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채하'· '강남어화'

한국 한시 감상 - 27
- 觀採荷(관채하) - - 연꽃 따는 모습을 보며 -
落日池塘裡(낙일지당리)에, 해가 지는 연못 속에

兒童剪芝荷(아동전지하)를. 아이가 연꽃을 따는구나.

留花莫留葉(유화막류엽)이니, 꽃만 남기고 잎은 남기지 말지니,

不耐雨聲多(불내우성다)를. 우두둑 들리는 빗소리 참기 어려우니.

◆지은이 배전(裵典) : 조선 고종 때의 인물.
이 시는 연꽃을 따는 전경을 보면서 느낀 감정을 드러낸 시이다.
송(宋)나라 도학자(道學者) 주렴계(周濂溪)는 연꽃을 ‘花之君子者(화지군자자)’, 즉 ‘군자의 꽃’이라 칭했다. 그는 연꽃을 사랑했는데, 그 이유는 「애련설(愛蓮說)」이라는 그의 글에 나와 있다. 그는 연꽃을 사랑하는 이유를, 연꽃이 비록 진흙 가운데 살지만 더러운 물이 들지 않고, 깨끗이 씻기었지만 요염하지 않고, 밖은 곧지만 속은 텅 비어 있고, 넝쿨과 가지가 뻗어나지 않고, 향기는 멀수록 더욱 맑아져, 당당하면서 깨끗이 서 있기 때문이라 했다.

 주렴계의 말을 통해 본다면, 과연 연꽃은 ‘군자의 꽃’이라 할만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선비들도 집 주위의 천연 연못이나 정원의 인공 연못에다, 연꽃을 정성들여 심어 놓고 자신을 닦는 본보기로 삼았던 것이다.

서산에 기우는 붉은 해가 고결한 연꽃잎에 비쳐들어 광채를 일으킬 때, 아이가 연못 속에서 연꽃을 따고 있었다. 이때 지은이는 아이에게 꽃잎은 따지 말고 잎사귀만 따기를 주문했다. 그 이유는 연잎은 면적이 넓기에 비가 오면 툭툭 소리가 울리기 때문이라 했다. 이 말에서 본다면, 지은이는 감정이 풍부하여 잎사귀에 비 떨어지는 소리에 마음을 아파하는 사람이거나, 아니면 빗소리를 도리어 시끄럽게 여기는 사람일 것이다. 같은 상황이지만, 마음먹기에 따라 서로 달리 느낄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이 시는 연꽃을 따는 전경 속에 성정의 세계가 투영된 작품이라 할 것이다.

한국 한시 감상 - 28
- 江南漁火(강남어화) - - 강남의 고기잡이 불 -
苦熱臨江渚(고열임강저)하니, 더위에 지쳐 강가에 나와보니,

漁船斂夕烟(어선렴석연)을. 고깃배가 저녁 연기에 감싸이네.

白鷗眠不得(백구면부득)하야, 흰 갈매기는 잠을 이루지 못해

隨意下南天(수의하남천)을. 마음대로 남쪽 하늘로 내려가는구나.

◆지은이 김병우(金炳禹): 조선 고종(高宗) 때의 인물.
이 시는 무더운 여름날 강변의 풍경을 읊은 서경시(敍景詩)이다.
지금이야 무더운 여름날이 와도 집안에는 선풍기나 에어컨이 있어 그렇게 무더운 줄을 모른다. 그래서 더위를 피해 인파와 차량에 시달리면서, 강으로 산으로 유람을 가지만, 이것은 꼭 더위를 피하기 위해서 만이 아니라, 고단한 일상에서의 탈출을 시도하기 위함이 더 큰 이유인 것이다.

옛사람들에게는 더위가 정말 무서울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체통을 중시하는 사람일수록 더한 것이다. 여름철이라도 몇 겹의 옷을 입어야하니, 종일 땀에 젖어 있어야 하는 것이다. 냉방시설이 없기에, 땀을 식히는 방법은 부채질을 하거나, 아니면 물가나 나무 그늘에 몸을 피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은이 또한 해가 기울어갈 때, 무더위를 피해 강가에 나온 것이다. 아득한 강상(江上)에서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이 옷깃을 스칠 때, 희미한 등불이 걸린 고깃배가 저녁 연기 속으로 파고드는 광경을 보고서, 더위가 주는 피곤함을 얼마간이나마 잊을 수 있었던 것이다. 모래밭의 갈매기는 해가져 이미 어두워 졌거늘, 모래에 열기가 남아 있어 그러는지, 아니면 벗들과 약속이 있어서인지, 남쪽 하늘을 향해 저 마음대로 훨훨 날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 시는 여름날 강촌을 정감있게 잘 그려낸 작품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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