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가 일어나 국민들이 애도하는 가운데, 아직도 차디찬 바다 속에 수십 명의 어린 실종자들이 있어 부모들이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상황이다. 희생자 유가족들은 잠을 못 이루며 애통해 하고 있는데, 사회 지도층이라는 사람들이 함부로 말을 내뱉어 불난 곳에 부채질을 하고 있는 꼴이다. 이런 망언들은 세월호 참사 수습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공영방송 KBS의 김시곤 보도국장이 지난달 말 구성원들과 식사자리에서 “세월호 사고는 300명이 한꺼번에 죽어서 많아 보이지만, 연간 교통사고로 죽는 사람 수를 생각하면 그리 많은 건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한 이야기가 알려져, 분노한 유가족들이 청와대 앞에서 밤샘 시위를 하는 등 사태가 심각해지자 9일 사퇴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그런데 이번에는 평소에 소신 발언을 자주해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이 세월호 참사에 관해 부적절한 발언을 해 비난을 받고 있다. 탐사보도전문매체 '뉴스타파'에 따르면 박 처장은 지난 2일 서울 용산전쟁기념관에서 열린 한 강연에서 "국가가 위기에 처하고 어려울 때면 미국은 단결하지만 우리는 큰 사건만 나면 정부와 대통령을 공격하는 것이 관례가 돼 있다"며 "미국의 경우 9·11 테러가 났을 때 부시 대통령이 사후보고를 받은 뒤 사고 현장에서 소방관과 경찰관들의 어깨를 두드려 줬는데 이후 대통령 지지도가 56%에서 90%까지 올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역대 대통령들의 임기 말 지지도를 보면 30%를 넘는 대통령이 없다"며 "대통령이 성공해야 성공한 대한민국이 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지난 이명박 정권에서 임명된 박승춘 처장은 그동안 수차례 부적절한 발언과 처신으로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로부터 사퇴압력을 받고 있다. 박 처장은 지난 대선 전 안보강연 중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을 빚었고,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불허해 논란을 불러일으킨 지난해 5·18 기념식을 하루 앞두고는 소위 '연평해전 술'이라며 폭탄주를 돌린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우리는 박 처장의 이번 발언이 세월호 참사 이후의 분노한 민심 달래기에 역행하는 일이라고 본다. 미국에서 테러로 발생한 9·11과 한국에서의 국가재난관리시스템의 총체적인 부재로 인해 발생한 세월호 참사와의 비교도 안 된다. 미국과 일본의 선진 재난구조시스템에 비해 너무 엉망인 한국의 초기대응과 이후 사태수습은 입이 열 개라도 변명할 말이 없다. 박승춘 처장은 국민에게 사과하고 사퇴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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