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지방분권 통해 지방시대 열자 - ⑤한국의 지방분권, 어떻게 나아가야 하나
한국은 어떠한 정책을 수립하기 이전에 가까운 일본을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았다.
서울의 청계천은 일본 오사카(大阪)의 도톤보리(道頓堀)를 롤모델로 정하고 청계천 복원사업을 위해 수많은 관련 공무원들이 오사카를 다녀갔다.
복지정책도 마찬가지이다.
한국은 복지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일본 내 지역자치단체들을 수백 번 방문했고 한국의 복지정책은 시행초기 일본의 그것과 상당히 유사했다.
지방분권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과 유럽이 지방분권 체제가 잘 정비돼 있지만 동양과 서양의 사상차이 등으로 인해 이질감이 없지 않은 것은 사실이어서 처음부터 한국에 서양의 지방분권 체제를 이식하기는 힘들다. 또 일본은 한국보다 지방분권을 수십 년 먼저 실행했기 때문에 지방분권의 본격적인 첫 걸음을 딛는 한국은 일본의 지방분권 정책을 주목하고 벤치마킹하는 것이 한국에게는 제대로 된 지방분권을 실현할 수 있다.
◆지방분권 실현을 위한 법적 근거 필요
한국과 일본의 지방분권 정책의 간격이 벌어진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법적 근거이다.
한국은 지난 1991년부터 1998년까지 ‘지방이양합동심의회’라는 기구를 설립하고 1999년 ‘중앙행정권한의 지방이양 촉진 등에 관한 법률’을 통해 중앙행정권한을 지방으로 이양하는 작업을 실시했으나 강력한 구속력을 갖추지 못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반면 일본은 강력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 지방분권 정책을 실현할 수 있었다.
특히 1995년 ‘지방분권추진법’과 1999년 ‘지방분권일괄법’이 제정되면서 일본은 제1·2차 지방분권개혁을 추진했고 이는 지방분권 실현의 근간이 되는 역할을 했다.
또 지방분권추진법을 통해 ‘지방분권추진위원회’가 생겼고, 지방분권일괄법으로 인해 지방세와 국세 비율 조정과 지방분권의 역행제도라고 평가받는 기관위임사무제도 폐지라는 놀라운 성과를 이루었다.
지방분권을 위한 강력한 법적근거가 선행돼야만 제대로 된 지방분권이 실현될 수 있는 것이다.
◆기관위임사무폐지를 위한 지역자치단체와 지역의회 간 공조
기관위임사무폐지를 위해 가장 큰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 바로 지역자치단체와 지역의회이다.
전국 시·도의회의장협의회와 전국시·도의회운영위원장협의회는 최근 공식석상에서 ‘기관위임사무 폐지를 위한 지방자치법 일부 개정법률안’과 ‘기관위임사무 폐지 건의안’을 잇따라 채택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펼치고 있지만 이들은 협의회에 불과하고 힘을 하나로 합치지 못하고 있어 큰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두 협의회를 합치는 방안이 큰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특히 지자체와 지역의회 간 공조도 중요하다.
일본의 경우 지자체와 지역의회가 서로 간 견제를 하기는 하지만 지방분권 정책, 혹은 관련 정책을 시행할 때 특별 기구를 설치하고 이 기구를 통해 중지를 모으는 것이 일반적이다.
오사카도(大阪道) 건설을 위해 오사카부(大阪部)와 오사카시(大阪市와) 등 지역의회들은 집행부를 견제와 감시하는 기능과 함께 원활한 행정구조개편을 위해 주기적으로 머리를 맞대는 등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면 한국의 경우 지방분권 추진에 있어서 지자체와 지역의회의 협조는 찾아보기 힘들고 대개 지자체가 단독으로 추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지자체들은 특별 기구를 설치하지 않고 담당부서로 하여금 이를 수행케 하고 있다. 때문에 지자체가 중앙정부에 지방분권에 대한 정책이나 목소리를 낼 때 큰 효과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지자체와 지역의회 간 공조를 함으로써 특별 기구를 설치해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지방분권 실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지역주민과의 공감대 형성이다.
지방분권을 위해 지역자치단체 장들이 계속 목 놓아 부르짖어도 주민들이 공감하지 못하고 참여를 하지 않는다면 반쪽짜리 지방분권으로 끝날 우려가 높다.
한국은 주민참여 제도가 있지만 이를 인지하고 제대로 활용하고 참여하는 주민들이 드문 편이다. 각 지자체에서 주민참여예산 등 다양한 시책을 통해 지방분권의 목적인 주민복지향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부족한 홍보와 주민교육 등으로 인해 아직 제대로 된 정책으로 자리 잡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반면 도쿄 지바현(千葉縣) 등 일본 내 지자체들이 지방분권의 궁극의 목적인 주민복지가 가능했던 점은 주민들과의 공감대 형성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특히 1% 예산제에 대한 공격적인 홍보와 투명한 예산관리, 주민들에 대한 교육 실시 등은 주민들이 집행부에 대한 신뢰를 가질 수 있게 한 동기가 됐다. 또 주민참여제도를 실시하는 지자체 간 노하우 공유 등으로 인해 일본은 지방분권을 통한 주민복지 실현에 전 세계적으로 강점을 보이고 있다.
