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교양 강사

<여설>현대인은 누구나 수많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복잡다단하게 살면서도 자기 자신은 언제나 ‘군중속의 고독’을 느끼며 외롭다고 한다. ‘대면공화 심격천산’(對面共話 心隔千山) 즉 ‘얼굴을 맞대고 서로 이야기는 하나 마음은 천산(千山)이 막힌 듯 멀리 떨어져 있다.’라 하였다. 이처럼 우리는 서로 얼굴을 대하고 사는 사람은 수없이 많아도 마음을 터놓고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 뜻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기에 ‘군중속의 고독’을 느끼며 사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마음과 뜻을 알아주고 이해해주고 감싸주는 벗이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군중속의 고독에서 어느 정도 벗어 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우정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관포지교(管鮑之交)에서 ‘관중’은 훗날 ‘포숙아’에 대해 술회하기를 ‘나를 낳아준 분은 부모님이지만 나를 알아준 이는 포숙아 였다.’라고 술회하였다. 관중과 포숙아와 같이 나를 알아주는 벗이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참으로 행복하다 하겠다.

▲자기를 알아주는 친구 즉 지기지우(知己之友)에 관한 대표적 고사(故事)인 지음(知音)과 백아절현(伯牙絶絃)의 감동스토리 속에 빠져 보기로 한다. ‘백아’가 지기지우(知己之友)인 ‘종자기’의 죽음을 슬퍼하여 ‘거문고 줄을’ 끊어 버렸다는 뜻의 백아절현(伯牙絶絃)의 고사(故事)를 살펴보면, 춘추시대의 유명한 음악가였던 유백아(兪伯牙)는 초나라 사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진(晉)나라에 가서 큰 벼슬을 하였다. 유백아가 어느 날 진나라임금의 명령으로 초나라에 출사(出使)했을 때의 일이었다.

유백아가 탄 배가 한양 강가에 닻을 내렸을 때 때마침 팔월 대보름달이 허공에 높이 걸려 있었다. ‘유백아’는 달을 쳐다보면서 울적한 생각에 잠겨 거문고를 꺼내 연주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던 중 ‘유백아’는 문득 누군가 자기 거문고 소리를 귀담아 듣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사람을 시켜 찾아보았더니 뜻 밖에도 그는 ‘종자기’라는 일개 나무꾼이었다. ‘유백아’가 물었다. ‘그대는 내 곡조에 담긴 뜻을 알아들을 만하시오?’ 그러자 나무꾼인 종자기가 반문하였다. ‘그대가 타는 곡조는 공자의 안회탄(顔回嘆)이지요?’ ‘옳소이다! 옳소이다.’ 유백아는 기쁨에 넘쳐 나무꾼인 종자기와 함께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쉴 새 없이 주고받았는데 나무꾼인 ‘종자기’는 모르는 것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유백아’가 또 말을 꺼냈다. ‘공자님께서 방에서 거문고를 타시는데 그의 제자 안회가 밖에서 들어오다가 문득 거문고 소리에 살기가 서려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깜짝 놀랐다고 하는 이야기도 있지 않습니까? 나중에 알고 보니 그때 고양이 한 마리가 쥐를 잡아먹으려는 것을 공자님께서 보시게 되어 공자님께서 느낀 감정이 그 거문고 소리에 묻어 살기를 띠게 된 것이라고 했지요. 그리고 보면 안회야말로 소리를 안다(知音)고 하겠습니다. 이제 내가 거문고를 탈 테니 내가 무엇을 생각하는가를 맞춰 보시오.’ ‘유백아’가 이렇게 말하고 나서 거문고를 타면서 산을 생각하자 나무꾼인 ‘종자기’가 곧바로 맞받아 노래했다. ‘좋고도 좋도다! 산이 높고도 험함이여! 태산과 같도다.’ 이어서 ‘유백아’가 도도히 흐르는 강물을 생각하며 연주하자 ‘종자기’가 노래했다. ‘좋도다! 넓고 넓음이여! 양자강과 황하와도 같구나.’ 이처럼 ‘백아’가 생각하는 것을 ‘종자기’는 반드시 알아들었다.

‘백아’가 ‘종자기’와 함께 태산의 북쪽으로 놀러갔을 때 갑자기 폭우를 만나서 바위아래에서 비를 피해 섰는데, 마음이 구슬퍼진 백아가 거문고를 가져다가 연주를 하였다. 처음에는 장맛비가 닥쳐오는 것을 연주하고, 다시 산이 무너지는 소리를 연주했는데, 곡조가 연주 될 때마다 ‘종자기’는 바로 그 뜻을 완전히 알아차렸다. ‘백아’가 이에 거문고를 곁에 두고서는 감탄하였다. ‘좋고도 좋도다! 그대가 내 뜻을 알아차려 듣는 것이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 같으니 내가 어디에 소리를 숨길 수 있겠는가?’ 그런 사이 어느덧 1년의 시간이 흘러 초나라에서 왕명을 완수한 ‘백아’는 다음해에 다시 ‘종자기’를 만날 것을 약속하고 진나라로 돌아갔다. 이듬해 ‘백아’가 ‘종자기’를 다시 찾았을 때에는 ‘종자기’는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다. ‘백아’는 너무도 슬픈 나머지 ‘종자기’의 무덤 앞에서 마지막으로 한 곡을 연주한 뒤에 거문고 줄을 끊어 버리고(伯牙絶絃) 다시는 거문고를 타지 않았다고 한다. 이제 거문고 소리를 듣고서 자신의 마음을 진실로 이해해줄 친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자기의 속마음을 알아주는 지기지우(知己之友)를 마치 종자기가 백아의 거문고 소리를 알아주었다는 뜻의 지음(知音)’의 고사성어로 표현하였고 ‘친구의 죽음을 슬퍼한다.’는 뜻으로는 백아가 자기의 음악을 알아준 종자기의 죽음을 슬퍼한 나머지 거문고 줄을 끊어 버렸다는 뜻의 백아절현(伯牙絶絃)의 고사성어로 표현 하였다. ▲그렇다. 나에게『백아』와 『종자기』와 같은 지음(知音)의 ‘지기지우(知己之友)가 있는가!, 내 뜻을 알아주는 知音의 세상이 있던가!.’

- (인문교양 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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