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체엔진 시험설비 구축 첫 발

300톤급 3단 발사체 완성 목표

동시에 달 궤도선·착륙선 개발

2030년엔 화성까지 탐사 확대

지난해 1월 한국 최초의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1)가 하늘 문을 열었다. 두 번의 발사 실패를 겪었지만 국민들의 염원을 싣고 비상하는데 성공했다. 25년이란 짧은 우주개발 역사에도 불구하고 우리 손으로 우리나라 땅에서 우주발사체를 발사한 것이다.

나로호 발사 성공으로 인공위성, 우주센터, 발사체를 모두 보유한 우리나라는 세계 11번째로 ‘스페이스 클럽’에 가입하는 등 괄목할 만한 우주개발 역량을 확보했다. 나로호 발사 사업으로 축적한 노하우는 고스란히 ‘한국형발사체’ 개발 사업에 투영된다. 엔진부터 발사체까지 우리 기술로 이뤄지는 한국형발사체는 2020년까지 1.5톤급 실용위성을 지구 상공 600~800㎞에 안착시킬 3단형 우주발사체로 개발된다.

한국형발사체는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더 큰 도전을 위한 발판이 된다. 우주개발 선진국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지는 달 탐사가 한국형발사체로부터 비롯되기 때문이다. 우주강국을 꿈꾸는 힘찬 발걸음은 이미 시작됐다.

달 탐사선과 달 궤도선 가상도
◆우주기술 자립
나로호 개발 사업과 별개로 한국형발사체는 이미 2010년 3월부터 사업을 추진했다. 총 1조 9572억 원을 투입해 2020년까지 3단형 발사체 개발을 완료하는 것이 목표다. 1단은 75톤급 액체엔진 4기, 2단은 75톤급 액체엔진 1기, 3단은 7톤급 액체엔진 1기로 구성된다.

한국형발사체는 총 3단계로 구분돼 추진된다. 7톤급 액체엔진 개발과 시험설비를 구축하는 준비단계가 올해까지 진행된다. 내년부터 2017년까진 75톤급 액체엔진 개발과 시험발사체의 발사가 이뤄진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진 3단형 발사체 시스템 기술 개발을 완료하고 비행모델에 대한 시험발사가 두 차례에 걸쳐 이뤄질 예정이다.

올해까지 진행되는 사업 1단계에선 한국형발사체 시스템설계와 예비 설계에 대한 검토가 심층적으로 이뤄졌다. 아울러 7톤급 액체엔진을 총조립하고 액체엔진의 성능을 시험하는 설비를 구축하는 것이 중점적으로 추진됐다.

이를 바탕으로 2단계에선 발사체와 엔진 상세설계를 완료하고 7톤급 액체엔진을 바탕으로 75톤급 지상용 엔진을 개발한다. 75톤급 액체엔진을 탑재한 2단형 시험발사체를 통해 또 한 번 엔진을 검증한다. 마지막으로 75톤급 액체엔진 4기를 묶어 300톤급 추력을 내는 3단형 발사체를 완성하게 된다.

한국형발사체는 당초 2021년 개발을 목표로 추진됐지만 발사를 1년여 앞당겼다. 발사체 시험설비와 제작장비 등의 추가 구축으로 조기에 개발을 완료하지만 단계별로 성과를 검증·보완해 내실을 기하겠다는 복안이다.

◆시험설비 구축으로 물꼬
한국형발사체의 성패 여부는 발사체를 우주로 쏘아올리는 액체엔진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중에서도 액체엔진의 핵심 구성품인 연소기와 터보펌프에 대한 면밀한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

한국형발사체 시험설비는 총 10종이 구축되는데 올 상반기 연소기 연소시험 설비와 터보펌프 실매질 시험설비가 완공된다. 이와 함께 엔진 구성품 시험설비 5종, 엔진시스템 시험설비 4종, 단종합 시험설비 1종이 내년까지 단계적으로 구축된다. 엔진 구성품에 대한 성능 시험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의미다.

그 첫 번째 시험인 7톤급 연소기 연소시험이 성공적으로 수행됐다. 출발이 좋은 셈이다. 이번 연소기 시험에선 7톤급 연소기 헤드부 성능 검증과 연소실 벽면의 내구성 검증이 이뤄졌다. 시험결과 연료와 산화제가 정상적으로 공급됐으며 연소기를 보호하기 위한 단열 코팅에도 별다른 손상이 없었다. 특히 설계점 10초, 20초, 60초, 180초, 230초 등 5차례에 걸친 시험을 통해 해당 엔진의 실제 사용시간인 500초를 누적으로 달성했다. 또 연소기의 성능을 나타내는 주요 인자인 연소특성속도에서도 목표값을 상회하는 결과를 확보했다.

그동안 국내에는 75톤급 액체엔진 시험이 가능한 대형시험시설이 없어 설계·해석 업무와 저추력 시험만을 진행해왔다. 올 상반기 시험설비가 완공되면 7톤과 75톤급 액체엔진의 연소기와 터보펌프 등에 대한 성능 시험에 본격적으로 착수된다.

시험설비 건설에는 발사체 개발예산의 23%인 4400억 원이 배정됐다. 한국형발사체 개발 이후에도 발사체 인증과 엔진성능 개량 등에 지속적으로 활용되며 후속 발사를 위한 인증시험에 쓰일 예정이다.

◆우주강국 실현
한국형발사체 개발사업과 함께 우주강국을 실현할 또 하나의 프로젝트가 올해 착수됐다. 한국형발사체를 활용해 달 궤도선과 달 착륙선을 자력으로 발사는 ‘한국형 달 탐사선 개발사업’이 바로 그것. 이 프로젝트에는 올해부터 2020년까지 총 7357억 원이 투입된다.

우선 2017년까지 미국, 일본 등 국제협력을 통해 시험용 궤도선을 개발하고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달 궤도선과 달 착륙선을 발사할 계획이다. 나아가 2030년까지 화성 탐사선과 달 샘플 귀환선을 발사하고 2040년까지 소행성과 태양계 탐사로 외연을 넓힐 방침이다.

달 궤도선은 100㎞ 이하 상공에서 1년 동안 달 주위를 돌며 우주환경을 분석하고 달 표면 2차원 영상지도와 3차원 지형도를 제작하게 된다. 아울러 달 내부구조와 지질·자원, 달 표면 광물 에너지 자원 등을 조사하는 임무를 맡는다.

달 착륙선은 달의 남극이나 주요 분화구에 착륙해 1년 동안 달 표면에서의 우주환경을 모니터링하고 지형과 지질 조사를 하게 된다. 아울러 달 탐사에 최적화된 우주인터넷을 비롯해 원자력전지 등 신기술을 검증할 예정이다.

외국 발사체에 실려 발사될 달 탐사 과학탑재체 개발은 이미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과학탑재체 지상모델에 대한 예비설계를 마쳤으며 올해 상세설계에 들어갈 예정이다.

유주경 기자 willowind@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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