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의 이간책이 남긴 것③

“강장군! 사마소가 나로 하여금 등애의 변을 막으라하였소. 어찌해야 좋겠소.”
“종사도께서는 무엇을 근심하십니까? 이미 시운은 종사도께로 기울어져 있습니다. 우리 두 사람이 하나가 되면 어떠한 난관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니 염려치 마십시오.”
“나도 그리 믿고 있소. 강장군! 사마소의 마음에 등애의 공이 나의 공보다 위에 있다하여 태위를 준 일을 아실 것이오. 헌데 진공은 등애가 반할 기미가 보이자 위관으로 감군을 삼고, 나에게 조서를 내려 등애를 제거하라 하니 강장군은 어떤 고견으로 나를 돕겠소?”

“종사도! 나 강유가 들으니 등애는 출신이 미천해서 어린 시절 목동 일을 하며 지낸 걸로 압니다. 이제 음평 공격에서 요행히도 큰 공을 세웠으나 그의 지모로 성공한 것이 아니지요. 실상 따지고 보면 국가의 홍복으로 성공된 것이지요. 장군께서 저 강유와 검각에서 대치하며 세월을 천연하지 않았다면 등애의 성공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요. 지금 촉주로 부풍왕을 삼겠다는 말은 서촉민의 인심을 얻고자 함입니다. 이것은 반정이니 진공께서 의심하고도 남을 일입니다.”

“그렇소. 나도 그리 생각했소. 등애의 처세를 보고 진공께서 노발대발한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장군께서는 좌우를 물리쳐 주시겠습니까? 강유가 비밀한 계교를 드리겠습니다.”
“좋소. 차라리 저쪽으로 가서 우리 둘만 이야기합시다.”
강유는 둘만의 자리가 되자 소매 속에서 지도 한 장을 종회에게 보이며 말하기를
“옛적에 제갈무후께서 남양초려에서 나오실 때 이 지도를 선제께 드리면서 말씀하시기를 <익주땅은 옥야천리에 백성이 번성하고 나라가 부강하니 한번 패업을 이룰만한 땅이다.> 하셨습니다. 그리하여 선제께서는 제갈무후의 말을 따라 성도에 도읍을 정하고 촉한의 기업을 창업하신 것입니다.”

종회는 강유의 말에 감격하여 손으로 일일이 지도를 가리키며 촉국의 산세를 묻고 또 물었다. 이에 강유는 고분고분 자상하게 일러 주자 다시 묻기를
“그렇다면 강장군은 어떤 방법을 써서 등애를 사로잡겠소?”
“진공이 등애를 의심하는 이 기회에 급히 상소를 올려 등애의 반정이 뚜렷함을 역설하십시오. 그러면 반드시 진공께서는 장군으로 하여금 등애를 토벌하라 할 것입니다. 그때에 쳐서 사로잡을 수 있습니다.”
종회는 강유의 진언대로 곧 사자를 낙양으로 보내어 상소를 바치기를

‘신 종회 황공하옵게도 촉땅의 정세가 불안하여 상소를 올립니다. 선도를 제압한 등애가 방자하게도 전권을 휘둘러 촉인과 결탁하여 머지않아 반기를 들것입니다. 이는 국가 만년대계를 위하여 조속히 징치해야 할 것입니다. 통촉 하옵소서.’
상소를 보고 조정의 문무백관이 다 깜짝 놀라고 말았다. 종회는 또 다른데 손을 쓰기를 등애가 낙양으로 파발마를 보내는 길목에 군사를 숨겨놓고, 등애의 편지를 가로챘다. 그리고 그 필적을 모방해서 진공에게 오만불손한 글발을 보냈다.

사마소는 등애의 편지를 받고 노발대발하지 않고 배길 수 없었다. 그것은 종회의 모략이 들어간 편지이니 당연한 일이라 할 것이다. 사마소는 등애의 가짜 편지에 격분한 나머지 곧 종회에게 등애를 제거시키라 밀지를 주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가충에게 3만 군사를 주어 사곡으로 나가라하고, 자신은 친히 위왕 조환과 함께 친정할 것을 결정했다. 이와 같이 진공의 부중이 급변하게 상황이 돌아가자 서조연 소제가 간하기를
“종회의 병력은 등애 병력보다 6배가 많고 강합니다. 종회를 시켜서 등애를 제거하라 해도 가능한데 어찌 주군께서 친정을 불사하십니까?”

“그대는 전에 나에게 한 말을 잊었는가? 그대가 내게 말하기를 <종회는 반골상이다.> 하지 않았던가? 내가 이번에 친정하는 것은 등애만을 제거하러 나간 것이 아니라 종회를 잡으러 가는 것일세.”
“제가 아까 말씀드린 것은 주군께서 혹여나 옛 말을 잊으셨나 싶어 여쭈어 본 것입니다. 이제 그렇게 결심하셨다면 이를 극비에 붙이시고 결행하시기 바랍니다.”
사마소는 대군을 일으켜 출정하려 하자 가충이 사마소에게 아뢰기를
“등애도 문제가 있지만 종회는 더욱 의심스럽습니다.”

“가충은 내 마음을 혼란하게 만들지 마오. 나는 그대에게 큰 군사를 주어 등애를 막으라 했는데, 또다시 종회를 의심한다면 그 의심이 한량이 없을 것이다. 내가 또 그대를 의심하게 된다면 어찌 하겠는가? 현장에 도착하면 모든 일이 명백해 질 것이다.”
사마소는 이렇게 비밀을 지켰으나 종회의 세작은 사마소가 친정한 사실을 종회에게 알렸다. 종회는 갑자기 사마소가 친정하므로 강유를 찾아 등애를 제거할 일을 물으니
“먼저 감군 위관에게 잡으라 하시오. 만약 등애가 위관을 죽인다면 이는 반정이 되므로 장군께서 군사를 거느려 나가 치시면 대의명분이 생깁니다.”

종회는 강유의 말대로 위관에게 명하여 약간의 군사를 거느리고 성도로 가서 등애 부자를 잡으라 했다. 그러자 위관의 똑똑한 부하가 만류하기를
“이 일은 종사도는 등장군으로 하여금 장군을 살해케 해서 반정을 포착하려는 수단입니다. 절대로 계교 없이 마구잡이로 등장군을 잡으러 가서는 아니 됩니다.”
위관이 수하 모사의 말을 듣고 한바탕 웃으며 말하기를
“하하하. 그대가 나를 이다지도 염려해 주니 참으로 고맙네. 허지만 나도 일찍이 자네와 같은 생각을 하고 따로 계교를 가지고 있으니 염려 말게.”

위관은 그리 말하고 곧 30여 장의 격문을 써서 먼저 성도성 안으로 띄워 보내기를
‘조서를 받들어 등애를 잡는다. 여타 다른 사람들은 문죄치 아니할 것이다. 이 일에 협조하는 자는 상을 줄 것이고 나오지 아니한 자는 삼족을 멸한다.’
위관이 보낸 격문이 감쪽같이 등애 부자가 모르게 여러 장수들에게 돌려졌다. 등애부자가 크게 운이 떨어진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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