있는 대로 늘리겠다”고 말한 바 있다. 또한 연초에 LG그룹은 창립 이래 최대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했었다. 총 20조 원 규모에 새로 채용할 인원이 작년 1만 5000명보다 많을 것이라고 밝혀 기대를 모았다. 이 같은 투자 확대 방침은 굴지의 대기업들이 현금만 쌓아둔다는 걱정을 조금은 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상당수 대기업들의 투자약속은 말 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경영평가 업체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500대 기업 중 1분기 실적을 보고한 302개사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이들의 총투자 규모는 31조 원으로 작년 1분기보다 8.3% 줄어들었다. 반면 이들 기업의 현금성 자산은 총 196조원으로 작년 말 대비 10.8% 증가했다.

더 큰 문제는 대기업일수록 투자에 인색한 점이다. 10대 그룹 99개 계열사의 1분기 말 현금성 자산은 147조 원으로 작년 말 대비 10.9% 늘었으나 투자는 18조 4000억 원으로 작년 1분기보다 10.7% 줄었다.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등 5대 그룹 소속 계열사로 좁힐 경우 투자 감소폭은 16.5%로 더 커졌다. 삼성그룹 15개 계열사의 1분기 투자액은 총 6조 1000억 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31%나 줄었다. 반면 현금성 자산은 총 55조 8000억 원으로 11.2% 늘었다.

투자를 늘려 박수를 받을만한 곳이 없진 않다. 포스코는 올해 1분기에 작년 동기 대비 59%나 늘어난 2조 5000억 원을 집행했다. 투자가 많이 늘어난 만큼 현금성 자산은 7조 8000억 원으로 2.7% 줄었다. 10대 그룹 중 투자를 늘린 곳은 포스코를 비롯 현대자동차(2조 4800억 원), 롯데(7700억 원), GS(4700억 원), 현대중공업(4000억 원) 등 5곳으로 나타났다.

경제의 리더는 역시 기업, 그 중에서도 대기업이다. 국내외 경제여건이 요즘처럼 어려울 땐 대기업의 역할과 기여가 더욱 중요하다. 적극적인 기업가 정신과 과감한 투자로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어야 한다. 투자부진으로 경기가 살아나지 못하면 대기업에게도 좋지 않다.

정부로서는 기업의 투자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기업들의 투자를 막는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 각종 규제 등을 돌파하는 과감한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 정부는 창조경제를 외치고 있지만 기업들은 방향감각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의료, 교육, 관광 등 고부가 서비스산업에 대한 진입 규제 철폐와 바이오, 신소재 등 신 성장산업에 대한 투자 확대 정책을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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