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오가 망하는 소리여!②

화핵이 충성스런 충신의 마음으로 오왕 손호에게 간하자 오왕이 대노하여 말하였다.
“화핵 너는 몸조심하라! 입도 조심하라! 짐은 기회를 타서 중원의 땅을 얻어 보려고 애쓰고 있는데 너는 어찌 이같이 불리한 말을 하느냐? 내가 오늘은 오래된 신하라 덮어준다. 다시 허튼소리를 하면 참하리라! 조심하라!”
말을 마치고 코를 씩씩거리더니 우레 같은 소리로 외쳤다.
“저 놈을 당장 쫓아내라!”

악을 지르니 무사들이 화핵을 인정사정 두지 않고 끌어냈다. 그러자 전에서 쫓겨난 화핵이 하늘을 우러러 탄식하기를
“애석하구나! 오국의 금수강산이 곧 남의 것이 되겠구나!”
화핵은 그길로 몸을 숨기고 다시는 나타나지 아니 했다.
손호는 진동장군 육항에게 명하기를
“그대는 군사를 거느리고 강구에 둔병하여 양양을 도모하라!”

이 소식은 재빠르게 첩자가 낙양으로 전했다. 진왕 사마염은 육항이 양양을 침범하자 대신을 불러 상의하자 가충이 나서서 아뢰기를
“신이 듣자하니 오왕 손호는 덕이 없고 무도한 정치를 한답니다. 폐하께서는 도독 양호에게 조서를 내려 육항을 막으라 하시고, 오국에 변이 생기기를 기다려 공격한다면 손쉽게 취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마염이 기뻐하며 조서를 내려, 양양에 있는 양호에게 군마를 정돈하여 오적을 맞아 싸울 준비를 하라했다. 양호는 양양을 맡아 지킨 후에 군민의 인심을 크게 샀다. 오국 사람이 항복했다가 고국을 그리워하면 군소리 없이 보내주었다. 순라 도는 군사를 줄여서 밭을 8백경씩이나 경작하게 했다. 그가 처음 도임했을 때 1백일 먹을 양식밖에 없었다. 그러던 것을 병사들로 둔전을 하여 10년 먹을 양식을 저축하였다.

어느 날 부장들이 모여와 품신하기를
“첩자의 보고에 의하면 오병의 기강이 해이하답니다. 이 기회에 오병을 친다면 큰 승리를 거둘 것입니다.”
“너희들이 잘못 보았다. 오국 도독 육항은 작은 인물이 아니다. 이 사람은 지혜와 용기가 많은 사람이다. 전에 서릉을 치러 왔을 때, 우리 장수 부천과 장사 수십 명을 그가 베었으나 나는 구해 내지 못했다. 육항이 장수로 있는 한 우리는 지키기만 하다가, 저들에게 변이 생길 때 도모해야 할 것이다. 만약 시세를 잘못 살펴 경솔하게 싸우러 나간다면 그때는 패하고 말 것이다.”

제장들은 양호의 말에 복종했다. 그리고 충실하게 지키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하루는 양호가 제장들을 이끌고 사냥하러 나갔다. 육항도 역시 사냥하러 나왔다. 양호가 우군에게 영을 내리기를
“군사들은 조심하라. 지경 밖으로 절대 나가지 마라!”
모든 장병들은 영을 따라 진의 국경선을 벗어나지 않았다. 오국경내로 들어간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다. 이런 위군의 군기 엄함을 보고 육항이 칭찬하기를
“양장군은 과연 양장이다. 기율이 엄정하고 빈틈이 없구나!”

날이 저물어 가자 양쪽 군사들은 사냥을 끝내고 돌아갔다. 양호는 본대로 돌아와 사냥물을 점검하여, 오군이 먼저 쏘아 잡은 짐승을 가려서 모조리 오진으로 돌려주었다. 이런 양호의 경우 바른 일을 두고 오군들이 기뻐하며 육항에게 이를 보고하자 육항이 심부름 온 군사를 불러 묻기를
“너희 양장군께서는 술을 좋아하시냐?”
“예, 좋아하십니다.”

“내가 아끼고 먹은 특별한 술이다. 이걸 가져가서 장군께 올려라. 이 술은 나 육항이 손수 담근 술이다. 어제 사냥했던 정표의 술이라 아뢰어라.”
“예, 그리 전하겠습니다.”
심부름한 군사가 술을 가지고 돌아가자 측근 장수가 육항에게 묻기를
“장군께서 술을 적장에게 보내는 의미가 무엇입니까?”
“저 사람이 비록 적장이지만 덕으로 대하니 우리도 갚는 것이 도리라 믿어서다.”

제장들이 육항의 말을 듣고 놀라워했다. 한편 술을 가져간 군사가 양호를 뵙고 술을 가져가 육항이 하던 대로 자초지종을 말하자 양호가 말하기를
“저 사람이 내가 술을 마시는 것을 알더냐? 그 술 당장 맛을 보아야 하겠다.”
양호는 술병을 받아 당장 마시려 하자 부장 진원이 간하기를
“독이 두렵지 않습니까? 적진에서 보내온 술인데...”
“육항은 그런 저속한 사람이 아니야. 의심할 것 없네.”

술을 시작하여 한 병 술을 모두 기울였다. 이후부터 진과 오군은 서로 통하고 왕래했다. 하루는 육항이 사자를 보내 양호의 안부를 물어오니 양호가 사자에게 묻기를
“너희 장군께서는 요사이 강녕하시냐?”
“아니오, 몸이 불편해서 밖에 나오시지 않은 지 여러 날입니다.”
“그렇구나. 내 병과 비슷한 병을 앓고 계시구나. 내가 좋은 약을 만들어 놓은 것이 있으니 갖다 드려라.”
사자가 약을 가져와 바치자 약을 육항이 먹으려 하니 곁에 있는 제장들이 놀라며
“적장이 보낸 약을 어찌 잡수려 하십니까? 이 약에 독이 들었을 것입니다.”

“이 사람들아. 그만 두게. 설마 양호가 나를 독약으로 죽이겠는가?”
육항은 소신대로 약을 마셨다. 다음 날 병은 거짓말 같이 나았다. 그러자 제장들이 하례하자 육항이 말하기를
“양호가 우리에게 덕으로 대하는 것은 싸우지 아니하고 우리를 복종케 하자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 강토를 지킬 뿐 적을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겠다.”
제장들은 육항의 명령에 따라 공격하는 일을 삼갔다. 그런데 오왕이 갑자기 사신을 보내 전교를 내리기를
“천자께서 전유하시니 장군께서는 급히 군사를 진병하라 하십니다.”
“알았으니 그대는 먼저 돌아가시오. 내가 곧 바로 상소를 올리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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