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오가 망하는 소리여!①

‘대진국의 7묘.’
7묘란 한정정서장군 사마균, 그 아들 예장태수 사마양, 그 아들 영천태수 사마준, 그 아들 경조윤 사마방, 그 아들 선제 사마의, 그 장자 경제 사마사, 그 동생 문제 사마소를 제사 지내는 곳이다.
사마염은 황제가 되자 매일 조회를 열고 동오를 평정할 계획을 차렸다.
‘漢家城郭己非舊 吳國江山將復更 한가성곽기비구 오국강산장복갱. 한실의 성곽 이미 옛 모습이 아닌데 오국의 강산도 장차 다시 고쳐지누나.’

이때 오왕 손휴는 사마염이 대진국을 세웠다 하자 오국이 위험한 것을 알았다. 미리 겁을 먹고 근심하다 그만 병이 들어 일어나지 못했다. 승상 복양흥을 불러 태자 손영으로 하여금 절을 시키고 손휴는 말을 하지 못했다. 다만 승상의 팔을 잡고 태자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다가 그만 운명하고 말았다. 승상 복양흥은 조정에 나가 문무백관을 모으고 상의하기를
“태자 손영을 임금으로 추대코자 합니다. 여러분의 의향은 어떠시오?”
좌전군 만욱이 나와 말하기를

“손영은 너무 어려서 정사를 살펴보지 못할 것입니다. 오정후 손호를 추대하는 것이 좋겠소.”
좌장군 장포도 이에 가세하여 말을 더하기를
“손호는 명석한 두뇌와 판단하는 재주가 있는 사람이니 넉넉하게 제왕노릇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승상 복양흥은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안으로 들어가 주태후께 처분을 물으니 사양하여 말하기를
“나 같은 과부가 어찌 사직의 일을 알겠소? 경들이 서로 타협해서 세우시오.”
복양흥은 조정 의논에 따라 손호를 추대하여 왕으로 삼았다. 손호의 자는 원종이다. 손권의 태자였든 손화의 아들이다.

오왕 손호는 7월에 황제가 되어 연호를 원흥이라 했다. 태자 손영은 예장왕을 삼고 아버지 손화를 문황제라 추숭하고 어머니 하씨는 태후의 존칭을 올렸다. 그리고 원로 장수 정봉을 벼슬을 높여 좌우대사마로 봉했다.
다음해에는 연호를 감로 원년이라 고쳤다. 손호는 본래 성정이 흉포하고 주색에 빠져 내시 중상시 잠혼을 총행(寵幸)했다. 승상 복양흥과 좌장군 장포가 간하자 손호는 이들 두 사람을 죽이고 삼족을 멸했다. 이후로 신하들은 입을 봉하고 다시 간하는 사람이 없었다.

손호는 다시 연호를 보정이라 고치고 육개를 좌승상 만욱을 우승상에 봉했다. 이해에 손호는 무창으로 천도하자 양주 백성들은 손호의 뒤치다 거리를 하느라고 원성이 자자했다. 손호는 더욱 더 궁사극치(窮奢極侈)의 호화생활을 했다. 국가의 재정과 백성의 재산이 탕진되어 국난지경에 이르자 좌승상 육개가 상소를 올려 간하기를
‘이 나라는 천재지변도 없이 백성은 살 수가 없고, 나라에서도 한 일이 없는데 국가의 재정은 탕진되었습니다. 이 점을 신은 가슴 아프게 생각합니다. 지난날 한실이 쇠약해지니 삼국정립 시대가 열렸습니다. 지금은 조씨와 유씨가 다 덕을 잃어 진에게 먹히었으니 이는 눈앞에 나타난 징험입니다. 어리석은 신은 지금 나라를 아끼고 폐하를 위하여 진언을 드립니다. 무창은 왕성이 험하고 척박해서 왕자의 도읍지로 적합지 않습니다. 또 아이들이 이렇게 노래 부릅니다.

<차라리 건업 물은 마실지언정 무창 생선은 먹지 못하겠네./ 차라리 건업에 돌아가 죽을지언정 무창에 머물러 살기 싫다네./> 이 동요는 천의와 민심을 밝게 증명할 수 있습니다. 지금 나라 안에는 1년을 지탱할 재력이 없어서 그 뿌리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관리들은 백성들의 재물을 거둬들이기에 혈안이 되어있고 궁중에는 아름다운 후궁들이 가득합니다. 대제 때엔 후궁이 수백 명이 못 되었는데, 경제 이후에 천명이 넘었으니 재정을 소모하는 원인입니다. 또한 폐하의 좌우를 모시는 자들이 적당한 인물이 아닙니다. 당파를 이루고 서로 호응하여 충성스런 신하를 해롭게 하니, 이들은 정치를 좀 먹고 백성을 병들게 하는 자들입니다. 바라 건데 폐하께서는 백가지 역사를 중지하시고 가렴 하는 일을 금하시며, 궁녀를 대제 때와 같이 두십시오. 그리하옵고 백관을 청선(淸選)하시어 적재적소에 쓰신다면 하늘이 기뻐하고 백성들이 따르고 국가가 평안할 것입니다.’

상소문을 읽고 손호는 심히 불쾌하게 생각했다. 조금도 개선할 의지가 보이지 않았다. 다만 자기 의지대로 행동할 뿐이었다. 오왕 손호는 육개를 두고
‘미친놈이 아닌가? 제왕을 어찌 알고 그따위 망발을 쏟아.’
제멋대로 생각하고 소명궁이라는 대궐을 짓기 위해 문무백관을 산으로 보내 나무와 돌을 실어 오게 했다. 그런가하면 술사 상광을 불러서 천하를 취할 점을 치게 했다.
술사 상광이 오왕 손호에게 점괘를 아뢰기를

“폐하께서는 길조를 얻으셨습니다. 경자 년에는 푸른 일산을 받으시고 낙양으로 들어가실 것입니다.”
이에 손호는 크게 기뻐하며 중서승 화핵을 불러 말하기를
“선제 때 장수들로 연강 일대를 지키게 하고, 수백 영문에 둔병시켜 노장 정봉이 이를 총관케 하셨다. 짐은 한토를 겸병하고 촉왕을 위하여 복수를 할 생각이다. 먼저 어디를 취하는 것이 좋겠는가?”
손호의 엉뚱한 질문에 화핵이 한 동안 생각하다가 결심을 하고 간하였다.
“서촉은 성도를 지키지 못하여 종묘사직이 망했습니다. 사마염은 반드시 이 나라를 삼키려고 올 것입니다. 폐하께서는 덕을 닦아서 우리 백성을 편안케 하여 하나로 단결하게 하는 것이 상책입니다. 만약 폐하께서 전쟁을 시도하면 그것은 마치 섶을 지고 불로 뛰어드는 꼴이 됩니다. 바라 건데 폐하께서는 우리의 형편을 바로 살피시고 오판이 없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