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이 함락되다.②

강유가 낙마하여 엎어지자 여지껏 쫓기던 양흔이 엎어진 강유의 모습을 발견하고 순간 동작으로 말을 돌려 강유를 죽이려 달려들었다.
‘죽느냐? 죽이느냐? 이것이 문제가 되는 현장이다.’
강유는 자신을 죽이려고 달려드는 양흔의 말을 향하여 몸을 날렸다. 펄쩍 뛰어 올랐다. 그리고 힘을 하나로 하여 장창을 비껴들고 양흔의 말대갈통을 찔렀다. 그 위력이 어떤 것인지는 표현할 수 없으나, 이 한 창에 말이 퍽 쓰러지고 양흔이 여지없이 낙마하여 곤두박질쳤다. 양흔이 이번에는 위태롭게 되었다. 그러나 그를 받쳐주는 병사들이 많아 곧장 양흔을 구해 사라졌다. 강유가 양흔이 사라진 뒤를 안타까이 바라볼 때 초병이 헐떡이며 다가와 고하기를

“등애의 군사가 또 쫓아옵니다.”
강유의 군사는 머리와 꼬리가 이제 두절되게 되었다. 급히 군사를 거두어 한중을 탈환할 계책을 세우는데 또 다시 초병이 와서 보고하기를
“옹주자사 제갈서가 우리가 돌아갈 길을 끊었습니다.”
“왜? 이다지도 어려움이 중중첩첩하단 말인가!”

강유는 크게 탄식하였다. 다시 이를 악물고 별 방도가 없어 험산을 의지하여 하채했다. 이때 위병은 음평교 머리에 진을 치고 강유와 대치했다. 강유는 이제 진퇴가 불확실하게 되었다. 아무리 머리를 짜 내어 전세를 역전시켜 보려하나 하나의 방도도 생각나지 않았다. 얼마나 어려웠던지 백전노장 강유의 얼굴에 구름장이 드리우고, 주르르 눈물이 두 뺨을 타고 흘러 내렸다. 강유가 눈물을 흘리며 탄식하기를
“아아! 하늘이 나를 망하게 하는구나!”

주먹 쥔 손이 부르르 떨렸다.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파왔다. 고통이 밀물처럼 밀려들었다. 이런 고통을 아는지 모르는지 곁을 지키던 부장 영수가 고하기를
“위병이 음평교를 끊었으나 옹주에는 군사가 적을 것입니다. 우리가 공함곡에서 지름길로 가서 옹주를 취한다면 제갈서는 음평 군사로 옹주를 구하러 올 것입니다. 이때 장군께서 군사를 거느리고 검각을 지킨다면 한중을 다시 회복할 수 있는 길이 생길 것입니다.”
“그래, 그것은 양책이오. 그리 해 봅시다.”

강유는 부장 영수의 진언을 받아들여 곧 군사를 거느리고 공함곡으로 들어가, 옹주를 취하는 체 시늉을 내다가 검각으로 나갈 계책을 차렸다.
이 일을 위병 세작이 제갈서에게 고하자 제갈서가 크게 놀라 명령을 내리기를
“옹주는 우리와 합병하기로 된 곳이다. 만약 옹주를 잃는다면 조정에서 필연코 크게 죄를 물을 것이다.”
제갈서는 서둘러 대병을 철수하여 남쪽 길로 옹주를 구하러 나가며, 다만 1군을 남기어 교두를 확보하게 했다. 강유는 제갈서가 움직이는 것이 감지되자 곧 북쪽 길을 취하여 3십 리쯤 나가다가, 군사를 다시 돌려 전후대를 서로 그 임무를 바꾸고 교두에 당도했다. 과연 제갈서의 본대는 이미 철수하고 소수병력이 남았을 뿐이었다. 강유군은 교두에 남은 소수병력을 시살해 버리고 영채를 모두 불태워 버렸다.

한편 제갈서는 옹주를 구하러 가다가 교두에 불이 붙었다는 첩보를 받고 군사를 급히 돌려 돌아와 보니 강유의 군사는 교두를 통과한지 반나절이 지났다.
한편 강유는 검각을 바라보고 전진할 때 군마가 당도했다. 좌장군 장익과 우장군 요화의 군사다. 강유가 두 장수를 뜻밖의 장소에서 마주하니 놀라워하며 묻기를
“두 분 장군은 어인 일로 이곳에 나타나셨소?”

“내관 황호가 무녀의 말을 듣고 군사를 출병치 못하게 하니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하지만 한중이 위급하다는 첩보를 받고 아니 구할 수 없어 군사를 이끌고 나오니 이미 양평관은 종회가 점령해 버렸습니다. 헌데 또 다른 첩보에 의하면 장군께서 곤란을 겪으신다 하여 특별히 접응하러 나왔습니다.”
“아무튼 잘 오시었소. 어서 군을 합병하는 절차를 밟으시오.”
“예 장군! 하지만 요화가 생각키에는 지금 우리 군은 사방이 위병의 공격권 안에 들어 있습니다. 그리되니 양식을 운반할 길이 막혔습니다. 그런고로 장군께서는 군을 잠시 검각으로 물리어 그곳을 지키시는 것이 상책인가 합니다.”

“우리가 제갈서의 핍박을 받고 교두에 갇혀 있을 때는 그런 생각을 하고 여기까지 왔소.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으니 좀 더 두고 봅시다.”
강유가 이같이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을 때 첩보가 날아들었다.
“종회와 등애가 군사를 나누어 10로로 우리 군을 시살하러 옵니다.”
강유가 장익과 요화에게 군사를 나누어 주며 위병을 막으라 하자 요화가 말하기를
“백수땅은 좁고 길이 여러 갈래라서 전쟁하기에 아주 불리한 곳입니다. 지금 속히 물러가 검각을 구하는 것이 옳겠습니다. 만약 검각을 잃으면 우리는 물러갈 길을 잃고 말 것입니다.”

“장군의 말도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좀 더 깊은 생각을 하고 움직입시다.”
강유는 쉽게 결정을 하지 못하고 망설이다가 결국 검각을 목적하고 대군을 움직였다.
한편 보국대장군 동궐은 위병이 10여 길로 검각을 목적하고 쳐들어온다고 하자, 급하게 병력을 동원하여 지키고 있었다. 그날 오후 늦게 들판을 바라보니 티끌이 일어나며 위병이 지쳐오는 것 같았다. 동궐은 군사를 지휘하여 관구를 지키게 하고 친히 진문 앞에 나가보니, 의외에도 강유와 요화 그리고 장익이다. 너무 기뻐 관위로 맞이하여 저간의 일을 보고하고 울면서 후주와 황호의 문란하고 오만하고 태만한 국정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그러자 강유가 동궐을 위로하여 말하기를

“공은 근심치 마시오. 강유가 있는 한 위병이 촉을 병탄하지 못하게 할 거요. 우선 검각을 지키고 서서히 적병을 물리칠 일을 도모하겠소.”
“대장군의 큰 뜻을 왜 모르겠습니까? 하지만 우리가 죽음을 무릅쓰고 밖에서 싸워 지킨다 하더라도, 성도의 조정은 이미 썩을 대로 썩었으니 문제입니다. 만약 성도로 위병이 들어가 엄습한다면 대세가 기울어 질 것입니다. 조정에는 사람다운 사람이 한 사람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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