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성도성이 무너졌구나.③

제갈첨은 등애가 보낸 글을 다 읽고 격노하여 무사에게 명령을 내렸다.
“등애의 글을 가져온 사자의 목을 베어라!”
사자를 참하여 그를 따라온 사자에게 수급을 주어 등애에게 보냈다. 등애가 사자의 수급을 보고 격노하여, 곧 군장을 갖추고 말을 달려 싸우러 나가려 하자 구본이 만류하기를
“장군께서는 가볍게 움직이지 마십시오. 기병(奇兵)을 써야 승리할 수 있습니다.”
등애는 구본의 말을 듣고 곧장 천수태수 왕기와 농서태수 견홍에게 명하기를

“그대 두 사람은 좌우편에 매복하여 때를 기다려라. 내가 친히 본부군을 거느리고 나가 싸우겠다.”
등애의 군사가 싸움을 걸어오자 제갈첨이 말 타고 창 들고 싸우러 나왔다. 제갈첨이 먼저 등애를 목적하고 기를 쓰고 쇄도해 들어갔다. 그러나 등애가 싸워 보지도 아니하고 달아나니 한바탕 쫓고 쫓기는데 갑자기 복병이 일어났다. 제갈첨을 잡으려고 쳐 놓은 덫이다. 촉병은 이 덫에 걸려 왕기와 견홍에게 함빡 두들겨 맞고 대패하여 면죽성까지 후퇴했다. 등애는 이 기회를 놓칠 새라 촉군을 겁박하여 면죽성을 철통같이 에워쌌다. 제갈첨은 성안에 있다가 형편이 절박해진 것을 알고 팽화에게 영을 내려

“그대는 1지군을 거느리고 적의 포위망을 뚫고 나가 동오로 가서, 나의 친서를 오왕에게 전하고 구원을 청하라!”
팽화는 포위망을 뚫고 동오로 말을 달려가 오왕 손휴를 뵙고 제갈첨의 친서를 전했다. 손휴는 제갈첨의 친서를 보고 중신회의를 붙여서 의논하기를
“촉국이 아주 위급하게 되었소. 내 어찌 손을 놓고 앉아서 보기만 하겠소. 군사를 내어 돕는 것이 이치에 합당할 거요.”
손휴는 당장 결심을 하고 영을 내리기를

“노장 정봉이 주수가 되어 손이와 또 다른 정봉으로 부장을 삼아, 5만 정병을 거느리고 나가 촉국을 구하라!”
노장 정봉이 손휴의 명을 받고 곧 병을 나누어 출병을 명하기를
“손이와 정봉은 2만 정병을 거느리고 면죽성을 향하여 나가라! 나는 친히 3만군을 거느리고 수춘을 거쳐 나가리라.”
오병은 2길로 촉국을 구원하러 나섰다. 그러나 제갈첨은 동오의 구원병이 얼른 나타나지 아니하자 제장들을 불러 모아 분부하기를
“전쟁이란 오래 지키기만 하는 것이 상책일 수 없다.”

제갈첨은 아들 제갈상과 상서 장준을 불러 성을 잘 지키라 당부했다. 그리고 완전 군장을 하고 3군을 거느리고, 삼문을 활짝 열게 하여 위병의 포위망을 뚫고 나갔다. 등애는 제갈첨의 군대가 몰려나오자 급히 군사를 거두어 후퇴했다. 지장 등애가 제갈첨의 예기를 피하려는 속셈이다. 등애가 군사를 물리자 제갈첨은 힘을 뽐내며 밀어 붙였다. 위병은 맥없이 밀리는 것 같았다. 그러나 잠시 시간이 지나자 그것이 아니었다.
“팡! 팡! 팡!”

강한 포성이 울려 퍼졌다. 면죽성이 뿌리가 뽑힐 것 같은 포성이 울렸다. 동시에 사면팔방에서 위병이 몰려나왔다. 마치 벌떼처럼 달려 나왔다. 제갈첨의 군사는 지난번 같은 용감무쌍한 힘과 예기가 사라지고, 위병의 포위망 속에 묻혀 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제갈첨은 용기를 잃지 아니하고 호령하기를
“힘을 내라! 죽기 살기로 싸워라!”
고래, 고래 소리 지르자 촉병이 마지막 힘을 내어 위병을 몰아 붙여, 수백 명을 창과 칼로 찍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등애의 철성이 싸움판을 울렸다.
“자자! 정신 차리고 촉병을 활로 쏘아 붙여라!”

명이 떨어지자 단번에 화살이 비 오듯 쏟아졌다. 촉병은 사면팔방으로 흩어지고 제갈첨은 살을 맞고 낙마하여 부르짖었다.
“나는 힘껏 싸웠다. 한번 죽어 나라의 은혜와 조상의 은혜를 갚은 것이다.”
그는 그렇게 부르짖고 목을 찔러 자진했다. 아들 상이 이 모습을 성 위에서 바라보다가 완전 군장을 갖추고, 말에 올라 성문을 열고 달려 나가려하자 장준이 말리기를
“작은 장군마저 가볍게 움직이시면 이 나라는 어찌합니까?”
“아니야. 우리 부자조손이 국은을 입은 바 크다. 이제 아버님께서 적진에서 돌아가셨는데 내가 구구하게 살면 무얼 하겠나?”

말을 하고 곧 말을 몰아 적진으로 돌진하여 수백 위병을 죽이고 장렬하게 전사했다. 시인이 시를 지어 제갈첨 부자의 의로운 죽음을 찬양했다.
‘이것은 충신의 모사가 적어서 생긴 일이 아닐세./ 창천에 뜻이 있어 유씨를 망하게 함이네./ 당년에 제갈무후 참한 아들을 두어서/ 절개와 의리가 무후를 이을만하네./’
등애는 제갈부자의 장렬한 순사를 의롭게 생각하고 부자의 시체를 거두어 매장하고 면죽성을 공격했다. 장준, 황숭, 이구 세 장수는 각각 군사를 이끌고 등애와 마주 싸웠으나 촉병의 수가 워낙 적은지라 모두 패하고 전사했다. 등애는 면죽성을 장악하자 곧 전열을 정비하여 성도를 향하여 진격했다.
한편 후주는 등애가 면죽성을 취하고 제갈첨 부자가 전사했다는 말을 듣고 크게 놀랐다. 당황한 나머지 문무백관을 모아 상의하니 측신이 아뢰기를

“성 밖 백성은 남부여대(男負女戴)하고 살 곳을 찾아 피난길을 떠났습니다. 위병은 곧 성 밖에 당도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일을 어찌해야 한단 말이요?”
후주가 벌벌 떨면서 제신들에게 묻자 관리들이 입을 합하여 말하기를
“우리는 군사가 미약하고 장수가 적어서 적을 맞아 싸울 형편이 못됩니다. 성도를 버리고 남중 7군으로 달아나는 것이 상책인가 합니다. 그곳은 땅이 험준하고 지킬만한 곳입니다. 그리고 만병의 원군으로 성도를 회복할 길을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광록대부 초주 아뢰오. 아니 됩니다. 남만은 오래 동안 우리를 배반하였습니다. 우리가 남만에 혜택을 준적이 없으니 원병을 청한다면 오히려 화를 입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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