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부패·권력독점 여전한데 홍보한다고 공정한 사회 되나, 노력한 대가 정당하게 받도록 제도 마련해 정의사회 구현을

“공정한 사회란 출발과 과정에서 공평한 기회를 주되 결과에 대해 스스로 책임지는 사회입니다. 한마디로 ‘자율, 공정, 책임이 함께 있는 사회’인 것입니다. 패자에게 또 다른 기회가 주어지고, 승자가 독식하지 않으며 지역과 지역이, 노사가, 큰 기업과 작은 기업이 상생하고 서민과 약자가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 공정한 사회야말로 대한민국 선진화의 윤리적, 실천적 인프라입니다”위 글은 지난 광복절 경축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공정한 사회’를 강조한 내용이다. 이날 이명박 대통령이 제시한 ‘공정한 사회론’은 MB정부 집권 후반기의 국정철학으로 등장하다시피 했고 정부는 ‘공정한 사회’를 부각시키기 위한 각종 홍보자료를 통해 이 내용을 전파하고 있다. 그리고 청와대 대변인은 공정한 사회의 개념을 `자유롭고 창의적인 사회,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 사회적 책임을 지는 사회`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어느 때보다 ‘불공정’을 체감하던 차에 느닷없이 ‘공정’을 내세워 어리둥절했던 국민은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딸의 특채 사실을 접하며 또 한번 불공정한 현실을 확인하는 기회를 갖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40대의 젊고 깨끗한 이미지를 부각시켜 총리 후보자로 내세워졌던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를 비롯해 여러 장관 후보자들의 국회 인사청문회를 지켜보던 국민은 위장 전입과 쪽방촌 부동산 투기 등 온갖 비리내용을 접하고는 사회 지도층의 도덕적 해이에 대해 다시금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공정한 사회’가 부각돼서 그런지는 몰라도 요즘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베스트셀러라고 한다. 물론 일반인이 보고 듣고 느끼는 ‘불공정’이 역설적이게도 전 보다 더 심해져서 ‘공정’과 ‘정의’라는 단어가 인기를 누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이 ‘공정한 사회’라는 말을 듣고 왜 하필 전두환 군사정권이 즐겨쓰던 ‘정의사회 구현’이란 단어가 새삼 떠올랐는지 모르겠다. 물론 ‘공평하고 올바름’을 말하는 공정(公正)과 ‘진리에 맞는 올바른 도리’를 뜻하는 정의(正義)가 다른 말이지만 같은 맥락으로 이해 될 수도 있어 떠오른 생각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정의를 내세우던 그 당시와 공정을 말하는 현재에 대한 상황 인식이 비슷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또 사회지도층의 부정부패와 ‘무전유죄 유전무죄’의 법집행, 학벌과 학연 그리고 지연 등에 의한 권력독점 등이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안하무인격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이 횡행하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는 사건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지고 있는 현실 때문에 이런 생각이 번득 들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한편 SSM이라 불리는 기업형 슈퍼마켓의 문어발식 확장을 비롯해 약자에 대한 배려라고는 찾아볼 수 없고 ‘자율경쟁 시장경제’를 명분으로 중소상공인들에게 자의적 납품대금 결정 등의 횡포를 일삼는 대기업의 문제, 그리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비롯해 동일가치노동에 대한 임금의 남녀차등 문제 등은 공정한 사회를 표방하고 있는 요즘에 들어 더욱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기도 하다.여하튼 공정한 정의사회 구현은 표어로만 홍보해서 될 일이 아닌 듯싶다. 우선 사회 고위층 인사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와 솔선수범하는 자세라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와 제도적 장치 마련이 선행돼야 실행 가능할 것이다. 더불어 “기회의 균등이 진정한 의미를 가지려면 일정 수준 이상으로 결과의 균등이 보장돼야 한다. 최소한의 소득, 교육, 의료 혜택 등을 보장함으로써 최소한의 역량을 갖출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지 않으면 공정한 경쟁을 한다고 말할 수 없다”고 한 캠브리지대 장하준 교수의 강조를 늘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공정한 사회’, ‘정의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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