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지방분권 통해 지방시대 열자 - ④ 주민참여 활성화가 지방분권의 밑거름

日 이치카와시, 1%예산제 성공모델 제시 시민이 계획서 평가 시민단체 활동 지원
참여예산으로 마련된 노래·수영교실 호응, 공익성 보장 ··· 복지실현·주민참여 효과
시보 발행·메일 발송 등 공격적 홍보 에코포인트·마일리지 통해 참여 유도
동기간 참여시민 3천명 → 1만명 증가 ··· 타지자체도 벤치마킹 발전방향 모색

전국의 지역자치체와 지역의회, 학회, 시민단체, 분권단체가 함께 지방분권 의지를 표출하기 위해 지난해 창립한 ‘개헌지방분권개헌국민행동’은 창립하자마자 지방분권 관련 국민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지방분권을 위해 ‘현행 헌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응답한 국민은 응답자의 72.5%였다. `필요하지 않다'는 답변은 14.9%에 그쳤다. 지방분권의 필요성을 국민들은 인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지방분권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는 국민들은 각 지역자치단체가 실시하고 있는 주민참여시책에 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충남도를 비롯한 전국의 지자체들은 주민참여예산제 등을 통해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지난 2010년 지방선거 이후 각 지자체들은 주민참여예산제도를 실시하고는 있지만 주민들의 반응은 냉담한 것이 사실이다. 또 지방재정이 열악하기 때문에 주민들이 편성한 예산이 지자체에 반영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반면 이웃나라 일본은 주민참여정책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받고 있다.

특히 일본은 주민참여를 통한 주민복지가 잘 갖춰져 있는데 지방분권의 궁극적인 목적이 주민복지 실현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미래의 한국과 주민참여예산제를 실시하는 충남도가 실질적인 주민참여를 통한 주민복지 실현을 위해 이웃나라에게 배워야 할 점이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치카와시(市川市)는 시민들이 1% 예산제를 통해 지방분권의 핵심인 주민복지를 실현하고 있다. 사진은 이치카와시 내 한 수영장의 수영교실을 통해 주민들이 수영을 배우고 있다. 필요한 예산은 주민들이 직접 예산편성에 참여했다.
◆진정한 주민복지와 주민참여의 실현
오전 10시 직장인들은 모두 출근을 해 한산한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도쿄(東京) 동쪽에 위치한 지바(千葉)현의 작은 도시인 이치카와시(市川市)의 한 마을회관은 늘 북적거린다.

노래를 배우기 위해 모인 마을 주민들의 노랫소리로 한적한 도시의 정적을 깨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노래교실 강사의 강의를 들으면서 직접 노래도 불러보는 등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인근 체육관의 수영장도 역시 인파가 몰려있다.

마을주민 십여 명이 수영을 배우고 있는 것이다. 수영을 할 줄 모르는 아이부터 처진 살을 빼기 위한 노인들까지 모두 수영을 하면서 주민 간 친목을 다짐과 동시에 주민복지를 실현하고 있다.

이치카와시는 일본에서도 주민참여제도가 잘 돼 있는 도시로 꼽힌다. 일본에서 최초로 주민참여예산제도인 1% 예산제를 실시했고 제도적으로도 정비가 잘 돼 있기 때문이다.

이치카와시는 지난 2004년 ‘이치카와시 납세자가 선택하는 시민단체 활동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고, 이를 토대로 이듬해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1% 예산제를 실시했다.

1% 예산제는 시민단체들이 활동계획서를 작성해 이치카와시민들이 낸 세금의 1%를 지원받는 제도이다. 시민들은 시민단체의 활동계획서를 보고 직접 평가해 지원하고 싶은 3개의 단체에 지원할 수 있어 공정성이 보장받는다.

때문에 시민단체들은 예산을 지원받기 위해 공익성이 높은 활동계획서를 작성하고 시민들이 평가와 예산지원 등에 직접 참여하게 된다. 이 제도로 이치카와시는 주민복지 실현과 주민참여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았다.

이치카와시의 1% 예산제는 주민참여와 주민복지 실현 외에도 시민계몽이라는 긍정적인 효과도 발생한다.

시민들은 주민세의 1%라는 한정된 재정을 통해 시민단체의 활동을 지원할 수 있기 때문에 이치카와시가 필요로 하는 현안들을 자연스럽게 인지하게 되고 지원하고 싶은 시민단체를 선정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이치카와시민들은 시민의 역할을 제고하게 되고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시민의 직접참여로 연결된다. 즉, 시민들은 자연스럽게 계몽이 이루어지면서 주민참여 등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치카와시 내 한 마을회관에서 주민들이 노래를 배우고 있는 모습. 주민들이 직접 예산편성에 참여해 복지사업을 이뤄낸 결과다.
◆공격적인 홍보
이치카와시가 실시하고 있는 1% 예산제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단체는 올해만 140여 개에 달한다. 116개 시민단체가 참석했던 2010년과 비교했을 때 불과 3년 만에 높은 참여율을 보였다. 1% 예산제를 통해 시민단체를 지원한 시민들도 동기간 3000명에서 1만 명으로 크게 늘었다.

