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분양 실패 거울 삼아

철저한 기획력·열정 무기 갖춰

차별화 전략 잇단 신화 창조

"위기 때 강해야 진정한 강자"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국정과제의 하나로 ‘경제살리기’가 단골메뉴처럼 등장했지만 서민들은 살아난 경제를 피부로 느끼지 못한 게 사실이다. 좀처럼 풀리지 않는 경제환경에도 꿋꿋이 제 역할을 다하는 지역 기업의 CEO들은 지역경제발전의 견인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금강일보는 2014년 갑오년 새해를 맞아 지역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CEO와의 대담 코너인 'CEO와의 차 한잔’을 통해 그들의 인생역정과 함께 위기관리 노하우, 경영철학 등을 들어본다. 편집자

‘열정(passion)’

기회 있을 때마다 접하는 정성욱 금성백조주택 회장은 그 때마다 ‘열정으로 가득찬 CEO’란 인상을 강하게 받는다.

지난 1981년 창업 후 줄곧 ‘살기 좋은 아파트’ 건설을 위해 쉼 없이 달려와 ‘주거명장’으로 불리는 건설사 CEO이지만 만날 때마다 무언가 새로운 작품을 창조하려는 역동감이 느껴진다.

구랍 18일 오전 대전 서구 탄방동 예미지빌딩 집무실에서 ‘티타임’을 가진 정 회장은 자리에 앉자마자 2014년 ‘예미지’ 분양계획부터 꺼내며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놨다. 잠시나마 새해 사업구상에 집중하고 있는 CEO의 일면을 읽을 수 있었다.

정 회장은 “세종시 2-2생활권 공동주택용지 설계공모에서 P4구역(4만 702㎡·672세대)에 선정된 만큼 최근 2∼3년간 전국에 분양된 아파트들의 장점 등을 모아 세종 예미지를 설계하려 한다”고 말했다.

뭔가 다른 아파트를 만들려면 부단한 노력과 도전을 해야 하는 경영철학을 내비쳤다.

대덕구 대화동 금성백조빌라 27세대를 시작으로 32년간 1만 6500세대의 주택을 공급해온 금성백조주택의 성공은 정 회장의 성실함과 임직원들의 부지런함, 패기가 원동력이 됐다.

정 회장은 고희를 바라보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토지를 구입할 때 마다 자시(23~1시), 축시(1~3시), 인시(3~5시), 묘시(5~7시), 진시(7~9시), 사시(9~11시), 오시(11~13시), 미시(13~15시), 신시(15~17시), 유시(17~19시), 술시(19~21시), 해시(21~23시) 등 12간지 시간마다 현장을 방문해 나름의 감을 잡는다”고 했다. 보통 부지런해서는 안 될 행보다.

1986년 대덕구 비래동에서 아파트를 분양할 당시 100세대 중 3세대만 분양되는 쓰라린 실패를 맛본 후 이를 거울삼아 철저한 기획과 준비로 2년 뒤인 1988년 중구 중촌동에서 대박을 터뜨려 돈벼락을 맞게 된 ‘사건’은 주택건설업계의 신화처럼 회자되고 있다. 아파트 182세대를 분양하면서 147대 1이라는 경이적인 청약률을 기록, 극적인 대성공을 거둔 이때를 정 회장은 자신이 사업에 뛰어들어 경험한 가장 값지고 짜릿했던 순간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는 이른바 잘나가는 건설사 CEO이지만 항상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다. 언제나 위기상황이라고 여기고 “기업은 무한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고 쉼없이 강조한다.

실제 금성백조주택은 IMF 외환위기 태풍을 잘 피해갔다. ‘위기를 기회로’ 실천한 기업으로도 알려져 있다. 경기침체를 예상하고 일찌감치 자체 구조조정을 통해 조직을 슬림화시키는 한편 자금의 유동성을 극대화시켜 두었기 때문이다. 금성백조는 한층 다져진 경쟁력을 앞세워 2000년대 초반에 찾아온 부동산 호황기에 연이은 아파트 분양 성공으로 가파른 사세 성장을 일구었다.

그는 특히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을 굳건히 믿고 실천하고 있다. 무슨 일이든 최선을 다하면 반드시 좋은 결실을 얻는다는 신조를 믿는다.

대전에서 나고 자라 기업을 세운 정 회장은 “경쟁력 있는 사람이나 기업은 어려울 수록 강해진다. 새해에는 ‘경쟁력’과 ‘디테일한 실천’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뼈있는 메시지를 던지며 대담을 마무리했다.

박길수 기자 bluesky@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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