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에너지 수입의존도 무려 97%

세계 선진국 新에너지원 개발 전력

KSTAR운영 착수 '기술력 인정'

CO2 제로·방스능누출 위험 없어

전 세계적으로 생존을 위한 ‘에너지 전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지구촌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화석연료의 고갈 위기가 40~50년 후면 닥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선진국들은 안정적인 석유와 천연가스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화석연료를 대체할 새로운 에너지원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97%에 달하는 우리나라는 석유소비 세계 7위, 전력소비 세계 12위를 차지하는 등 세계 10대 에너지 소비국이다. 에너지 수입액도 연간 600억~700억 달러에 이르고 있어 국내 기술에 의한 안정적인 에너지원 확보가 필수다.

세계 선진국들도 2040~2050년 상용화를 목표로 에너지원 개발에 전력을 쏟고 있는 실정이다. 에너지 자원 확보에 대한 분쟁과 갈등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최적의 대체에너지로 주목받는 것이 ‘핵융합에너지’다. 우리나라도 지난 1995년부터 12년에 걸쳐 개발한 핵융합연구장치 ‘KSTAR’를 국내 독자 기술로 완공하고 핵융합 연구개발에 들어갔다.

KSTAR 전경.
◆태양에너지 원천인 핵융합
태양과 같이 스스로 빛을 내는 별들은 핵융합반응을 통해 에너지를 발생한다. 태양의 내부에서는 가벼운 수소 원자핵들이 합쳐지면서 헬륨 원자핵으로 바뀌는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는데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질량 감소가 엄청난 에너지로 변환된다. 그러나 지구에선 태양처럼 핵융합반응이 일어날 수 있는 초고온·고압 상태의 환경이 아니기 때문에 자기장이나 레이저를 이용해 인공적으로 태양과 같은 초고온의 플라즈마를 만들고 가둘 수 있는 ‘핵융합장치’를 제작하는 것이 핵심이다.

핵융합장치는 초고온의 플라즈마를 진공용기 속에 넣고 자기장을 이용해 플라즈마가 벽에 닿지 않게 가둬 핵융합반응이 일어나도록 한다. 이 때문에 핵융합장치 벽면에 직접 닿는 부분의 온도는 수천 도에 불과하다. 핵융합장치는 태양과 같은 원리로 에너지를 만들기 때문에 ‘인공태양’으로 불리기도 한다.

선진국에선 오래전부터 핵융합장치 개발을 연구해왔다. 1990년대 유럽과 일본에선 자기장을 이용한 자기밀폐 방식을 통해 핵융합에너지 방출량이 손익분기점을 넘는 연구결과를 얻어 상용화 가능성을 검증하기도 했다.

KSTAR 진공용기 내부.
KSTAR 주장치.
◆세계 최고 수준의 핵융합장치 ‘KSTAR’
우리나라는 뒤늦게 핵융합 연구에 뛰어들었지만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핵융합 원천기술을 확보했다. 1970년대부터 소규모의 핵융합 연구과제들을 발판으로 지난 1995년부터 핵융합연구장치인 KSTAR의 개발·운영 사업을 수행해왔다. 2007년 9월 완공된 KSTAR는 종합 시운전을 거쳐 2008년 7월 최초 플라즈마 발생을 선언하고 본격적인 운영단계에 들어섰다. KSTAR는 높이 9m, 지름 9m의 중형급 토카막(핵융합장치)으로 초전도 자석을 사용한 가장 진보된 형태의 장치다.

기존 핵융합장치들은 구리선을 이용해 자기장을 만들어 플라즈마를 가두는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엄청난 열 발생이 불가피하다. 반면 KSTAR는 세계 최초로 니오븀주석이란 신소재 초전도자석을 이용해 더욱 강력한 자기장을 만들어 플라즈마가 핵융합장치 벽면에 닿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다.

핵융합기술력을 인정받은 우리나라는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러시아, 인도 등이 공동 개발하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특히 ITER은 KSTAR와 같은 니오븀주석을 초전도자석으로 사용하게 된다. 따라서 ITER의 25분의 1 규모인 KSTAR는 2015년 프랑스에서 건설되는 ITER의 본격적인 운영 전에 사전 시험장치로 활용될 예정이다.

플라즈마가 발생하는 모습.
◆세계 핵융합연구 선도
KSTAR는 기존 핵융합장치들이 해결할 수 없었던 핵융합 상용화를 위한 기폭제가 된다. ‘장시간 핵융합 플라즈마 운전’과 ‘제어기술 습득’ 등의 상용화를 위한 필수과제를 수행하는 KSTAR는 ITER 가동 전까지 핵융합 기초연구와 공동연구의 중심장치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지난 2012년에는 장시간 안정적인 운용을 위한 실험을 수행, 고성능 운전조건(H-모드)에서 플라즈마 상태를 17초 동안 안정적으로 지속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플라즈마는 높은 에너지를 갖고 있지만 불안정한 움직임 때문에 장시간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KSTAR는 그동안 H-모드에서 운전시간 10초를 넘기지 못했지만 초전도자석을 이용해 5000만 도에 달하는 플라즈마와 진공용기 사이의 간격을 일정하게 유지했다. 또 플라즈마의 압력비를 이론상 한계치까지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 2차원 첨단 전자영상 진단장치를 이용해 ‘플라즈마 경계면 불안정 현상’의 발생·제어 과정을 3차원적으로 분석, 플라즈마 압력비가 높아질수록 불안정해지는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했다.

이와 함께 KSTAR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국가핵융합연구소는 올 초 한국전력기술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ITER 국제기구에서 발주한 ‘ITER 현장시공 관리 정책 및 절차 개발 용역’을 수주하기도 했다. 핵융합연과 한국전력기술은 이번 과제를 통해 1년 동안 ITER 건설현장에서 시공과 관리를 위한 세부 절차와 작업 안내서 양식, 템플릿 가이드라인, 시공 기준 등을 개발하는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핵융합에너지 가치 ‘무한대’
화석에너지의 매장량은 갈수록 줄어들고 개발도상국들의 에너지 수요는 계속 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에너지에 들이는 비용을 앞으로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기에 거의 무한한 에너지 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핵융합에너지 개발은 필요가 아닌 필수다.

핵융합 연료인 중수소와 삼중수소는 무한정으로 얻을 수 있다. 바닷물 1리터에는 0.03g의 중수소가 들어있으며 삼중수소도 리튬에서 쉽게 얻을 수 있다. 이 연료로부터 얻을 수 있는 에너지도 고효율적이다. 핵융합연료 1g은 석유 8톤 분량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발생하며 500g의 핵융합 연료만으로 100㎾급 발전소 2기를 하루 동안 가동할 수 있다.

또 핵융합은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클린에너지로 방사능량도 원자력의 0.04%에 불과하다. 또 문제가 생기더라도 핵융합로의 온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없고 온도가 떨어지면 핵융합은 자동으로 중단된다. 원자력 발전처럼 폭발이나 방사능 누출의 위험이 전혀 없다.

유주경 기자 willowind@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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