이렇게 1% 예산제가 큰 성장을 하게 된 이유는 이치카와시의 공격적인 홍보 덕분이다.

이치카와시는 매달 시보를 발행하는데 시민단체와 시민들의 적극 참여를 위해 1% 예산 광고와 기사를 작성하고 있다. 더불어 시보를 구독하지 않는 시민들에게 직접 우편과 메일을 통해 1% 예산제를 홍보하고 스마트폰 QR코드 등 공격적인 홍보를 단행하고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치카와시는 시민단체들의 활동이 마무리되면 결산보고를 통해 시민단체를 지원한 시민 뿐 아니라 지원하지 않은 시민들에게도 알려 1%예산제에 대한 홍보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홍보활동 덕분에 내년 1% 예산제에 참여하는 시민단체도 증가했다.
올해 140여 개였던 시민단체가 내년에는 158개로 약 10% 증가했다.

이치카와시는 3년 내 시민들의 참여율을 10% 이상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까지 설정했다.
충분한 홍보활동을 통해 이치카와시의 1%예산제를 알리고 주민복지에 국한된 시민단체들의 활동계획을 SOC 등 지역현안까지 넓히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해 이치카와시는 주민세 지원 뿐 아니라 친환경제품을 구입하면 적립되는 에코포인트와 각종 마일리지를 통해 시민단체를 지원하는 방안 등을 통해 시민들의 참여를 적극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1% 예산제, 일본 전역으로 퍼지다
올해 9년 차인 이치카와시의 1% 예산제는 주민복지와 주민참여를 동시에 이루면서 일본 내 다른 지역자치단체도 이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지역이 오사카부의 이케다시(池田市)이다.
이치카와시가 지난 2004년 조례제정을 통해 성공적인 주민참여예산을 시행하자 이케다시는 이듬해인 2005년 ‘이케다시 지방분권 추진을 위한 조례‘를 제정했고 2007년부터 주민참여예산제도를 본격 운영했다.

이케다시는 초등학교 학군 단위로 분류된 11개 지역별로 ‘지역커뮤니티추진협의회’를 구성했고 구성원으로 지역주민과 NGO를 포함시켜 실질적인 예산 편성제안권을 부여했다. 뿐만 아니라 이케다시는 지방분권과 재정분권 등과 관련된 강좌를 개설해 주민들이 예산 편성에 필요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해 주민들이 효율적으로 예산을 편성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외에도 이치노미야시( 一宮市) 등 일본 전역에서 이치카와시의 1% 예산제를 벤치마킹한 다양한 주민참여예산제를 시행하고 있고 이들은 1년에 한 번 씩 포럼을 열고 주민참여 유도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김현호 기자 khh0303@ggilbo.com

본 기획취재는 충남도의 ‘지역언론지원사업’ 기금을 지원받아 이루어졌습니다,

“1% 예산제의 핵심은 이치카와시의 시민들을 믿는 것입니다. 시민들이 시민단체에 예산을 편성할 수 있는 기회의 장(場)을 마련해주는 등 지역자치단체가 어떠한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진정한 주민참여와 주민복지가 실현되는 것입니다.”

시민들에 대한 믿음이 이치카와시의 1% 예산제 성공비결이라고 설명한 마시코 타카시(益子 隆史) 이치카와시(市川市) 기획부 주임은 시민들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지자체의 개입을 최소화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에서도 주민참여예산제도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으나 대부분의 주민들은 예산편성과정에서 의견을 내는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중앙정부가 지방분권을 실현하지 않았던 이유는 지방자치단체를 미숙한 존재로 봤기 때문입니다. 또 지자체가 시민들을 어리숙한 존재로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민들을 믿고 그들이 능력을 베풀 수 있도록 지자체들은 기회를 제공해야 하고 개입은 최소화해야 합니다.”

마시코 주임은 한국에서 지방자치가 정착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여과 없이 표현했다.

실제로 한국의 경우 지자체별로 주민참여예산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주(主)가 아니라 부(副)의 위치로 예산편성에 참여하고 있어 실질적인 주민참여가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이다.

마시코 주임은 최소한의 개입 이외에도 부가적인 서비스 제공도 지자체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무조건적인 시민들의 참여는 오히려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며 “시민들에게 주민참여가 중요한 이유를 설명하는 강좌 등의 개설도 지자체의 몫이다”라고 강조했다.

김현호 기자 khh0303@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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