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19년 만에 가동 3000일 달성

산업·의료 동위원소 국내 70% 공급

세계 최고 다목적 연구로 자리매김

수출 산업화로 연 450억 수입 예상
반도체 생산·시장 점유율 대폭 상승
中企협업 신산업·일자리 창출 기대

지난 2009년 12월 요르단 정부가 발주한 연구용 원자로 ‘JRTR’의 국제입찰을 수주한 우리나라는 원자력 연구개발 반세기 만에 첫 원자력 시스템 일괄 수출을 기록했다.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보다 앞선 성과였다. 사업비 1억 3000만 달러를 투입하는 JRTR은 현재 건설허가 직전 단계에 들어섰으며 2015년까지 5㎽ 연구로와 동위원소 생산시설 완공을 목표하고 있다. JRTR 외에도 태국, 그리스, 말레이시아 등에 연구로 기술을 수출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연구로 수출 산업화로 신산업-고용 창출 가능성을 활짝 열었다.

우리나라가 세계 연구용 원자로 시장에서 강자로 부상한 밑바탕에는 국내 유일의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HANARO)’가 있다. 자체 기술로 설계·건설해 1995년부터 운영해오면서 축적한 기술과 경험은 고스란히 세계 시장에서 진가를 인정받고 있다. 하나로는 중성자속(단위 면적당 중성자 개수)이란 연구로 성능 면에서도 세계 10위권이지만 연구용 원자로가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일을 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다목적 연구로로 평가받고 있다.

하나로 원자로 전경
◆하나로 가동 3000일 달성
우리나라 원자력 연구를 세계적 수준으로 견인한 하나로는 1995년 2월 8일 핵분열 연쇄반응을 처음 시작한 이후 지난 2월 10일을 기해 가동 3000일을 달성했다. 운전을 시작한지 약 19년 만이다.

하나로는 그동안 1015개 기관 연구자 7755명의 수많은 연구에 활용됐다. 특히 비파괴 검사, 정량 측정기기 등 산업용 방사성 동위원소 168만 2000퀴리(Ci), 암 진단·치료 등 의료용 동위원소 1만 2000퀴리를 각각 생산해 국내 수요의 70%를 공급했다. 보통 암 환자 1명에게 100밀리퀴리가 사용되는 것을 감안하면 총 12만 3000여 명에게 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를 제공한 셈이다.

하나로는 발전용 핵연료와 노(爐) 재료 조사시험을 비롯해 방사성 동위원소와 규소 반도체 등 산업·의료제품 생산, 중성자 빔을 이용한 기초연구, 첨단소재 개발 등에 활용되고 있다.

또 핵연료나 원자로에 사용되는 부품들은 수명기간 동안 방사선에 노출되면 재료의 특성이 변형돼 성능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노내 성능 시험이 필수다. 발생되는 중성자 양이 세계 10위권인 하나로는 1년 내외의 조사시험으로 그 영향을 확인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3000일 간 안전한 운전으로 세계 최고의 다목적 연구로로 자리매김한 하나로는 해를 거듭할수록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산업·의료용 동위원소 생산, 중성자 이용 실험, 노내 조사시험 등 연구용 원자로가 수행할 수 있는 모든 기능을 갖춘 하나로는 국내를 넘어 세계 연구로 시장으로 뻗어나가는 든든한 디딤돌임에 틀림없다.

원자로실 모습.
◆연구용 원자로 최대 20조 시장 규모
연구로 세계 시장 수요는 신규 건설과 노후 연구로 대체 수요 등 2가지로 나뉜다. 전 세계에서 운영 중인 연구로는 240여 기로 이 중 30년 이상 운전해서 노후화된 연구로가 3분의 2 수준이다. 연구로 건설 세계 시장 규모는 2050년까지 노후 연구로 대체 110기, 신규 건설 15기로 예상되며 연구로 1기당 건설비용은 2000억~4000억 원에 달한다. 50기만 발주돼도 10조에서 20조 원 규모의 거대 시장이 형성되는 셈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하나로’를 통해 몸에 익힌 노하우를 바탕으로 현재 네덜란드 델프트대학교의 소형 연구로 개조 사업 국제입찰에 참여하고 있다. 앞으로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네덜란드 등이 발주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형 연구로 건설 입찰에도 참여하는 등 연구로 추가 수출을 위한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수출용 신형 연구로 건설 착수
대형 원전이 설계 도면대로 반복해서 제작하는 양산형 자동차라면 연구용 원자로는 그때그때 수요자의 요구에 따라 크기와 사양을 달리해서 만드는 맞춤형 수제 스포츠카에 해당한다. 이러한 수요자의 입맛을 충족시키기 위해선 다양한 크기와 용도의 연구로를 설계·건설한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원자력연은 연구로 수출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2016년까지 부산 기장군에 ‘수출용 신형 연구로’(가칭)를 건설하는 사업에 착수했다.

수출용 신형 연구로는 하부구동 제어장치, 판형 핵연료 등 일부 미자립된 최신 연구로 기술이 적용된다. 방사성 동위원소와 대전력 실리콘 반도체 생산 전용로로 건설되는 신형 연구로가 본격 가동되면 각종 암 진단과 치료에 사용되는 의료용 동위원소의 수입 의존에서 벗어서 주요 동위원소의 100% 자급을 이룰 수 있다. 나아가 수출산업화를 통해 연간 450억 원의 수입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하이브리드 자동차, 태양광·풍력 발전기 등에 사용되는 대전력 반도체 생산량을 연간 40톤에서 190톤으로, 시장점유율을 10%에서 30%로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중소·중견기업과 상생…일자리 창출
원자력연은 연구로 수출이 신산업과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중소·중견기업과 협업해 연구로 수출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JRTR 건설사업도 대기업인 대우건설을 주 파트너로 삼고 있지만 분야별로 핵심 기술을 갖춘 중소·중견기업을 발굴해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원자력연은 대우건설과 계약을 맺은 대신㈜, RTP코리아, INNDIS, TSM테크 등 20여 기업에 기술을 지원해 중소·중견기업 위주의 공급 생태계를 구성한다는 복안이다. 연구소-기업의 유기적인 기술 전수를 통해 모범적인 산·연 협력을 이룬다면 신산업 창출은 물론 대규모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원자력연은 기대하고 있다.

유주경 기자 willowind@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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