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인'·'매화'

한국 한시 감상 -23
- 懷人(회인) - - 사람을 생각하다 -
一片嶺頭雲(일편령두운) 고개 위의 한 조각 구름은

飛來又飛去(비래우비거) 날아갔다가 또 날아오네.

願隨一片雲(원수일편운) 원컨대 한 조각 구름을 따라

飛到相思處(비도상사처) 그리운 이 곁에 날아 이르기를.

◆지은이 김성희(金誠熙): 조선 순조(純祖)와 헌종(憲宗) 때의 인물
이 시는 그리움의 정을 고개 위에 떠다니는 구름을 통해 읊고 있는 작품이다. 그리움에는 혈육을 향한 그리움, 벗을 향한 그리움, 연인을 향한 그리움, 또는 고향을 향한 그리움 등 수 많은 그리움이 있다. 이런 그리움은 외로움 또는 어려움을 만났을 때, 더욱 사무치게 일어난다.

그리움은 아름다운 감정이다. 그러나 그런 만큼 그것을 풀지 못하게 되면, 큰 아픔을 당하게 된다. 옛사람들의 그리움은 그 깊이가 바다와 같다. 지금 사람들이야 통신과 교통의 발달로 그리움이 깊어질 사이도 없게 된다. 그래서 현대인들은 속 깊은 그리움에 대해 쉽게 이해하지 못한다. 옛 시절이야 고작 인편에 보내는 한 통의 서신 밖에 더 무엇이 있었겠는가. 오죽했으면 이 시의 지은이는 산 위에 날아다니는 구름을 타고 그리운 이에게 달려가고 싶다 하겠는가. 구름을 따라 간다는 것이 불가능한 일인 줄 뻔히 알면서도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것은, 그리움의 골이 그만큼 깊다는 뜻이다.

지은이는 원래 감정이 풍부한 사람이었거나, 아니면 이 시를 지을 당시 신상에 큰 변고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기에 “願隨一片雲(원수일편운)/ 飛到相思處(비도상사처)”, 즉 “원컨대 한 조각 구름이 되어/ 그리운 이 곁으로 날아 이르기를.”이라 읊은 것이다. 그리움의 정이 얼마나 사무쳤기에 구름을 따라 날아가서 그리운 이를 만나고 싶다 했겠는가.

옛 사람들은 인간의 감정이나 도리를 자연물을 통하여 드러내는 습관이 있다. 지은이의 이 시 또한 구름이란 자연물을 통하여 간절한 그리움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한국 한시 감상 - 24
- 梅花(매화) - - 매화 -
一尺寒梅樹(일척한매수)가 한 자의 차가운 매화나무가

開花傍竹扉(개화방죽비)를. 대 사립문 곁에서 꽃을 피우네.

莫移盆上去(막이분상거)니, 제발 화분에 옮겨 심지 말라

明月恐相違(명월공상위)를. 명월이 서로 헤어질까 두려워나니.

◆지은이 이희풍(李喜豊): 조선 헌종(憲宗) 때의 인물
이 시는 매화나무라는 하나의 물체를 두고 지은이의 생각을 읊은 영물시(詠物詩)이다.
매화나무는 장미과의 낙엽소교목(落葉小喬木)으로, 차가운 눈 속에서도 향기를 방사하면서 고결하게 피어 있기에, 예로부터 높은 절개의 상징물로 여겨져 왔다. 대나무를 잘라 만든 사립문은 지금의 철 대문과는 달리, 차라리 집안의 장식품 중 하나라 할지언정, 절대 외부인의 출입을 가리는 그런 야박한 물건은 아니다. 그 옆에 자그마한 매화나무 한 그루가 꽃을 피우고 서 있으니, 그 조화로움은 이미 완벽한 것이다. 이것을 지은이는 이미 충분히 느끼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밤이 되어 매화의 가장 친한 지기(知己)인 보름달과 서로 만났을 때, 만들어내는 그 황홀한 광경을 지은이는 너무나 아끼고 있는 것이다.
 

흰 달빛은 흰 매화의 존재를 더욱 부각시켜 주는 벗인 것이다. 율곡(栗谷)의 ‘화석정(花石亭)’ 시에 “遠水連天碧(원수연천벽)이요 霜楓向日紅(상풍향일홍)을.”, 즉 “멀리 흘러오는 강물은 푸른 하늘을 이어 더욱 푸르고, 서리 맞은 단풍은 붉은 태양을 마주하여 더욱 붉도다.”라 했다. 강물은 푸른 하늘을 만나 더 파래지고, 단풍은 붉은 해를 만나 더 빨개지는 것이다. 이처럼 흰 매화가 흰 달빛을 만나면, 결백하다 못해 그야말로 한 무리의 순결한 광채만 있을 뿐인 것이다. 지은이는 자연이 만들어내는 이 광경의 아름다움을 알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행여 속인(俗人)들이 매화를 화분에 담아 방으로 옮겨갈까 두려워한 것이다.

지은이는 시의 세계, 아름다움의 세계를 통달한 사람이다. 그래서 그는 무한히 값진 삶을 살았다 할 것이다. 누가 ‘지은이가 통달한 사람인줄 어떻게 아는가’를 묻는다면. 바로 ‘「매화」라는 제목의 이 시를 보면 알리라’고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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