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구
열린교육학부모회장
“나도 부모님처럼 되고 싶어요”
아이는 부모의 거울,
부모의 앞모습은 언어며
뒷모습은 행동이니
자녀들은 그대로 따라 하며 큰다.

정초도 설날도 그렇지만 3월은 또 한 번 새로 시작하는 달이다. 아이들 새 학년 새 학기가 시작되어서 그렇고 오랜 농경사회 습관에 따른 새봄이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은 설렘 반 두려움 반이다. 신학기를 맞으며 어떤 선생님을 만나게 될까 짝꿍은 누가 될까 가슴을 졸이기 마련이다.

봄은 마음을 설레게 한다. 겨울잠에 깊이 들었던 동물들이 깨어나고 겨우내 헐벗었던 나무들은 녹색옷을 입기 시작한다. 찬바람 속에서도 꽃망울은 볼록히 주둥이를 내밀고 땅 밑 푸른 새싹은 고개를 내밀 준비에 여념이 없다. 봄은 우리에게 생동감 있게 다가와 활기찬 시작과 희망을 선물한다.

봄이 되니 우선 눈이 즐겁다. 두꺼운 외투를 벗어 던지니 움츠렸던 가슴이 저절로 활짝 펴지면서 삼천리 강산 어느 곳에 눈길을 주어야 할지 온통 꽃잔치다. 또 봄은 식도락의 계절이다. 겨우내 잃었던 입맛을 되찾는 시기다. 바다에서는 도다리, 쭈꾸미, 새조개가 신고식을 하고 육지에서는 고사리, 쑥, 냉이, 달래 등 온갖 산나물이 곱게 몸단장을 하고 나선다.

추운 날이면 가장 맛있는 간식거리 중 하나가 붕어빵이다. 온 국민의 겨울철 간식으로 사랑받고 있다.

모양이 붕어 형태를 가지고 있어서 그렇게 부르지만 뜨거울 때 바삭한 붕어빵을 베어 물면 그 안에서 나오는 팥 앙금 맛이 압권이다. 요즘에는 팥 대신 슈크림이나 고구마ㆍ초콜릿 크림 등이 들어간 다양한 종류의 붕어빵도 나온다. 이젠 붕어빵도 퓨전이고 융합이다.

붕어빵의 또 다른 의미는 닮은꼴이다. 무쇠틀에서 노릇노릇 구워지는 모습이 다 비슷하고 조금은 투박하지만 거기서 푸근함과 친밀감을 느낀다. 연예프로에 나오는 부자 모습이 온전히 똑같지는 않아도 붕어빵이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다.

“나도 크면 아버지 같은 사람이 될래요”

과연 얼마나 많은 아버지가 자기 아이에게 이런 말을 들을 수 있을까. 아버지를 보면서 아이의 인생관, 도덕관, 가치관들이 형성된다면 당장 말 한 마디, 행동 한 가지라도 조심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내 아이와 얼마나 오랜 시간 함께 있었느냐가 아니라 함께 있는 동안 무엇을 하였느냐는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아버지 역할은 대화와 소통을 통하여 자녀를 이해하는 마음이다.

아직도 자녀교육은 어머니 몫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나. 지금 교육현장의 문제는 학교폭력, 언어폭력, 성폭력, 왕따, 흡연, 음주, 인터넷 중독, 스승존경, 예의범절 등이다. 주된 원인은 한 마디로 인성교육 부재다. 밥상머리교육이 사라지면서 예견된 일이다. 가장 부족한 것은 부모님과의 대화, 특히 아버지와의 대화 단절이다. 아버지의 역할을 조금 바로 잡기만 하여도 발생되고 있는 청소년 문제의 상당 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삶은 매 순간 시작이자 끝이다. 특히 청소년기에는 선택한 것을 후회하지 말고 그대로 끝까지 부딪혀 보아야 한다. 설사 실패할 수 있어도 포기해선 안 된다. 하기 싫은 일이라고 안 하면 성장할 수 없다. 군대생활이 그렇다. 그래야 내가 내 삶의 주인공이 된다. 부모의 희망대로, 사회가 주는 대로 살아가는 건 자기 인생이 아니다.

이번 설에 늦둥이 아들이 “그냥 집에서 공부하고 있으면 안 되나요?”라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요즘 아이들은 설을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어른들이 무심코 묻는 안부가 잔소리처럼 들려서다. 아들도 마음 한 켠에 부담으로 자리잡고 있나보다. 젊은이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금지어는 취업, 결혼, 외모, 성적 등이다. 이런 주제 말고 아이들에게 물어볼 안부가 무엇이 있을까. 이럴 땐 격려와 칭찬이 최고다.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은 명확하다. 아이가 자신을 탐색하고,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끔 돕는 일이다. 아이가 정말 행복해하는 일을 하도록 천천히 기다려주어야 한다. 나 역시 아들이 마음에 부담을 갖고 설에 올라가지 않으려 한 마음을 깊이 헤아리고 있다. 서울로 가는 길은 고속도로도 있지만 곳곳에 국도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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