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설>가족관계 다음으로 중요하고 친밀한 관계는 벗과의 관계라 할 수 있다. 벗과의 관계를 잘 맺는 지혜와 방법을 살펴보겠다. ▲나의 ‘벗은 몇 사람이 되는가.’하는 것이다. 벗을 또 다른 말로 하면 붕우(朋友) 즉 ‘학문이나 뜻을 같이 하고 정을 나누는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옛글에 보면 ‘서로 얼굴을 아는 사람은 천하에 가득하여도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은 몇 사람이 되겠는가.’하였다. 이처럼 지인(知人)이 아무리 많아도 지기지우(知己之友) 즉 자기를 알아주는 붕우(朋友)는 그리 많지 않은 것이다. 그러므로 인생에서 자기를 알아주는 참 벗인 붕우를 많이 가지고 있다면 그는 성공한 인생이라 할 수 있다.

▲‘벗은 인생에서 중요한 의미다.’라는 것이다. 인생을 결정하는 3대 요인이 있다. 하나는 ‘어떤 부모를 만났느냐.’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어떤 스승을 만났느냐.’하는 것이며 그리고 어떤 붕우를 만났느냐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부모, 스승, 붕우가 인생을 결정하는 3대 요인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어떠한 사람과 벗하느냐 즉 붕우관계를 맺느냐하는 것은 인생에 있어서 참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익자삼우(益者三友)와 벗하라.’는 것이다. 공자께서는 익자삼우(益者三友)라 하여 ‘정직한 사람과 벗하고(友直), 진실한 사람과 벗하며(友諒), 식견이 많은 사람과 벗하면(友多聞), 나에게 이익이 된다’하셨고 손자삼우(損者三友)라 하여 ‘편벽된 사람과 벗하며(友便?), 아첨 잘 하는 사람과 벗하고(友善柔), 말재주만 뛰어난 사람을 벗하면(友便?) 나에게 해로움이 된다.’ 하셨다. 또한 벗을 사귈 때는 반드시 인품이 단정하며 나보다 나은 사람을 가려서 사귀라 하셨다.

▲‘좋은 벗의 향기가 내 몸에도 배도록 하여라.’하는 것이다. 공자께서는 ‘좋은 벗과 함께 있으면 마치 지초와 난초가 있는 방에 들어간 것과 같아서 오래 머물다 보면 그 향기에 동화되어 어느덧 나도 지초와 난초를 풍기는 사람이 되는 것처럼 좋은 벗과 사귀어 오래되면 자기도 모르게 동화되어 그의 좋은 점이 나의 것이 된다.’ 하였다. 그리고 비린내가 심한 절인 생선가게에 오래 있으면 그 비린내가 자신도 모르게 몸에 배어 어디를 가나 비린 냄새를 풍기듯이 나쁜 친구와 오래 함께 되면 자신도 모르게 나쁘게 된다 하였다. 그러므로 항상 좋은 벗을 가리어 사귀면서 그의 좋은 점에 감화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벗과의 사귐은 물과 같이 담백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군자지교담여수(君子之交淡如水), 소인지교감약례(小人之交甘若醴) 즉 ‘군자의 사귐은 담백하기가 물과 같고 소인의 사귐은 달기가 단술과 같다.’하였다. 군자지교 담여수, 세구정유진(君子之交 淡如水, 歲久情兪眞) 즉 ‘군자의 사귐은 담백하기가 물과 같아서 세월이 오래 일수록 우정은 더욱 진실해지고.’ 소인지교 감여일, 전안여구인(小人之交 甘如蜜, 轉眼如仇人) 즉 ‘소인의 사귐은 달기가 꿀과 같아서 눈만 돌리면 원수와 같이 되느니라.’하였다. 다시 말해 군자는 친구를 사귈 때 상대방의 인간성이나 인격을 보고 사귀기 때문에 담백해도 변하지 않는 물과 같다 하지만 소인은 친구를 사귈 때 돈이나 이익을 앞세우기 때문에 이득이 있을 때는 감주처럼 달게 굴다가도 이익이 없고 귀찮아지면 서슴지 않고 돌아서 버린다.즉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 그래서 소인의 사귐은 처음에는 달콤하지만 금방 맛이 변하는 단술과 같다 한 것이다. 그러므로 벗과 사귐은 언제 어디에서나 또한 어떠한 경우라도 한결 같아야 한다.

▲‘위급하고 어려울 때 도와주는 친구가 되어라.’하는 것이다. ‘술이나 음식을 먹을 때 형제지간과 같은 친구는 천명이 있으나 위급하고 어려울 때 도와주는 친구는 한 사람도 없구나.’하였다. ‘번영할 때에는 친구가 많지만 역경에 처하면 스무 명 중에 한명도 남지 않는다.’ 그래서 ‘번영은 친구를 만들고 역경은 친구를 시험한다.’라 했다. 이처럼 그 사람이 좋아서가 아니라 술이나 음식, 돈, 권력 등 그 사람이 가진 이익 때문에 모여든 친구는 그 이익이 사라질 때 그 사람도 함께 사라진다. 그러나 진정으로 그 사람이 좋아서 친구가 되면 어떤 위난이 닥쳐도 우정은 변치 않았다. ‘관중’과 ‘포숙’이 그러했으며 유비와 그의 의형제인 관우, 장비가 그랬다. 또한 조선시대 당쟁이 치열할 때도 오성 ‘이항복’과 한음 ‘이덕형’의 한결같은 우정은 오늘날까지 우리에게 귀감이 되고 있는 것이다.

채근담에 보면 ‘교우수대삼분협기’(交友須帶三分俠氣) 즉 ‘벗을 사귐에는 모름지기 10분의 3정도는 친구를 위하여 희생할 수 있는 의협심이 필요하다.’했다. ▲그렇다. 벗은 믿음과 덕으로 사귀되 이권이나 조건을 따지지 말아야 한다. /벗은 도와주고 함께하는 마음으로 어려운 일을 당하면 발 벗고 나서야 한다./ 우정은 사정과 형편에 따라 흔들리지 말며 특히 어려울 때 우정을 잃지 말아야 한다.
- (인문교양 강사) -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