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 지혜로써 승리하다.②

‘왕관의 계책은 탄로 나고 등애는 목숨을 구하고자 달아났다..’
왕관은 달아나는 것이 상책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36계 줄행랑을 치며 강유의 추병을 두려워하여 잔도를 불태우고 우물을 매우고 관애를 불을 질렀다. 강유는 한중을 잃을까 두려워 밤을 도와 소로로 행군하여 왕관을 추격했다. 왕관은 마침내 강유의 추병에게 포위 되었다. 사면팔방으로 짓쳐들어온 촉병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왕관은 생각다 못해 흑룡강에 몸을 던져 자진하고 말았다. 왕관이 죽자 위병들은 모두 포로가 되었다. 강유는 포로를 갱도에 넣고 입구를 막아 버렸다. 아무리 항복받기 어려운 위병이라지만 따지고 보면 과거 한나라 백성인데 잔인무도한 살상을 자행한 것이다.

이번 전쟁에 강유가 등애를 크게 이겼다 하나 수많은 양초를 잃고 잔도가 망가지는 아픔은 작은 손실이 아니었다. 강유는 왕관의 일이 해결되자 더는 등애를 쫓지 아니하고 한중으로 돌아갔다.
한편 등애는 패잔병과 함께 기산채로 돌아가 조정에 표를 올려 죄를 청하여 벼슬을 낮추어 주기를 원했다. 사마소는 등애가 앞서 이룬 공을 생각해서 벼슬을 그대로 두고 오히려 많은 상급을 내려 그 마음을 위로하고 격려했다. 등애는 사마소가 내린 상급을 피해를 입은 장졸의 가족에게 모두 나누어 주었다.
‘강유가 또 쳐들어 올 것인가?’

전쟁이 끝나고 사마소는 촉병이 다시 쳐들어오는 것은 아닌지 그것을 두려워했다. 그래서 정병 5만을 등애에게 더 주어 촉병의 침입을 막으라했다.
‘다시 위국을 쳐들어가야지.’
강유의 호전성은 식지 않았다. 전쟁을 끝내고 바로 밤과 낮을 가리지 아니하고 잔도를 수리하고 원상복구 했다. 다시 위국을 쳐들어가기 위해서다.
촉한 경요 5년 겨울 10월이다. 대장군 강유는 잔도를 본래대로 원상복구하고 군량과 병기를 정돈하였다. 그리고 한중 수로에 선척을 조발시켰다. 전쟁 준비가 완벽하게 끝나자 강유는 후주에게 상소를 올리니 다음과 같다.

‘신이 여러 차례 출전하여 큰 공을 세우지 못했으나 위나라 사람들의 간담을 꺾어 놓았습니다. 이제 오래 동안 양병하였사오니 싸우지 아니하면 게을러져서 병이 나겠습니다. 하물며 우리 장수들은 죽음을 각오하고 명령이 내리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신이 만약 전쟁에 나가 승리하지 못한다면 마땅히 죽음으로써 죄를 달게 받겠나이다. 신의 지성을 알아주시기 바라나이다.’
후주는 강유의 상소를 보고 망설이며 결정을 짓지 못하였다. 이런 후주를 보며 초주가 아뢰기를

“신이 천문을 살펴보니 우리 서촉은 장성이 어둡고 밝지 못합니다. 지금 대장군이 다시 출사한다 하나 전망이 밝지 아니 합니다. 우리에게 불리할 것입니다. 폐하께서는 조명으로 이를 말리시기 바랍니다.”
“짐의 생각은 다르오. 기왕 준비한 전쟁이니 나가 싸워 보아서, 행여나 이롭지 못하다는 판단이 서면 그때 가서 막아도 늦지 않을 것이오.”
초주는 재삼재사 출정을 말리었으나 후주는 듣지 아니하였다. 초주는 별 수 없는 줄 알고 물러나 탄식하다가 병을 칭하고 조하에 나가지 아니했다.

한편 강유는 군사를 일으키기 직전 요화에게 묻기를
“이번 출정에 맹세코 중원을 회복코자 하오. 먼저 어느 곳을 취하는 것이 좋겠소?”
“해마다 정벌을 일삼아 군사와 백성이 모두 편치 아니합니다. 그런 가운데 등애는 꾀가 많고 지혜가 넉넉하여 쉽게 볼 사람이 아닙니다. 장군께서 무리하게 강행하시는 일에 대하여 요화는 진심으로 승복할 수 없습니다.”

“허허 요장군! 그게 무슨 망발이요? 예전에 승상께서 여섯 차례 기산에 출병하신 일은 국가를 위하신 것이요. 이제 여덟 번째 위국을 토벌하는 것 역시 승상의 장하신 뜻을 계승하는 것이요. 어찌 내 한 몸의 사사로운 명예와 이익을 취하려고 하는 행동이겠소. 먼저 조양을 취할 터인데 만약 내 뜻을 거역하는 자가 있다면 참할 것이오.”
말을 마치고 다시 요화에게 명하기를
“그대는 이번에는 출정치 말고 한중을 지키라!”

강유는 3십만 대병을 거느리고 조양을 취하러 보무도 당당하게 나아갔다. 천구 사람이 이 사실을 급히 기산채에 알려주었다.
이때 등애는 사마망과 함께 촉병을 막을 군략을 짜다가, 촉병의 도발을 듣고 탐색조를 내어보내니 군사가 탐색하고 돌아와 보고하기를
“촉병이 과연 천구 사람 말대로 조양을 향하여 나오고 있습니다.”
사마망이 이 말을 듣고 등애에게 묻기를

“강유는 계교가 많은 사람이라 짐짓 조양을 취할 듯 보이다가, 기실은 기산으로 나오는 것이 아닐까요?”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강유는 이번에는 실지로 조양을 취하러 올 것입니다.”
“등공은 어떻게 그리 단정적으로 조양을 취하러 온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사마망이 의아하게 생각하며 다시 묻자 등애가 대답하기를
“강유는 침입할 때마다 우리의 양식을 계산에 넣고 출병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조양에는 양식이 없습니다. 강유는 아마도 우리가 양식 없는 조양은 버리고 양식이 많은 기산만 지킬 것으로 믿고 조양을 취하러 올 것입니다. 만약 강유가 조양을 취한다면 양초를 저축하고 나서 강인과 결탁하여 장구지계를 차리려 할 것입니다.”

“만일 강유가 그 같은 계획을 차린다면 등장군은 어찌 하시겠소?”
“이곳 군사를 거두어서 두 길로 나가 조양을 구해야 합니다. 조양성 밖 25리 허에 후하성이 있습니다. 이곳은 조양의 인후지지입니다. 사마공은 1군을 거느리고 조양성에 매복해서 기척을 내지 말고 숨어 있다가 사대문을 열고 이런 각본대로 하십시오. 나는 1군을 거느리고 후하에 매복해 있다가 강유군이 나타나면 임기응변으로 싸우면 반드시 승리할 것이오.”
등애는 묘한 각본 하나를 사마망에게 주고 계책이 확정되자, 편장군 사찬에게 기산채를 지키게 하고 양로 군으로 조양을 향하여 출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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