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약과 독

<여설>약에는 병을 치료하는 작용(作用)의 성질이 있는가 하면 독이 되는 부작용(副作用)의 성질도 있다. 술 역시 적당히 마시면 작용(作用)으로서 건강과 인생, 그리고 인간관계에 있어서 약이 되지만 지나치면 부작용으로 독이 되는 것이다.

▲옛 사람들은 술의 작용 즉 인간 사회에서 술의 역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사기(史記)에 보면, 郊天禮廟 非酒不享(교천예묘 비주불향) 즉 ‘하늘에 제사 지내고 사당에 제례를 지낼 때는 술이 아니면 흠향하지 않는다.’라 하였다. 이처럼 옛 사람들은 술을 신령한 음식으로 여겼다. 그래서 천제나 조상 제례 등 신성한 의식(儀式)에는 술이 없으면 신이 흠향(歆饗)하지 않는다 하여 오늘날까지 술은 필수적 제수(祭需)가 되고 있는 것이다.

君臣朋友 非酒不義(군신붕우 비주불의) 즉 ‘임금과 신하, 벗 사이에는 술이 아니면 의리가 두터워지지 않음이라.’하였다. 또한 전통혼례식에서 신랑, 신부가 백년해로를 다지며 마시는 합환주(合歡酒)가 있다. 이처럼 인간관계에 있어서 의(義)와 정(情)을 돈독히 하는 촉진제 역할을 하는 것도 술이라 할 수 있다. 鬪爭相和 非酒不權(투쟁상화 비주불권) 즉 ‘싸움을 하고 나서 서로 화해하는 데는 술이 아니면 화해를 권하지 못함이라.’하였다. 이처럼 술은 사람 사이의 막힌 감정을 풀어주는 촉매 역할을 한다. 이어서 사기(史記)에는 술에 대한 경각심을 다음과 같이 일깨워 주고 있다. 酒有成敗而不可泛飮之(주유성불패이불가봉음지) 즉 ‘술에는 성공과 실패가 달려 있어서 엎어지도록 술을 마시지마라.’하였다. 다시 말해 작용과 부작용의 성질을 지니고 있는 술을 어떻게 마시느냐에 따라 건강과 인생, 그리고 인간관계의 성공과 실패가 달려 있는 것이므로 항상 술을 잘 다스리며 마셔야 하는 것이다.

▲사람을 가장 잘 판단 할 수 있는 도구는 술과 돈이다. 아무리 군자인척해도 술을 먹어보면 그 사람의 본색을 알 수 있고 아무리 큰 사람인 척 해도 돈 거래를 해 보면 그 사람의 그릇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술과 돈은 그 사람의 참 모습을 판단할 수 있는 도구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酒中不語 眞君子 財上分明 大丈夫(주중불어 진군자 재상분명 대장부) 즉 ‘술에 취했어도 말이 없어야 참다운 군자요.

재물 앞에서 분명한 것이 대장부’라 했다. 또한 朱子十悔(주자십회) 즉 ‘주자’는 인생을 살면서 하게 되는 열 가지 후회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醉中妄言 醒後悔(취중망언 성후회) 즉 ‘취중에 한 망녕 된 말은 술 깬 후에 뉘우치게 되느니라.’하였다. 그러므로 술 취한 속에도 자기 통제력이 있어야 하고 황금 앞에서도 의연할 수 있어야 남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탈무드’에 술의 기원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인간이 최초로 밭에다 포도씨앗을 심고 있었는데 이때 악마가 양과 원숭이, 사자, 돼지를 죽여 그 피를 거름으로 쏟아 부었고 그렇게 하여 자란 포도나무에 달린 포도 열매로 짠 즙이 포도주라는 것이다, 그래서 포도주를 처음 마실 때는 양처럼 순하다가 조금 더 마시면 원숭이처럼 춤을 추고 그 보다 더 마시면 사자처럼 사나워 지며 너무 지나치게 마시면 돼지처럼 추해지며 토하고 뒹군다.’하였다, 그래서 술은 악마가 인간에게 준 선물이라 하였다.

▲술 마시는 방법이 酒(술 주)자에 나타나 있다, 즉 ‘술은 한 번에 벌컥벌컥 마시는 것이 아니라 마치 닭(酉)이 물(氵)을 쪼아 마시듯이 술 한 잔 마신다음 담소를 나누고 또 한잔 마시고 담소를 나누며 천천히 마셔라.’하는 뜻이 담겨 있다. 채근담에 보면 花看半開 酒飮微醉 此中大有佳趣(화간반개 주음미취 차중대유가취) 즉 ‘꽃은 반쯤 피어 있을 때 보고 술은 약간 취할 만큼 마시면 이 가운데 아름다운 멋이 있느니라.’하였다. 다시 말해 술의 정도는 약간 취기가 있을 때가 가장 적당하다는 것이다. ▲음주(飮酒)의 좌우명으로 ‘119 음주 법’을 소개 하겠다. ‘술은 한 가지(1) 술로 1차(1)만 9시(9)전까지 마셔라.’하는 것이다. 이렇게만 마시면 과음으로 인한 해는 없을 것이다. ▲文酒爲宴(문주위연) 즉 ‘글과 술이 함께 어우러지는 잔치’라는 뜻으로 단순히 술을 즐기기 위한 술자리가 아니라 풍류를 즐기는 술자리라 할 수 있다. ‘문주위연’이야말로 가장 바람직한 음주 문화라 할 수 있겠다.

▲정다운 벗과 ‘이태백’의 시를 읊으면서 文酒爲宴하여 봄이 어떨까 한다. 兩人對酌 山花開 (양인대작 산화개) 一盃一盃 復一盃 (일배일배 부일배) 我醉慾眠 君且去 (아취욕면 군차거)明朝有意 抱琴來 (명조유의 포금래) ‘벗과 서로 잔을 드는 사이 소리 없이 산에 꽃이 피네 / 한잔한잔 들자 거니 다시 한잔 먹자거니 / 난 취한 채 자고프니 그대도 그만 가고 / 내일 아침 술 한잔 생각나면 거문고 갖고 또 오시게나.’ ▲그렇다. 사람이 술을 마시면 약(藥)이요. 술이 사람을 마시면 독(毒)이 아니겠는가.

- (인문교양 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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