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을 계룡산, 제14회 춤 공연에서 2년 여째 병원에 있는 그에 대한 마음을 표현한 '연서(戀書)1'을 잘 춰냈다.서서히 스러져 가는 그에 대한 애닮은 마음이 절절했기에 무용의 형식, 작품의 전문성을 떠나 나는 나의 감정을 생생히 토해 낼 수 있었고 춤을 평가함에 있어서도 합격점을 줄 수 있었던 듯 하다. 그리고 그로부터 이틀 후 아침 8시에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8시 30분에 병원에 도착했고 그는 아직 체온이 남아 있었다. 의사가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얼른 하라고 했다. 그것이 이미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래도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아 나는 그의 애창곡 OH, SOLEMIO(오,솔레미오)를 그의 귓가에 불러 주었다. 식어 가는 체온을 느끼며.... 달리 다른 말이 생각 나지 않아서 이기도 했다. 의사는 9시 5분으로 사망 진단을 내렸다. 그렇게 그는 떠났다. 내 가슴에 노란빛의 너울너울 춤을 남겨놓고. 폐렴의 악화로 씩씩하게는 아니었지만 그 전날 나에게 노래를 불러줬고 언제나 그러했듯이 뽀뽀를 하자는 모습도 보여 줬고, 사진 찍으며 놀았던 평소의 모습도 비췄으며, 그리고 무엇보다도 잠을 자야겠다고 나를 먼저 밀쳐 준게 고마웠던 그 전날의 모습을 내가 마지막 보게 된것이 고마웠다. 언제나 아쉬워 하는 그를 병원에 두고 나와야 하는 내 마음이 편치 않았었기에 말이다. 참, 맥주도 찾았었다. " 맥주 한잔하자" 하고, 거기에 나는 "이 짱구 아저씨야 아픈 중에도 술을 찾아" 하면서 장난끼 있게 그의 앞.뒤 짱구 머리를 쳐 주었었던 것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듯 싶다. 전체적으로 기운은 빠져 있었지만 약간의 장난도 칠 수 있었던 시간을 주었던것이, 또 이쁘게 떠나 가 준것이 고맙다. 그리고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끝까지 나를 배려 해주고 간 것으로 생각하고 싶다. 큰 공연 끝나고 이틀 있다가 그리고 당신과 함께하는 그런 시간들을 나에게 주고 간 것이.... 그렇게 나의 아픈 사랑은 더이상 눈으로 볼수도 손으로 만질수 도 없는 일상의 현상에서 사라져 버렸다. 다만 누군가의 말씀처럼 내가슴에 있는 이상은 늘 함께하고 있는 것 이라는 말로 위안하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인사 나누고, 중간 중간, 문득 문득 이야기 나누고, 하루를 마감 하면서 굿나잇 인사도 하고 말이다. 그러면서 나는 이런 일기를 쓴 것 같다. 나는 알지요. 당신이 어느 시점에서 부터인가 집으로 갈 수 없다는 희망의 끈을 놓고 있다는 것을... 그러한 것을 제가 느끼기 채 2~3주도 안된 상태에서 당신은 아주 곱게 가 주었습니다. 그러한 당신의 바램을 들어주지 못하는 제 심정을 헤아려 주기라도 한 것 처럼 말입니다. 더 이상 망가지지 않으려는 당신의 의지라고 보고 싶습니다. 당신은 그 힘들다는 의사 공부를 한 의지가 있는 분 이었으니깐요. 하여 고맙습니다. 이 또한 사랑의 방식 일테니깐요. 그러나 여보, 그것도 알아 주셔야 합니다. 나 역시 당신의 바램을 들어드리기 위해서 여러가지로 방도를 찾고 있는 중 이었다는 것을.... 잘 가셔 주었습니다. 원없는 우리의 사랑이었으니깐요. 애닮은 선 하나 가슴에 흐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제 삶의 한 몫일 테고요. 누가 저의 사진을 품에 안고 잠을 자 주겠어요, 당신처럼. 다시는 그런 사랑 받아보지 못 할겁니다. 저 또한 당신을 원없이 사랑했고요. 제가 할 수 있는 한에서는 최선 이었습니다. 여보, 언제나 사랑해요. 그리고 외롭지 않을꺼예요. 그곳에 당신의 부모님과 먼저 간 가족들이 있고 여기에서 제가 바라보고 있으니깐요. 그렇죠 여보? 내 사랑 당신입니다.그렇게 의학의 힘으로 어쩔 수 없고, 아무런 의료 조치를 할 수 없는 집에서의 모심을 하지 못했음을 가슴에 상처로 안으며 그의 빈 자리를 그가 지켜보고 있다고, 그가 바라는 삶은 씩씩한 모습일 것이라고 주문을 외며 나는 오늘도 웃는다. 그리고 그 웃음은 "연서(戀書)2 "로 탄생하는 것 같고, 그 내용은 단순한 사랑 노래가 아닌 생의 순환적인 면에 초점이 맞추어 질 것 같다. 그만큼 삶을 바라보는 눈이 심오 해진걸까? (후훗) 내 아픔, 내 사랑, 삶의 허무, 처연함.... 이 모든게 춤의 소재가 되고 있기에 그나마 웃을 수 있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그저 감사해 한다. 나와 그에게. 그리고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들에게. 엄 정자(무용가·엄정자 춤무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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