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기를 들고 너를 사랑해 눈물을 흘리며 말해도 아무도 대답하지 않고 야윈 두 손에 외로운 동전 두 개뿐’ 1990년 공일오비(015B) 1집에 수록된 노래이자 객원가수 윤종신의 데뷔곡인 ‘텅 빈 거리에서’의 한 구절이다.

‘찰칵 떨어진 동전 그 작은 소리에도 놀라 나의 가슴은 뛰고 있었지 그대 목소리 들리는데 나는 할 말을 잃었네 삼분이 지나가도록 입술은 열리질 않아’ 1994년에는 가수 나미가 헤어진 연인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차마 말을 잇지 못하는 애절함을 ‘공중전화’ 노랫말에 녹여냈다.

드라마나 라디오, CF 등에서 복고열풍이 불면서 1990년대 감성이 문화의 키워드로 자리잡고 있다. 1990년대에는 다양한 문화의 아이템이 형성됐지만 ‘공중전화’ 또한 그 시대를 풍미한 콘텐츠였다.

휴대전화가 확산되기 전에는 공중전화에서 삐삐(무선호출기)로 음성메시지를 남기면 수신자도 공중전화로 달려가 확인하는 시절이었다. 실시간으로 메시지를 주고받는 요즘과 비교하면 번거롭지만 공중전화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반가운 음성에 울고 웃던 애틋함이 있었다.

그 당시에는 공중전화를 한번 사용하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을 서서 한참을 기다리는 일이 다반사였다. 삐삐의 대중화와 함께 공중전화가 급속도로 늘어 1999년에는 56만여 대가 전국 곳곳에 있었다. 휴대폰이 대중화되면서 공중전화가 뒷전으로 밀려 대전·충남지역에는 2011년 5800대까지 줄고 지난해 5500대, 올해 5350대로 해마다 그 수가 감소하고 있다.

1990년 발표된 노래 가사를 살펴보면 공중전화 요금을 짐작할 수 있다. ‘외로운 동전 두 개뿐’인 20원이 한 통화의 요금이었다. 나미의 노래에선 한 통화의 시간이 3분이다. 1962년 5월에서 1976년 10원, 1990년 20원으로 올랐고 1992년 30원, 1997년 50원을 거쳐 2002년 70원으로 오른 뒤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이제는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공중전화이지만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 공중전화다. 월 수입이 1000원이 되지 않는 공중전화가 부지기수이지만 수익성이란 측면보다 보편적 역무로서의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시대의 흐름 속에 전성기를 누렸던 공중전화도 점차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동전만 넣을 수 있었던 공중전화에서 공중전화카드로 사용할 수 있는 전화기, 교통카드로도 전화를 걸 수 있는 전화기, 영상·인터넷공중전화까지 모습을 달리해 왔다. 현재는 공중전화부스에 자동심장충격기(AED)를 겸비해 시민건강 복지를 높이는가 하면 이용자들의 금융 편의 향상을 위해 현금자동입출금기(ATM)가 설치된 멀티 공중전화부스가 선보여지기도 한다.

현대인에게 필수가 돼버린 휴대전화를 잃어버린다면 가장 먼저 찾는 것이 공중전화일 것이다. 동네 구석구석 놓여있던 점차 사라져 공중전화도 찾기가 힘들어져 버렸지만 디지털이 범람하는 지금에도 결코 없어서는 안 될 아날로그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유주경 기자 willowind@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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