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진괄<대전광역시 평생교육문화센터 강사>

해당화 -2

자료에 의하면 중국(中國)에서는 야생의 해당화가 해안 개발과 도벌(盜伐)로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고 했는데, 우리나라도 비슷한 요인으로 감소하고 있다고 한다. 그 뿌리를 약용한다는 소문이 나며 불법적으로 남획 되어 개체 수가 많이 줄었다니 안타까운 일이다.
한방에서는 해당화의 꽃봉오리(花?)를 5월경 채취하여 그늘에 말린 것을 약재로 쓴다. 담즙(膽汁)분비를 촉진하는 약리작용이 있다. 효능으로는 방향성(芳香性)이 높아서 간위(肝胃) 기능의 감퇴로 인해 흉복부가 그들먹하고 아픈 증상을 해소한다. 또 여성의 생리가 일정치 않거나 아픈 증상에 응용되고, 타박상으로 어혈(瘀血)이 생긴 것을 풀어준다.

민간에서는 혈당을 내리는 효능이 있어 당뇨병 치료제로 사용하는데, 근본적인 치료제는 아니라고 한다. 예로부터 해당화를 떡이나 부침개의 색깔을 내는 재료로 썼다. 그리고 꽃에 방향성이 강한 정유(精油)가 많아 향수의 원료가 되기도 하고, 뿌리는 염료로 사용한다.
어디서든 해당화를 만나면 그 수수한 꽃색깔이 발길을 잡는다. 꽃만큼이나 열매도 곱다. 무어라 표현할 수 없는 은은함은 먼 추억을 끄집어내는 마력이 있다. 이 꽃에 대한 어느 글의 표현을 빌리면‘해당화는 아침이슬을 듬뿍 머금고 바다를 향해 사랑하는 사람이 돌아오기를 기다린다.’고 했는데, 이 꽃의 정서에 꼭 어울리는 것 같다.

오후 느지막이 도착한 꽃지해변은 주말이라선지 사람들이 제법 많다. 서쪽으로 넘어가는 햇살을 받아 할미, 할배바위가 검게 보인다. 역광(逆光)인 탓이다. 해변을 거닐며 위치의 이동에 따라 두 노인이 멀어졌다 가까워졌다 하는 모습도 신기하다. 늘그막에 부부간 싸우지 말고 잘 살라고 친구가 충고를 한다.
수평선에 덩그러니 떠 있는 두 섬이 우리 처지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 찬란했던 태양도 바다 끝에 닿아 물속으로 사라진다. 붉은 빛이 더 고와 보이는 것은 마지막이라 그렇다고 누군가 한 말이 생각난다. 해변에서 소라, 고동의 조개 안주로 들이키는 소주 한 잔에 마음을 다잡는다. 세상은 변하지 않는데 사람 마음만 변하는 게 인생이다. 어둑해진 해변에 앉아 일몰을 감상하며 각자의 생각에 젓는다.

고등학교 동창들과 학창시절 기분으로 떠나온 환갑(還甲)여행. 똑같이 입던 교복을 벗고 갖가지 인생으로 살아온 친구들.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허허롭게 마주보는 얼굴들..... .
새벽녘 숙소를 나와 한가하게 모래밭을 거닐어 본다. 해안가 끝자락의 산모퉁이가 오리주둥이처럼 긴 잎을 내밀고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형상이다. 뿌연 안개가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 순간도 얼마나 아름다운 인생인가. 진정 살아볼 만한 것이란 생각을 해 본다. 하얀 물거품이 알 수 없는 그림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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