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초순인데 한낮은 벌써 초여름 날씨다. 아침저녁이면 섬뜩하니 춥고 낮에는 더우니 날씨의 냉탕온탕이 헷갈린다. 시골에서는 모내기를 마쳤는데 서리가 내려 망연자실했다는 난감한 소식도 들린다. 농사가 천직인 농민들에겐 마음앓이가 심할 것 같다. 심한 일교차도 예삿일이 아니지 싶다. 봄철 피는 꽃이 뒤죽박죽이더니 날씨도 갈피를 못 잡는다.

손바닥만한 화단에 이것저것 심어놓고 싹들이 우후죽순으로 올라오니 구분하기가 어렵다. 돌나물이 바닥을 덮고 석류나무와 감나무가 무성하니 그 아래는 어둡다. 함박꽃이 검붉은 꽃대를 올리더니 이내 꽃망울을 터뜨렸다. 탱탱한 꽃봉오리엔 역시 개미들이 오락가락 분주하다. 아마도 달콤한 분비물을 섭취하기 위한 것 같다. 이는 함박꽃과 개미의 공생관계로 추측된다. 제 때에 식물의 생태를 알고 찾아오는 작은 곤충들의 지혜가 신기하다. 십 수 년 전에 처가(妻家)에서 옮겨온 함박꽃은 여전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인동초로 얽히고설킨 덩굴 아래에 다소곳이 피었던 앵초는 벌써 꽃이 지고 열매 맺기에 들어갔다. 전원생활을 하는 친구가 준 것을 심었더니 제법 번져 제 영역을 만들고 있다. 석류나무 그늘 아래에 짓궂은 인동덩굴이 휘젓고 다녀도 잘 자라고 있다. 앵초(櫻草)는 앵초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전국의 산골짜기나 냇가 근처에 분포되어 있다. 키는 20센티 정도로 반그늘에서 잘 자란다. 잎에는 가는 털이 있고 표면에 주름이 많은데 가장자리가 얕게 갈라지며 뿌리에 모여 있다.

꽃은 홍자색으로 4월경에 꽃줄기 위에 모여서 통꽃으로 피는데, 꽃부리는 5갈래로 나누어져 있다. 열매는 둥근 삭과(?果)로 익는다. 이른 봄에 어린순을 채취하여 나물로도 먹는다. 다른 이름으로는 취란화, 깨풀, 연앵초 또는 다섯 개의 잎이 풍차(風車)같다고 하여 풍륜초(風輪草)라고도 한다.

앵초(櫻草)는 그 이름이 독특하다. 한자(漢字)에서 보듯이 앵(櫻)이란 한자 뜻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앵두나무, 벚나무, 벚꽃을 의미한다. 그런데 앵초의 형태를 보면 이름의 뜻과는 거리가 먼 것 같다. 자료에 의하면 앵초라는 이름이 ‘벚꽃’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아마도 앵초꽃이 벚나무와 앵두나무의 꽃과 비슷해서 그렇게 이름 지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어찌됐든 앵초는 키가 작고 꽃색이 아름다워 화단이나 화분용으로 많은 사랑을 받는 우리의 야생화다.

앵초는 한의자료에 의하면 뿌리를 앵초근(櫻草根)이라 하여 약재로 사용한다. 앵초, 큰앵초, 설앵초 등의 뿌리를 물에 넣어 달여 먹으면 해수(咳嗽), 가래, 천식(喘息)에 효과가 있다. 또한 폐(肺)의 기능을 좋게 하기 때문에 잦은 기침과 기관지염에도 다른 약재와 같이 사용한다.

<대전광역시 평생교육문화센터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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