지방분권을 통해 주민복지 향상을 이루기 위해서는 지바현을 비롯한 일본 지자체의 공격적인 홍보와 투명한 예산관리 등을 습득해야 한다. 특히 주민들의 계몽을 위해 지속적인 주민 대상 교육을 실시해 지방분권이 주민들에게 가져다주는 이익 등에 대해 집중적인 홍보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지자체들이 주민들이 스스로 지방자치를 실현하는 기회를 마련해 준다면 한국은 지방분권이라는 정착지에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
김현호 기자 khh0303@ggilbo.com
끝.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이고 국가의 주인은 국민들이고 권력은 국민들로부터 나온다라는 뜻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대한민국의 권력은 중앙정부에서 출발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헌법에 규정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권력은 왜 중앙정부로부터 나오는 것인가.
이에 대해 충남 지방분권특별위원회 분권자치 위원장을 맡고 있는 안성호 대전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한국 지방분권 실현의 어려움에 대해 명쾌하게 설명했다.
안 교수는 “결국 지방분권은 중앙에서 지방자치로, 지방자치에서 시민으로의 권력이동이고 따라서 결국 시민이 강력해 지는 것이 지방분권의 핵심이지만 권력을 가진 이들이 쉽게 놓아줄 리 없다”고 설명했다,
즉, 지방분권은 권력이동으로 정의할 수 있다. 하지만 소위 ‘파워엘리트’라 불리는 기득권들의 저항이 심해 지방분권 실천이 어렵다는 것이다.
안 교수는 “지방분권 실천은 기득권의 저항과 반드시 수반되고 이런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가장 빠르게 지방분권을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은 법의 개정이지만 법 개정의 권한은 파워엘리트들이 가지고 있다”고 한국 지방분권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의 헌법 중 지방분권과 관련한 법은 눈 씻고 찾아보기 힘들 정도이다.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국정의 핵심과제로 선정한 지난 참여정부도 자치입법과 자치재정, 기초지방선거 정당 공천 폐지, 자치경찰, 지방대학 육성이 중앙 정치권과 관료들의 저항에 부딪혀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다. 파워엘리트들의 저항 때문이었다.
안 교수는 이러한 저항을 물리치고 지방분권을 실현하기 위한 방법을 제시했다.
안 교수는 파워엘리트들이 권력을 놓지 않는다면 시민들이 힘을 모아 뺏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안 교수는 “시민의식을 높여 권력을 이동시키는 것도 한 방법”이라며 “결국 시민의식을 높여 이를 표출하는 것은 선거밖에 없다. 여기에는 또다른 요소가 필요한데 바로 기득권을 가진 동시에 희생할 줄 아는 헌정의 리더십을 가진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헌정적인 리더를 선택할 수 있는 안목을 시민들이 가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현호 기자 khh0303@ggilbo.com
일본 내 지방분권 분야에서 저명인사로 통하는 야와타 카즈오(八幡 和郞) 박사는 지방분권 실현에 대해 목적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지방분권의 목적인 주민복지 실현을 잊고 무조건적인 지방분권만 실현될 경우 지방자치단체의 중앙화로 인해 주민들의 복지는 제자리걸음을 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지방분권 정책이 장기간 표류하고 있다면 이러한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는 것이 그의 논리이다.
그는 “일본의 경우도 몇 십 년 간 지방분권 실현을 위해 목소리를 높였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왜 지방분권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목적을 잊은 시기가 있었다”며 “이로 인해 소위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이 찾아왔고 국가 재정에 막대한 악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일부 지자체들이 지방분권의 목적도 잊고 무분별한 SOC 사업에 투자했기 때문에 주민복지는커녕 오히려 지역자치단체의 재정악화만 불러온 것이다.
지방분권의 목적을 잊지 않기 위해 야와타 교수는 중앙정부와의 긴밀한 협조관계 및 부분적인 개입의 필요성 대해서도 강조했다.
그는 “지방분권이 실현되면 많은 지자체들은 수익이 높고 사업의 효과가 바로 나타나는 SOC 사업 등에 투자를 하게 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국가의 근간이 되지만 수익성이 없는 사업, 즉 농업 등은 몰락의 길을 걷게 되고 국가의 경쟁력은 하락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중앙정부의 적절한 개입은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야와타 교수는 이어 “지방분권 정책을 실현하기에 앞서 ‘왜 해야 하는 지’에 대해서는 반드시 고민해야 부작용 없는 지방분권이 가능하다”고 충고했다.
김현호 기자 khh0303@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