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김이태 연구원과 연구자의 양심
<칼럼> 김이태 연구원과 연구자의 양심
  • 이성우
  • 승인 2013.07.26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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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우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 위원장

지난 7월 10일, 감사원은 ‘4대강 살리기 사업 설계·시공일괄입찰 등 주요 계약 집행실태’에 관한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의 목적은 4대강 사업의 담합 발생 원인을 규명해 국민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 감사 결과 보고서에는 뜻밖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2008년 6월 국민적 반대에 부딪쳐 이명박정부가 대운하 계획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가 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실의 요청에 따라 대운하를 다시 추진할 수 있도록 당초 계획에 비해 준설, 보 설치 규모를 대운하 방안과 유사하게 확대했다는 것이다.

이는 4대강 사업이 한반도 대운하 사업이라는 사실을 감사원이 비로소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이로써 이명박정부와 관변 학자들이 지난 5년간 한사코 부인했던 게 새빨간 거짓이었음이 드러났다. 반면 한반도 물길 잇기와 4대강 정비 계획의 실체가 운하계획이라고 만천하에 밝힌 김이태 연구원의 양심선언이 다시금 부각됐다. 김이태 박사, 그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 대운하 관련 연구과제에 투입된 연구원으로 2008년 5월 인터넷 포털 ‘다음’ 아고라를 통해 정부가 몰래 마련하고 있던 대운하 추진 계획을 폭로했다. 양심선언을 통해 김이태 박사는 이명박정부가 연구원들을 영혼 없는 과학자가 되도록 몰아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운하 건설로 인한 대재앙을 막기 위해서 모든 불이익을 감수하겠노라고 했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이명박정부는 김이태 연구원에 대해 갖은 불이익을 주는 것을 서슴지 않았다. 3개월 정직이라는 중징계는 약과였다. 연구과제에서 배제당하고, 인사평가에서 최하위 평가를 받고, 심지어 양심선언이 잘못된 생각에서 나온 것이라는 해명의 글을 쓰라는 요구를 받기까지 했다. 자신의 양심에 따라 행동한 연구원에 대한 정부의 보복은 실로 비이성적이고 몰상식한 것이었지만 김이태 연구원은 끝내 그것을 버텼다. 그리고 감사원은 뒤늦게 그의 양심선언이 진실에 입각하고 있음을 뒷받침했다.

김이태 연구원을 통해 우리가 깨닫게 되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 사회에서 연구자로서 양심을 지키고 진실을 세상에 알리는 것은 커다란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며 나아가 견디기 힘든 고통이 수반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더욱 중요한 사실은 박근혜정부에서도 연구자의 양심을 시험하는 일은 여기저기 즐비하게 널려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창조경제, 창조산업, 창조적 R&D라는 말들을 내세우며 과학기술계 출연연구기관의 역할과 임무가 무조건 중소기업 지원과 일자리 창출인 것처럼 강변하는 사람들이 있다. 벌거숭이 임금님한테 훌륭하고 멋진 옷을 입었다고 칭찬하는 것은 임금님을 망신스럽게 할 뿐이지만 개념조차 명확히 정립되지 않은 창조경제를 너도 나도 앞장서서 구현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출연연구기관을 망치는 일이다.

다시 김이태 연구원을 생각한다. 비록 늦었지만 정부와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신속하게 김이태 연구원이 지난 5년간 당했던 유·무형의 불이익 조치를 원상회복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잘못된 징계를 철회하고 연구업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해 연구원으로서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동시에 이명박정부의 4대강사업을 옹호하고 김이태 연구원을 무능한 연구원으로 몰아세웠던 교수와 학자들은 진심으로 반성하고 김이태 연구원에게 깊이 사과해야 한다. 우리 사회가 ‘한참 입시준비 중인 고3의 딸과 고1의 아들만 아빠를 믿어주면 된다’고 했던, ‘매우 소심하고 마음이 약한 사람’ 김이태 연구원의 양심과 용기에 대해 지금이라도 그렇게 답하는 것이 이 시간에 연구자로서 양심을 지키기 위해서 고뇌하고 번민하는 또 다른 연구원을 살리는 일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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