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법은 고무줄이라는 탄식이 골목상인들에 의해 나오고 있다. 편의점과 빵집, 치킨집 등 프랜차이즈 업체의 신규출점 거리제한이 2년 만에 폐지되기 때문이다. 신규출점 거리제한이 사라지면 예전처럼 같은 브랜드의 점포가 인접지역에 우후죽순으로 늘어나 무한경쟁에 시달릴 수밖에 없어 가뜩이나 어려운 골목상권이 붕괴될 수밖에 없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5월 21일 ‘기업활동이 과도하게 규제된다’며 모범거래기준과 가이드라인을 대폭 정비하여 프랜차이즈 빵집 500m, 치킨집 800m, 편의점 250m 이내에 자사 브랜드를 신규 출점할 수 없도록 한 가이드라인을 없앴다. 대신에 공정위는 8월부터 시행되는 개정 가맹사업거래법을 통해 점포 개설 시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주가 협상을 통해 설정한 ‘영업지역’에 따라 신규 점포 개설을 제한하도록 결정했다. 이에 대해 개별 가맹점주들은 영업 지역 설정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그 동안 횡행했던 중복출점이 다시 재현될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개정 가맹사업거래법은 무분별한 가맹점 출점을 막고자 영업지역을 설정하도록 했지만,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는 게 문제다. 가맹본부와 점주 간 자율적으로 기준을 설정하게 돼 있어 사실상 점주들은 우월적 지위에 있는 가맹 본사의 지침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그 동안 공정위 모범거래기준으로 신규점포 출점에 제약을 받은 가맹본부가 무차별적으로 점포를 출점할 가능성도 커 이래저래 문제가 많다.

또한 지금까지 세계에서 가장 심한 규제를 받아온 한국 프랜차이즈 기업도 이번의 법 개정으로 더욱 심한 규제를 받게 되어 경쟁사의 진입이나 소비자 요구의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어 한층 어려워질 것이다. 그 폐해는 상가 임대료와 권리금 상승으로 이어져 가맹 희망자의 창업도 어려워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가맹점사업자의 보호라는 본래 취지에 역행하는 것으로 즉흥적인 경제입법의 전형적인 부작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다.

이런 상황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법 개정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시행령을 만들어야 한다. 영업지역의 설정이나 예상 매출액의 범위 등을 규정하면서 경쟁원칙에 저촉되지 않도록 해야 하고, 모범거래기준도 폐지해야 한다. 모범거래기준은 법적 근거 없는 행정지도여서 남용 가능성이 크다. 특정한 브랜드에만 소비자의 접근권을 제한하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도 어긋난다. 반경쟁적 기준의 시행은 우리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 국제적 평가에도 해로운 만큼 정부의 빠른 시행령 보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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